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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황 Oct 30. 2022

데일리 루틴

영어는 참 많은 분들에게 불편한 대상입니다. 제게 영어는, 10대에는 시험 성적을 잘 받기 위한 공부였고, 20대에는 취직을 위한 토익 점수를 높여야 하는 공부였습니다. 4개월 미국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본 토익 점수는 900점이 넘었습니다. 1998년 일이니 당시 꽤 괜찮은 점수였습니다. 20대까지 시험공부였던 영어의 의미가 달라진 건 서른 살 미국에 MBA를 하러 간 후부터였습니다. 

 

20대 후반 외국계 제약회사를 다녀 회사에서 종종 영어를 했고, MBA를 위해 GMAT 공부도 영어로 했기에 MBA라고 뭐 얼마나 다를까 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MBA 수업 첫날 그 자신감은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학교는 6개 Section이 있었고, 한 반에 60-70명 정도였습니다. 첫 수업은 미시경제학이었고, 속으로는 약간 두려웠지만 외국인들에게 괜히 잘나 보이고 싶어 맨 뒷줄에 비스듬히 당당한 얼굴로 앉아 있었습니다. 수업이 시작됐는데, 교수님이 뭐라고 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처음이라 그럴 거야 점점 괜찮아지겠지 하며 집중해서 들었지만, 교수님의 말을 단 한 단어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수업 중반이 지나자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큰일 났다. 이렇게 하나도 못 알아듣는데 막대한 돈을 들여 MBA를 하겠다고 온 거야." 

수업 중반이 지나자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망했다. 우리 반에서 내가 꼴찌겠구나." 

 

이때부터였습니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바닥인 상태로 살아야 했던 게. 시간이 지나며 자신감이 늘어났을까요? 

 

제 답은 당연히 'No'입니다. 한 단계를 넘어서면 여전히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났습니다. 계속해서. 늘 불안했고, 자신이 없었습니다. 죽어라 예습을 하면 수업은 겨우 따라갔으나, MBA 특성상 팀 프로젝트가 많았고 외국인들과 영어로 토론할 때마다 벙어리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누군가 제게 질문이라도 하면 늘 웃으며 '예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제가 MBA 졸업 후 미국 회사에 취직해서 미국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운이 좋았죠. 회사에 들어오니 이젠 비즈니스 영어를 넘어 동료들이 일상생활, 정치, TV 프로그램 등의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 얘기도 힘든데,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를, 한참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을 이해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말은 들리는데 하나도 못 알아듣는 상황이 거의 매일이었습니다. 

 

돌아보면 그 기간 동안 겪었던 모든 불편함은 결국 내가 영어를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한국말이었다면 절대 주눅 들지 않았을 그 수년을 단지 미국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 못 해 가슴 한 번 제대로 못 펴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회가 생겼습니다. 회사에서 커뮤니케이션 코칭 프로그램을 지원해 줬습니다. 그때 만나 커뮤니케이션 코치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스스로 고안해 낸 방법으로 꾸준히 연습한 결과 지금은 영어가 더 이상 두려운 존재도, 제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대상도 아닙니다.

 

영어를 편하게 하다 보니 이로운 점이 참 많습니다. 그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전 세계 다양한 자료들을 번역본이 아닌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세상에 있는 무수한 좋은 책과 비디오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 넓은 세상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면 좋을 텐데'라고 말입니다. 

 

직장을 다닐 때, 그리고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영어 어떻게 하셨어요?"입니다. 커뮤니케이션 코치에게 배운 내용에 기초해 제가 일 년 동안 썼던 방법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처음엔 이 방법이 먹힐까 했지만, 다른 방법을 몰랐기에 그냥 했습니다. 약 3개월이 지나니 변화가 있었습니다. 6개월이 지나니 또 변화가 있었습니다. 일 년이 된 어느 날, 영어가 전혀 불편하지 않은 저를 발견했습니다. 이제 연습을 그만해도 되겠구나 생각한 게 딱 일 년 후였습니다. 

 

참고로, 이 방법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미 영어를 쓰고 있고, 영어실력을 다음 단계로 레벨 업하고 싶으신 분. 예를 들면 

 

1) 외국계 회사에 다니며 업무에 영어를 사용하거나 

2) 영어를 쓰는 해외업무를 하거나 

3) Regional/Global 일을 하고 있거나 하고 싶으신 분 

4) 성장의 열망과 의지가 있으신 분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알려드리는 방법이 영어로 업무를 하는 매 순간 불편함 없이, 두려움 없이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을 올려드렸으면 합니다.

 

Success doesn't come from what you do occasionally, but what you do consistently.— Sayings

 

이제 제가 일 년 동안 했던 루틴을 소개하겠습니다. 일 년 후 저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 있게 만들어 준 방법입니다. 

