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쪽잠

2019년 8월 25일

by 제인

카페를 가는 지름길인 시장 안으로 연결된 통로가 있다. 일요일 늦은 점심시간이라 시장은 한적했고 약간은 후덥한 날씨가 나를 불쾌하게 했다. 살짝 밀려드는 생선 비린내에 빨리 이 골목을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이었다. 시장 한편, 문 닫힌 가게 앞에서 가지고 나오신 채소들을 펼쳐놓고는 졸고 계신 할머니가 보였다. 의자 옆엔 빨간 뚜껑의 1리터짜리 참이슬. 앞에는 채 팔지 못한 나물들. 저 얼마 안 되는 나물을 내가 다 사면 할머니는 집에 들어가셔서 쪽잠이 아닌 낮잠을 주무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해봤자 고작 3-4만 원이면 되는 양이었다. 일반적으로 쓰는 밥 한 끼 가격이다. 슬픈 건 고민을 해봐도 내 주머니엔 현금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여긴 카드 계산도 안되잖아. 이상한 안쓰러움이 몰려들고 마음이 불편했다. 정말 어쩔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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