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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Dec 15. 2019

김치 킬러의 김장

2019년 11월 23일 

김치 없으면 밥 못 먹는 사람. 한국 음식 중에서 가장 맛있는 것은 김치. 무인도에 간다면 꼭 챙길 음식 하나는 김치라고 답하는 사람. 바로 나. 우리 집 식구들은 김치를 굉장히 많이 먹는 편인데, 한 끼 식사에 반포기 해치우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친가에서 다들 모여 김장을 하던 시절도 이제는 지나버렸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부터는 각자 김치를 해 먹고 있다. 우리 엄마도 김치를 참 잘하는 편에 속한다. 아마 친할머니와 외할머니의 영향이 크지 않나 싶다. 원조 충청도 스타일인 친할머니와 이북에서 내려와 강원도 스타일을 입으신 외할머니. 약 동서남북의 믹스매치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난 정말 할머니 두 분의 김치를 각기 다른 이유로 좋아했는데, 친할머니는 정말 묵은지, 김치의 깊은 맛을 내는 음식에 쓰일 때 안성맞춤이었고 외할머니는 갓 지은 뜨신 밥에 싸 먹으면 꿀맛인 아삭하고 시원한 김치를 만드셨다. 같은 빨간색일지라도 품고 있는 맛은 다 다르다. 우리 엄마가 하는 김치는 이 두 분의 딱 중간 지점쯤에 있는 대중적인 김치라고 볼 수 있는데 젓갈 맛이 심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생생한 식감도 아닌 어느 음식에도, 어느 집에도 호불호가 없을 김치다. 결국 우리 엄마가 최고인 걸까? 이제는 먹을 수 없어진 친할머니의 김치도, 외할머니의 김치도 너무나 그립다. 아무리 그 스타일을 따라 하려 한 듯 절대 그 맛이 나오지는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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