 

1. 주중 매일 1시간씩 영어 공부하기 -> 주 5시간

2. 30분은 Economist나 Harvard Business Review (HBR) 기사 소리 내어 읽기. 읽는 동안 녹음하기. 녹음 목소리 들으며 개선점 파악하기 – 이코노미스트가 너무 어려우면 HBR을 읽다가 점차 Economist로 넘어갑니다. 

3. 나머지 30분은 영어 비디오나 오디오 듣기

처음 3개월은 하루 1개. 4개월째부터는 하루 2개. 

처음 목표는 내용 이해. 두 번째 목표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표현 쓰는지 보기 

 

1개월 차: 일주일에 이코노미스트 기사 1개 + 비디오/오디오 1개를 반복하며 읽고 듣습니다. 

2 ~ 3개월 차: 이코노미스트 기사 2개 + 비디오/오디오 2개

4 ~ 5개월 차: 이코노미스트 기사 3개 + 비디오/오디오 3개

5 ~ 6개월 차: 매일 이코노미스트 기사 1개 + 비디오/오디오 1개 

 

영어실력 향상 정도에 따라 이코노미스트 또는 HBR기사수와 비디오/오디오 수를 늘리시면 됩니다.

 

몇 가지 예상 질문에 답을 해보겠습니다.

 

1. 꼭 이코노미스트 (Economist) 여야 하나요? 

아니요. Wall Street Journal, New York Times, 또는 Harvard Business Review도 괜찮으나, 이코노미스트를 추천하는 이유는 1) 단락과 문장의 구성이 좋습니다. 2) 문장이 간결합니다 3) 내용이 재미있습니다. 뭔 소리야? 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딱 세 달만 읽어보시면 이해하실 겁니다. 4) 이코노미스트에 나오는 단어를 비즈니스 영어에 쓰시면 CEO와 협상도 하실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어휘 레벨이 중상이 아닌 상상이 될 수 있습니다.

 

2. 왜 소리 내서 읽어야 하나요?

머리와 눈으로 공부하던 영어를 입이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입으로 단어를 계속 말해봐야 원할 때 입에서 쉽게 꺼내쓸 수 있으니까요. 어느 날 소리 내 읽었던 단어를 비즈니스에서 사용하고 있는 여러분을 발견할 겁니다.

 

3. 일이 많아 주중 연습을 다 못 하고 빠지는 날이 생길 땐 어떻게 하나요? 

일주일에 최소 5시간이 목표입니다. 매일 한 시간이 가장 좋지만, 부득이 빠지게 된다면 주말에 보충하세요. 저는 주말 보충의 경우 시간을 더 늘렸습니다.

 

4. 내 목소리를 녹음한 걸 듣고 뭘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앞으로 어떻게 말하는지 (How to Speak)를 소개합니다. 그 내용과 본인 녹음본을 비교해서 개선하시면 됩니다. 

 

5. 녹음본은 언제 듣나요? 

저는 주로 출퇴근하는 차 안 등 이동 중이거나 운동할 때 들었습니다. 정기적 루틴을 만드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6. 왜 1년인가요?

제 경험을 말씀드릴게요. 매일 한 시간 연습을 할 때 8, 9 주가 될 때까지 '이게 될까?'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습니다. 당시 글로벌 마케팅을 하고 있어 영어 실력을 늘리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반신반의했지만 계속 연습을 해 나갔습니다. 8, 9주 정도가 되니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읽는 게 편해졌습니다. 외국인 동료들 말도 더 이해가 잘 되는 것 같았습니다. 영어실력이 조금이지만 향상되는 걸 보고 계속 연습을 했습니다. 힘들었던 건 연습을 하는 하루하루에는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나니 실력이 점프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6개월 후, 9개월 후 약 3개월마다 실력이 점프하더니 1년이 지나니 영어를 쓰는 게 어떤 상황에서도 편해졌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때 알았죠. 이제 매일 한 시간씩 연습은 그만해도 된다는 걸. 

 

그 일 년 동안 매일 실력이 조금이라도 느는 것 같았으면 덜 힘들었을 겁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안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몇 개월이 지날 때 갑자기 실력이 점프하는 걸 보고 영어는 결국 끈기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영어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고민 중 제게 가장 와닿았던 건 자신감이 없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그랬었거든요. 제가 알려드리는 방법이 영어를 완벽하게 하게 돕지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자신감은 올려드릴 수 있을 겁니다. 

 

1년 동안 계속해야 함을 기억하십시오. 중간에 그만두면 원하는 만큼의 성장이 어렵습니다.

 

일 년이나, 과연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언젠가 법륜스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그들이 원하는 것을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랬더니 새벽 4시는 너무 일러서 못 일어난다고 해요. 3일간 단식을 하라니, 그러면 힘이 없어서  된대요. 그 사람들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평일에만 하루 1시간은 1년에 260시간을 의미합니다. 즉, 1년에 11일 미만입니다.

 

시작할 준비가 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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