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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Apr 29. 2023

방통대 치팅데이

대건 지음

방통대 모임에 참여할 때마다 수많은 생각이 마음을 스치곤 한다. "정말 가야 할까?" "왜 가야 하는 걸까?" 이런 생각들이 내 마음을 휘감으며, 낯선 환경에 대한 내 안의 저항감과 싸움을 벌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무조건 참석해야지'라는 결심을 가지고 모임에 참석하지만, 매번 그 결심을 하면서도 고민은 끊이지 않는다.


공부는 사실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이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이번에도 모임에 참석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기존에 몇 번 만났던 사람들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몇 번의 만남 덕분인지 이제는 그들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졌다.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방통대 학교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지루한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모임은 종료되었다.


방송통신대학교 학생들이니까 당연히 나이도 있고, 그에 따른 어른다운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다. 주요 관심사는 주식과 부동산이었다. 이런 주제는 사회의 일반적인 어른들이 고민하는 것과 같다. '주식은 어디에 투자하는 게 좋을까?', '나는 어디에 투자했는데 수익을 봤다.' 혹은 '아파트 어디를 샀는데 가격이 올랐다.' 등의 일상적인 사회의 대화들이 이어졌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문득, 이 자본주의 사회가 무서워지는 생각이 들었다. 돈만 벌 수 있다면 주식을 하든 부동산 투자를 하든 뭐든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 사회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서 주식 투자자가 필요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문제는 그 투자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그 회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투기성으로 마치 도박과 같이 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모든 게 투기다. 대한민국에는 도박쟁이들 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 도박으로 돈을 번 것이 무슨 자랑인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분명 손해를 보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텐데, 단지 본인들이 그 폭탄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자랑을 들을 때면 서글퍼진다. 또한, 그런 시세차익으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자녀들의 교육비에 투자하여 높은 수준의 학력을 가지게 하고, 다시 부의 세습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볼 때는 그냥 사회주의가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낙후된 지역에 대한 폄하였다. 치안이 불안하거나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고, 위험지역 같은 곳은 살지 않는다는 말을 서슴없이 할 때는 놀랍기까지 했다. 물론 그들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실제로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곳이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도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난한 자는 언제나 가난하고, 부자는 계속 부자가 되니, 가난한 자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이런 사회를 부정하는 사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물론 나도 돈이 싫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약간 서글펐다. 부자는 똑똑하다. 각종 세금 감면받는 방법이나, 어떤 종목이 상승장이고, 어디가 개발지역인지 다 안다. 또한, 자녀들 마저 어릴 때부터 경제 교육을 시켜놓아서 돈 관리에 철저하다. 이러니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기회를 준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공부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어려운 사람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각종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 어떻게 파헤칠지만 생각하는 것을 보면 이 나라의 국민이 맞는 건가 싶다. 내가 왕이고 대통령이면, 그런 이득만 노리고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설교하고 싶다.


어렸을 때 배웠던 "이웃사람과 잘 지내고 다 같이 잘 살자"라는 말이 기억난다.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지 말고, 다 같이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른은 아이들보다 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어른이 돼 보니까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이번 모임을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새로운 인연도 맺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문제점은 여전히 마음속 숙제로 남아 있다. 이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는 계기가 되었다.


끝.


방통대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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