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 글로벌 기업에서 통하는 영어
전 세계 리더 모임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던 비즈니스 사장 (GM, General Manager)에게 제 업무를 1시간 동안 발표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어려운 상사의 상사였고, 처음으로 얻은 기회여서 잘하고 싶었습니다. 준비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예상 질문 리스트와 답을 만들었고, 슬라이드도 완벽할 때까지 계속 수정했습니다. 미팅 시간이 되어 햇빛이 환하게 비치는 넓디넓은 GM 사무실에 들어갔습니다. 미시간 동문이라는 걸 서로 알아 학교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출력한 자료로 한 장 한 장 열심히 설명해 나갔습니다. 얼마 안가 GM의 얼굴색이 변하는 걸 느꼈습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 싶었지만, 다른 방법도 없었기에 말을 이어 나갔습니다. GM의 표정은 점점 더 나빠졌습니다. 어두운 얼굴을 마주한 채 40여분의 발표를 마쳤습니다.
저는 40분 동안 혼자 얘기한 것입니다. 잔뜩 주눅이 든 채 질문이 있냐고 물으니, GM은 이런저런 질문을 했고, 준비한 슬라이드로 다시 돌아가 이 데이터, 저 데이터를 보여주며 최대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이제 GM의 안색은 이젠 아예 흙빛이었습니다. 1시간을 겨우 마치고 GM 사무실을 나오며 망했구나 싶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상사가 오더니 뭘 어떻게 했길래 GM이 그렇게 화가 났냐고 물었습니다.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몰랐으니까.
나중에 커뮤니케이션 코치를 만나고 알게 된 그날의 실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GM에게 data dump (정보 쏟아붓기)를 했습니다. 우리 (한국인) 뇌는 많은 양의 정보를 수용하고 처리하는 데 익숙하나, 미국인은 많은 양의 정보를 감당 못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내 노력을 정보의 양으로 보여주려 애썼던 발표는 GM을 정보의 바다에 던져 버린 것입니다. 얼마나 싫었을까요. 40여분 동안 정보의 바닷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으니.
둘째, 우리는 구체적 사례나 상황들을 설명 후 결론에 도달하는 귀납법을 많이 사용하는 데, 미국인은 결론을 먼저 말하는 연역법에 익숙하다는 것입니다.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설명하는 상황들을 듣다가 GM은 얘기에 대한 흥미를 잃은 것입니다.
셋째, 임원인 GM에게 저는 말단 사원의 대화를 했습니다. 큰 그림과 전략, 아주 중요한 일들을 얘기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에게 저 아래의 디테일들을 설명했던 것입니다. GM의 눈높이도 못 맞췄고, 대화 방식도 많이 어긋나 있었습니다. 그때 서른세 살이었으니 임원의 눈높이를 맞춘다는 건 어려웠겠지만, 이때의 경험으로 이후에는 ‘내가 CEO라면?’이라는 질문을 늘 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커뮤니케이션 코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코치가 알려준 팁은 크게 소통방식을 구조화하고, 전략적 내용을 말하라는 것이었습니다 (Structured and Strategic communication). 여기서 전략이란 전략기획실에서나 다룰 법한 얘기를 하라는 것이 아닌, 큰 그림, 미래, 중요한 일을 논하라는 것입니다.
구조화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Part III What to Speak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얼마 전, SHAMBAUGH사의 President인 Rebecca Shambaugh가 쓴 “To Sound Like a Leader, Think About What You Say, and How and When You Say It.”이라는 Harvard Business Review기사를 보고 이 날의 실수가 비단 저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기사에서 저자는 Executive Presence만큼 Executive Voice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언제, 누구에게, 어떤 맥락에서 얘기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합니다.
Whether you are an associate manager or a senior executive, what you say, how you say it, when you say it, to whom you say it, and whether you say it in the proper context are critical components for tapping into your full strategic leadership potential.
이를 위해 저자가 소개한 방법 중 두 가지가 많이 와닿습니다.
첫째, Understand the context 맥락을 이해하라. 예를 들어, 제가 미팅 주최자라면, 제 역할은 미팅을 리드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반면, 참가자 중 한 명이라면, 역할은 의견을 내는 것입니다. 단순히 배우는 입장으로 미팅을 참석한다면, 제 역할은 관찰하고 듣는 것입니다. 이처럼 미팅마다 다른 맥락이 존재하며, 다시 말해 제 역할은 다릅니다.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역할을 하라고 말합니다.
둘째, Be a visionary. 저자가 여기서 말하는 바는 큰 그림을 보라는 것입니다. 종종 저는 임원임에도 자신이 속한 부서 이외의 일에는 관심이 없는 분들을 만납니다. 내가 맡은 일을 넘어 부서장, 조직 전체의 장, 나아가 CEO의 눈으로 업무를 본다면, 훨씬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고,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조직의 장의 눈으로 업무를 보고, 이를 소통하는 것이 Be a visionary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