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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Feb 15. 2024

택배 배달일지 18화 "두번째 물량전쟁"

물량전쟁

밤22시 이후 배달금지. 소화하지 못할 물량은 가지고 나가지 말것. 사전 조율을 통해 배달시간 조절하기.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도 하지 말것을 당부.


명절전에는 물량이 많다. 일명 설특수기이다. 설 선물 물건의 크기는 크기 때문에 차량에 많이 실을수도 없다. 그러니까 다 못싣는 사태가 벌어지면 다시 들어와서 물건을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게 하다보니 저녁22시를 넘기게 되는 것이다. 기사입장에서는 당연히 오래 배달하는게 싫다. 하지만 물량이 워낙많고 도와줄 사람없이 혼자 해야 한다면 배달을 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내구역의 아파트를 다른사람에게 돌리게 하고 난 번지만 주궁장창 해야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배달이 오래 걸리는것은 번지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오래걸리는 난코스 번지다. 시간은 오래 걸리고 배달효율이 나오지 않는 번지만 배달한다면 적자운영이 된다. 누구라도 손해보는 장사는 하고 싶지 않을테다.


고객 서비스를 위해 혹은 미래를 위해 감수 하라는 이야기는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당장의 내 시간이 아깝고 내 몸은 고생하고 그에 상응하지 못하는 대가를 받는다면 거래는 성립되지 못한다. 불공정한 거래에 응할수는 없다. 내 배달수량을 가져갈꺼면 번지를 가져가란 말이다. 물론 위 이야기는 내 이야기는 아니다. 내 주변 동료가 처한 상황에 나또한 느끼는 바를 적은 것이다. 내 구역도 형이 도와주니까 제 시간안에 들어오는 구역이다. 나와 그 친구의 차이는 그정도다. 혼자하면 애초에 넓은 구역이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사실 나는 더욱 일찍 들어와야 함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역이라 그정도 인것이다. 그러한 상황인데도 혼자한다면 22시 배송은 일상이 되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위에 계신분들은 무조건 그 친구의 역량이 부족하여 못해내고 있다고 판단하는것 같다. 택배를 4년이나 해온 경력자인데도 말이다. 물론 현재는 물량이 감소하는 추세라서 물건이 너무 많아 배송이 힘들다는 이야기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과거에도 새벽3시까지 배송했던 그의 전적은 또다시 미배달 사건이 발생해서 곤란을 겪게 될까봐 윗사람들은 걱정한다. "나는 분명히 전달했어", "시간을 넘기면 온전히 니탓 이라는 늬앙스는 동료로서 불쾌감마저 느끼게 한다. 분명 고객에게 배송이 늦어져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는 부분은 통감한다. 하지만 구역조정이라도 해서 구체적인 조정부터 해야지 무작정 아파트 빼앗고 니가 알아서해라 혹은 하지 못할꺼면 하지 마라 라는 식의 협박같은 말은 잘못된거 같았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못하면 하지마라 같은 강요는 얼마나 동료에게 모멸감을 주었을까 싶었다. 자신의 배송구역의 물건을 새벽3시까지 3일을 연이어서 해냈을 정도로 정신력이 강한 친구인데 안타까웠다. 사람에게 살갑게 구는 동료는 아니지만 열심히 하는 동료인데 마치 일을 못하는 사람처럼 대하는 모습은 씁쓸했다. 나라도 나서서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봐 줄것을 내 물건 챙기기 바빴다고 핑계 대어본다. 내일은 좀 더 말을 붙여봐야겠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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