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글로벌 인재 되기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마케팅, Product Director를, 한국에서 아시아 영업 총괄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글로벌 인재가 되는 방법을 적을 예정입니다.
중국 직원들 텃세에 고민하다, 중국 영업 전무에게 전화를 했다. 그때까지의 난 나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기에 꽤 자존심이 높았다. 파워게임에서 지고 들어가는 것 같아 많이 속상했지만 일단 이번 달 매출은 내야 했다. 한 시간 동안 온갖 얘기를 들었다. 기분이 나빴지만 꾹 참았다. 도움이 필요했기에.
출장이라도 가면 사람들과 더 친해질 텐데, 4분기였던 그때는 경비절감으로 출장도 막혔었다. 나는 점점 기가 죽었다. 권위는 이미 땅에 떨어졌고, 영업사원들에게 내 제품을 팔아달라고 사정을 해야 했다.
다시 기도를 시작했다. 사실 그때 기도 내용은 다른 데로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도를 해도 다른 길에 대한 응답은 없었다. 대신, 나를 여기로 보낸 이유가 있다는 말씀만 들렸다. 다 이유가 있으니, 겪어내라는.
직장 생활을 하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내게 물었다. 그 일을 떠나는 것이 포기인지, 전진인지를 물었다. 이번에는 포기였다. 이겨내 보자 마음을 먹었다.
회의 시간에 나는 다시 조용한 사람이 됐다. 처음에는 회의에 도움이 되기 위해 이것저것을 말해봤으나, 사람들은 ‘쟤가 왜 저런 얘기를 하지?’라는 얼굴로 나를 봤다. 입을 닫고, 마음을 닫았다. 쪼그라든 내 자존심을 들키기는 싫었으니까.
바닥까지 떨어진 권위와 한없이 쪼그라든 심장으로 매일 출근을 했다. 무서웠다. 사람들과 말하는 게 무서워 사무실에 숨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매일 6시에 일어나 회사 근처에서 요가를 하고, 출근을 했다. 일을 하고 공부를 했다. 제품, 시장, 사람, 닥치는 대로. 사람을 좀 잘 안다 싶으면 찾아가 조언을 들었다.
와신상담 (臥薪嘗膽)
거북한 섶에 누워 자고 쓴 쓸개를 맛본다는 뜻으로, 원수를 갚으려 하거나
실패한 일을 다시 이루고자 굳은 결심을 하고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것을 이르는 말
하루에도 몇 번씩 ‘와신상담’을 속으로 되뇌었다. 필요하면 눈앞에서 웃었고, 머리를 숙였다. 자존심은 바닥을 쳤으나, 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엎드릴 줄도 알아야 된다고 말하며 숙였다. 언젠가 반드시 우뚝 서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런데 언젠가부터 몸이 자꾸 아팠다. 너무 피곤해서 사무실에 요가 매트를 깔고 점심 식사 시간에 잠깐 자고, 저녁 회의 전 또 자고를 반복했다. 하루를 세 번 사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7월이 됐다. 나는 몸에 열이 많다. 더위를 못 견뎌 계속 잠을 계속 설쳤다. 회사가 선릉역 근처였는데, 지하철에서 내리면 걸을 수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 속에 서 있으면 머릿속이 웅웅 올렸다. 온몸에 진이 다 빠진 느낌이었다.
더는 못 견디겠어서 일주일 휴가를 내서 평창에 갔다. 에어비엔비 주인이 나를 보더니 괜찮냐고 물었다. 많이 아파 보인다고. 괜찮다고 하고 방에 들어갔다.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쏟아졌다.
그렇게 하루를 자고 다음 날 오후 숙소 마당에 나갔다. 주인분이 준 차를 마시며 경치를 보고 있는데, 문득 지난 일 주간 내가 웃은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웃을 일도 없었고, 잠도 설치면서 일만 죽어라 한 것이다. 뭔가 한참 잘못됐다 싶었다. 이렇게 평생을 살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주일을 숙소에서 계속 잤다. 신선한 공기와 적당한 온도 덕에 내리 잠만 잘 수 있었다.
며칠을 자고 나니 정신이 또렷해졌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이건 아니야’는 생각을 하며 서울로 차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