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여정의 시작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홈리스 월드컵 대표팀의 이종인 코치입니다. 지난 6월부터 약 두달 반이라는 시간 동안 열심히 준비해온 2017 오슬로 홈리스 월드컵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대표팀은 오는 8월 27일 새벽 00:45에 인천 국제공항에서 출국해 9월 6일까지 10일간의 월드컵 일정을 소화하고 귀국하게 됩니다.
시간 참 빠릅니다. 6월 9일 선발전에 다녀온 후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홈리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월드컵이라니요. 새삼 코치로서 더 많은 것을 선수들과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선수들과 신나게 뛰며 같이 땀을 흘렸고 코치 이전의 임무였던 선수들의 이야기를 글로 소개하는 것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팀의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그보다 먼저 개인적인 감상에 젖어드는 걸 보니 이번 홈리스 월드컵 준비 과정은 저에게도 꽤나 감동적인 여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대표팀은 눈부시게 성장했습니다. 반복적인 기본기 훈련을 통해 축구 실력이 향상된 것은 물론 가장 중요한 목표중 하나였던 자신감 레벨 상승에서도 뚜렷한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앞선 글에서 홈리스 월드컵 조직위원회와 참가 팀의 목표가 '우승이나 승리가 아닌, 대회 이후 선수들의 자립/자활 모델을 찾고 그것을 유지해나갈 수 있게끔 돕는 것'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높은 자존감과 자신감은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의지와 성취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중요합니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설령 경기에서 큰 점수차로 패배하더라도 의기소침하거나 기죽는 일 없이 자신들이 준비하고 연습해온 플레이를 펼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경기장 밖에서의 삶에서도 계속될 것입니다. 바람이 있다면 월드컵 본선 무대가 여태까지 훈련한 것을 시험하는 장이 아니라, 과정의 연속으로서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대회를 통해서 또 한 차례 심신의 성장을 이뤄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광복절에는 조추첨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멕시코, 루마니아, 이탈리아, 독일, 캄보디아와 함께 스테이지 1의 C그룹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다섯 팀 모두 역대 성적이나 실력에서 우리 대표팀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 선수들은 동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이 승패가 아닌 우리의 경기를 하는 것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을 마지막으로 대표팀 모든 선수와의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각자 다른 사연으로 홈리스가 되고 월드컵 대표팀에 왔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느끼는 것은 같았습니다. 그 동안 끊어졌던 관계의 끈을 회복하고 새로운 친구와 동료들을 얻었다는 것에서 커다란 기쁨을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비단 선수들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선수들와 코칭스태프,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이번 대회는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선수들은 일주일 뒤 대장정의 종착점이 아닌 새로운 시작점에 서게 됩니다. 이번 2017 오슬로 홈리스 월드컵이 꿈을 이루는 대회가 아니라, 새로운 꿈을 만드는 대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