로컬의 발견 3
완도 사람들은 늘 마음에 이별을 품고 삽니다. 누가 언제 어떤 이유로 곁을 떠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섬에서는 정을 주고받는 일이 더욱 숭고하게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의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주변과 나누고, 어려움에 처한 타인에게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을 내밀며,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쉬이 마음을 열고 내어 줍니다. 겉으로는 조금 무뚝뚝해 보일지 몰라도 다들 마음씨 좋고 선한 사람들입니다.
섬과 섬 사람들을 너무 좋게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신다면, 맞습니다. 저는 이 지역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제 시선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거든요. 하지만 이런 관점으로 보아야 로컬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로컬의 발견 시리즈 세 번째 글은 로컬러(Local-er),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지역 생태계를 구성하는가?
이번 글에서는 제가 사는 완도를 예로 들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여러분의 로컬, 여러분의 고장에 대해 고민하고 적용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완도에는 약 4만 7천 명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한 덩어리의 땅에 모여사는 것은 아닙니다. 군도이자 제도인 완도를 구성하는 섬만 해도 무려 260여 개이고 각각의 섬마다 크기도 다르고 가깝거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모든 인구가 비슷한 생활문화양식을 공유한다고 보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러나 로컬에서 변화를 이끌어내고 무언가를 창조하고 싶다면 어떤 사람들이 완도라는 지역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럴 때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인구통계입니다.
1. 청년
완도는 청년을 19세~49세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 청년이라 하면 19세에서 39세를 가리키지만 완도와 같은 시골 시군에서는 청년 인구의 범위를 19세에서 49세까지로 정의하는 일이 흔합니다. 이는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닙니다. 여러분도 잘 아는 것처럼 시골에는 청년 인구가 부족하고 그로 인해 40대를 넘어 50대까지 청년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실입니다.
위 표를 보며 완도 청년 인구를 다시 나누어 보겠습니다. 20~39세 인구는 약 7000명인데 반해 40~49세 인구는 6000명에 육박합니다. 20대 인구는 통계보다 더 적은 숫자가 완도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대학 진학, 취업 등의 이유로 섬을 떠나 있는 인구를 고려)되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제가 처음 완도에 온 해이기도 한 2017년 대비 2022년의 통계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19세 이하 인구와 30~39세 인구가 모두 1500명가량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일할 사람, 즉 생산 인구는 줄어들고 노년 인구와 부양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시골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료라 할 수 있겠습니다.
20~39세 인구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조금 더 덧붙여보겠습니다. 저는 이들 중 대다수가 완도군청, 완도해양경찰서, 완도 대성병원 등 몇몇 기관과 기업에서 근무하는 분들이라고 예상합니다. 청년 인구가 특정 기관과 기업에 편중되어 있다면 삶의 양태가 다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개인 차는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비슷한 동선으로 움직일 겁니다.
2. 외국인
또 하나 특수하고 재밌는 인구 통계는 완도에 거주하는 외국인 현황입니다. 완도와 같은 어촌의 경우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활약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실제로 어선, 양식장, 음식점 등지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 분들을 흔히 볼 수 있으며 이들은 완도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입니다.
위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완도에 주민등록되어 거주하는 외국인의 숫자는 2022년 기준 약 2800명입니다. 여기에 불법체류 외국인의 수를 더하면 3000명 이상, 많게는 4000명에 육박할 겁니다.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은 완도 청년 인구 기준에 속하는 19세에서 49세입니다.
3. 이주민(전입 인구)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인구 통계는 전입자 통계입니다. 이는 완도군청에서 발표하는 인구 통계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주요한 통계 수치와 내용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관광객
완도군은 2022년에 완도를 방문한 관광객의 숫자로 568만 명을 추산했습니다. (내용 출처) 관광객이 많이 방문한 달은 5월과 9월, 그리고 10월입니다. 서남해안의 유명 관광지인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의 개장 시즌이 7월 중순에서 8월 말인 것을 떠올리면, 그리고 청산도 축제가 4월 초부터 한 달 동안 열린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시간 차가 있는 수치입니다. 이런 통계자료를 볼때 저는 흥미가 생깁니다.
2022년 9월과 10월에 무슨 일이 있었나 되짚어 보니 9월에는 추석 연휴가, 10월에는 개천절과 한글날 대체 휴무일이 월요일에 있었습니다. 2022년 5월도 마찬가지입니다. 완도군민들에게는 가장 큰 축제로 꼽히는 장보고수산물축제가 5월에 있었고 이를 통해 많은 관광객이 유입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로컬러(Local-er)의 역할
위에서 소개한 통계 자료와 수치를 통해 다양한 로컬러들이 완도라는 지역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껏 우리는 로컬을 그 지역에 거주하고 머무르는 장기 체류자로 한정 지어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행자와 외국인 등을 포함해 로컬러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로컬을 살아 움직이는 생태계로 가정한다면 지역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역할은 보다 더 중요해집니다. 그들이야말로 내부의 에너지를 외부로 전달하는 매개체이자 외부의 에너지를 내부로 가져오는 화분수(꽃가루 매개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때 로컬 크리에이터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원주민과 이주민, 현지인과 여행자, 내국인과 외국인을 부드럽게 연결하고 적절히 조합하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형태의 사업이나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느낄 수도, 로컬의 구성원들에게 불필요한 것이 무언지 덜어낼 수도 있을 겁니다. 필요와 불필요를 분석하고 가감하는 과정 또한 저는 창조하는 일(Create)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