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yelan Gyeong
May 29. 2022
지금 만보 걸으려고 호수공원 가는데 한걸음 한걸음 몸이 무겁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지금
83킬로 정도 나가기 때문이요..^^
네??
제가요??
3일 전인 월요일 오전 진료 때 만해도 80킬로였는데 오늘 목요일 아침 7시에 방문한 응급분만센터에서 83킬로 조금 안되게 찍혔다... 하루에 거의 1킬로씩 증가했다는 것?!
사건의 경위는 이러하다. 아기를 41주나 품으며 장기간의 먹부림으로 (남편과 함께) 몸이 아주 거대해진 것(남편도 함께). 출산 예정일이 다가올수록 오늘 저녁상이 최후의 만찬 일지 모르는다는 소중한 마음으로 매 끼니와 디저트에 진심이었다.
40주 3일이 되어도 아기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담당교수님 깨서 유도분만 일정을 오늘 아침으로 잡아주셨다.
무서운 마음 반, 설레는 마음 절반. 입원병동 데스크에서 먼저 어제 나온 pcr 음성결과 메시지를 보여주고 입성, 또 자가진단 키트를 해야 한다고 해서 뇌까지 오래오래 흰 막대기를 쑤셔 넣는 험한 수모를 당했다. 아니, 이렇게까지 오래 길게 쑤실 일인가요. 컥소리와 눈물이 핑 나왔다. 그 어떤 Pcr검사도 이렇게 길고 혹독하지 않았어요.. 나는 평소 욕설을 즐기지 않지만 욕설로 이 간호사 선생님을 부르고 싶다. 그 정도로 미워!! 다시는 그 여자 간호사는 만나고 싶지 않아! ㅠㅠ
이제 1인 병실에 들어가 환복하고 누워서 임산부 3대 굴욕이라는 제모, 관장, 내진(손 넣고 휘휘)을 모두 겪었다. 별 큰일도 아니라는 듯 로봇처럼 착착 진행해 주신 덕에 그다지 뭐 굴욕적이지도 않았다.
이러면서 한 시간이 안 되게 지나갔을까?
다음 단계 기다리고 있는데 담당교수님께서 난처한 얼굴로 남편이 코로나 양성으로 뜨는데 혹시 같이 퇴원하겠느냐고 물으셨다.
내가 굴욕세트를 겪는 동안 애매한 두 줄이 떠서 남편도 그 사이에 자가진단키트 3번 쑤심을 당했던 것이다.
남편 혼자 보내고 혼자 진통하고 애 넣고 탯줄 끊을 자신도 없고 아직 자궁 문도 1센티 밖에 안 열렸다고 했다. 10센티까지 열려야 출산!
결국 당일 출산을 포기하고 다시 pcr 검사받고 다음 날 다시 병원 가서 유도 분만하기로 했다.
집에 와서 짜장면 탕수육 시켜먹고 둘이 한숨 자고 일어나서 말했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우리 돼지네."
내일은 순산하고 싶어서 만보 걸으려고 나왔는데
귓구멍 듣는 장치를 안 들고 나와서 헛헛하니
사고하면서 뒤뚱뒤뚱 걷고 있다.
2022년 3월 8일 오전 7시
음성 떴던 나는 먼저 입원을 하고 남편은 음성메시지 받고 9시 넘자 입원실에 들어왔다. 오전 내진 때는 아직도 자궁문 1cm 밖에 안 열렸단다.
한 12시쯤 되었을. 까
진통을 유발하게 하는 옥시토신제 꼽고 누워있으니 4분 간격으로 배가 잘 뭉치며 진통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병실에 누워 남편과 도란도란 있는데
갑자기 태동 검사기에 뜬 아가 심박이 기계 오작동처럼 130에서 90, 90에서 80 그리고 뚝뚝 떨어지는 게 아닌가, 아기 맥박이 40쯤까지 떨어지자 기계에서 빨간색 경고음이 울렸고 남편이 급히 뛰어나가 간호사를 불러왔다.
간호사님은 침착하게 의사 선생님께 콜 하고 다른 간호사들도 우다다 들어왔고 겁에 질린 나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우리 아기 잘못될까 봐...
차츰 애기 심박이 돌아왔지만
딱히 탯줄이 목을 감은 것도 아니었고
그냥 아기가 자궁 수축 시 몸이 눌려 힘들어했을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유도분만은 무리일 수 있다고 하셨고 12명에 1명 정도는 이렇게 애기 심박이 불안정하기도 한데 제왕절개 수술은 어떻겠느냐고 권하셨다.
고민할 것도 없이 아기가 안전한 방법으로 하겠노라 말씀드렸고 그렇게 3시 29분에 아기가 나왔다고 한다!
아직은 실감이 안 난다.
내가 엄마? 수술로 나온 아기라서 내가
아기를 낳았다고 말할 수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무튼 애기 보고 싶다♡
하루에 30분만 면회가 가능한데
내 소원처럼 남편을 쏙 빼닮은 아가라서
더 이쁘다 ㅜㅜ
너어어뮤 이쁘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