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 글로벌 기업에서 통하는 영어
2007년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화학회사에 첫 출근을 했습니다. 서른 살에 MBA를 위해 미국으로 왔고, 졸업 후 원하는 대로 미국 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필라델피아는 뉴욕까지 2시간 거리인 미국 동부에 위치해 있습니다. 같은 나라인데, MBA를 마친 중부에 위치한 미시간과 동부인 필라델피아의 분위기는 많이 달랐습니다. 직장인들은 바빠 보였고, 사람들은 불친절했습니다. 커피를 주문할 때마다 종업원들의 강압적인 태도에 괜히 주눅이 들기도 했다. 학구적이고 그래도 친절했던 미시간 앤아버가 그리웠습니다. 동부 분위기가 억세고 공격적이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회사 안은 달랐을까요? 아주 조금 달랐습니다. 조금 더 점잖았고, 조금 더 배려했습니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하면 사람들의 말을 반도 못 알아들어서 늘 얌전히 앉아있었습니다. MBA를 할 때도 교수님이나 학생들 얘기를 많이 못 알아들었지만, 돈을 내고 못 알아듣는 것과 월급을 받고 못 알아듣는 건 압박의 강도가 많이 달랐습니다.
직장 동료들이 웃기라도 하면 재빨리 따라 웃었고, 미국인 동료들과 점심 식사라도 하면 웃는 빈도는 늘어났습니다. 일에 대한 얘기도 어려웠지만, 일상생활 얘기는 더 어려웠습니다. TV 프로그램, 정치, 음식 등등 그들의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에.
미국에 온 지 3년째인 제 자존감은 여전히 바닥이었습니다. 저를 싫어했던 미국 여자 한 명은 일부러 초대해서 전혀 못 알아듣는 얘기를 최대한 혀를 굴려서 빨리빨리 말했습니다. 교묘히 왕따를 시킨다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정중히 초대를 거절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동료들이 저를 이상하게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뭔가 이상했지만, 정확히 그게 뭔지 모르고 시간은 지나갔습니다.
어느 날, 영업팀과 같이 하는 미팅에 참석했고, 여느 때처럼 조용히 앉아있었습니다. 회의 중, 한 고객사의 실적이 저조하길래 'What's wrong? How will you solve this problem?이라고 물었습니다.
질문을 하자마자 회의실에 침묵이 흘렀고, 담당 영업사원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분위기가 어색한 순간이 그전에도 많았기에, 저는 별생각 없이 미팅을 마쳤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영업사원이 제 사무실에 와서 물었습니다.
“Are you okay? Did I make you feel uncomfortable during the meeting? If so, I want to address it.”
“너 괜찮아? 내가 회의 중에 불편하게 만들었니? 그렇다면, 뭔지 얘기해 보고 싶어.”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이유를 묻고 얘기를 하다 보니, 내 말이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는 돕고 싶은 마음에 '문제가 뭘까? 해결 방법이 뭐가 있을까?'를 그렇게 영어로 표현했지만, 미국 사람들에게는 ‘도대체 문제가 뭐야? 어떻게 해결할 거야?”라는 질책의 의미로 느낀다는 걸 처음 깨달았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단순히 모국어를 영어로 번역한다면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 성향과 의도도 오해받을 수 있다는 것을. 특히나 글로벌 마케팅 매니저인 제게는 호감 가고 설득력까지 있는 대화 방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