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시간만 일한다

좌충우돌 글로벌 인재 되기

by 켈리황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마케팅, Product Director를, 한국에서 아시아 영업 총괄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글로벌 인재가 되는 방법을 적을 예정입니다.


커리어만 집중하는 삶에서 관계, 건강, 재정까지 인생 범위를 넗히니 일할 시간이 줄어들었다. 아시아 Product Director 일은 업무량이 상당했다. 하루에도 결정할 사안도, 회의도 끊임없었다. 일주일에 최소 3일 저녁은 글로벌팀과 밤까지 회의도 했다.

업무량을 어떻게 줄일지 고민하던 차에 팀 페리스의 ‘나는 4시간만 일한다’라는 책을 읽었다. 제목이 와닿아 읽었는데, 내 인생 책이 됐다. 책 내용은 일주일에 4시간만 일해도 되는 부의 시스템을 만들라는 거지만, 나는 이 마인드를 내 일에 적용하기로 했다.

14시간 일하던 방식에서 우선 하루 6시간만 일하기로. 그다음엔 하루 4시간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단, 업무 성과와 결과는 더 좋아진다로.


처음엔 머리가 아팠고 답이 안 보였다. 하지만, 번아웃을 경험한 그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었기에 반드시 방법을 찾아야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6시간으로 줄이는 과정은 정말 재미있었다.


첫째, 6개월 (또는 1년) 안에 반드시 이룰 목표를 딱 세 개만 골랐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뤄야 하고, 목표 크기가 커서 비즈니스에 엄청난 효과를 가져오는 아주 중요한 딱 세 가지.


둘째, 중요하지 않은 목표들을 과감히 버렸다. 꼭 해야 하는 일 (Must-to-Do) 이 아닌 ‘하면 좋은 (Nice-to-Do)’ 목표들을 과감히 버렸다. 하면 좋은 일도 하다 하루 14시간이나 일을 했으니까.


셋째, 반복되는 일들을 자세히 봤다. 버릴 걸 찾기 위해. 우선 업무 보고가 그랬다. 월간, 주간, 아시아팀, 글로벌팀, 관찰하니 너무 많았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 효용가치가 없다면 과감히 없애고,

- 횟수를 줄일 수 있다면 줄이고,

-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거나 (delegation)

- 그래도 해야 한다면, 반복해서 쓸 수 있는 양식 (template) 만들기


넷째, 회의나 미팅 반으로 줄이기. 우선 많은 일대일 미팅을 없앴다. 일정을 관리하는 비서에게 일대일 미팅은 무조건 30분, 여러 명이 참석하는 회의는 최대 1시간으로 관리하라고 부탁했다. 또한 하루에 2시간은 무조건 시간을 비워서, 밀린 일이나, 중요한 일들을 잘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다섯째, 시간을 잡아먹는 ‘시간 귀신’ 쫓아내기. 나랑 일하는 사람들에게 상황을 설명하지 말고, 내려야 하는 결정, 왜 그래야 하는지 딱 두 가지만 설명하라고 말했다. 이메일이 가능하면 이메일로, 통화가 더 효과적이면 통화로, 대신 전화는 10분 안팎으로.


마지막으로, 내가 일하는 조직에 효율적인 시스템과 절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하루 4시간만 일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도 4시간만 일해도 되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한 가지, 하루 4시간만 일하기로 맘먹은 지 3개월 정도 됐을 때 성과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전혀 예상 못한 곳에서 이유 없이 손실이 났다. 그러다 깨달았다. 일을 대하는 내 자세가 바뀌니 일도 나를 다르게 대한다는 걸. 일하는 시간을 다시 늘릴 수는 없었다. 일주일 고민 후 일을 대하는 내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나는 일에서 최고를 내는 사람이니, 일, 너도 그렇게 하라고. 그리고 일할 수 있는 시간에 더 집중했다. 4개월째부터 결과가 다시 나아졌다.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다 가능하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걸 다시 배웠다.


6개월 동안 하루 업무 시간은 6시간으로 줄었다. 보고와 미팅을 많이 없앴고, 하면 좋은 일들을 과감히 없앴다. 직원들에게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많은 걸 위임했다.


업무 결과가 어땠냐고? 좋았다. 꼭 해야 하는 3가지를 집중해서 잘했기에 상사 포함 평가자들 머릿속에 내 성과가 명확히 남았다. 10에 나누어 쏟던 힘을 3에 쏟으니 결과도 좋았다.

어쩜 나는 운이 좋은 조직에 있었다 싶다. 업무시간의 길이로 열심을 평가하는 회사들이 아직도 많을 것이다. 다행히 업무시간보다 결과를 더 중시하는 회사를 다녔다. 10시간 일하는 사람보다 4시간만 일해도 결과를 내는 사람을 더 유능하다고 평가하는 문화였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코칭을 하다 가끔 업무량으로 고생하는 고객들을 만난다. 내 경험을 공유하지만, 선뜻 변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본다. 속으로 생각한다. 정말 여건이 안 되는 건지, 나는 안 될 거라는 생각에 주저하는지.


여담으로 이듬해 업무를 4시간만 가능한 수준으로 더 최적화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직개편으로 비즈니스를 하나 더 맡게 됐다. 다시 8시간 업무량이 된 것이다. 이번에는 두렵지 않았다. 또 한 번 8시간 업무를 4시간으로 만들면 되니까.

keyword
이전 28화Wheel of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