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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May 26. 2024

택배 배달일지 시즌2 ""계약딜레마"

"계약 기사들의 고충과 회사의 과제"

재계약 협상이 곧 시작된다. 물가 상승에 따라 기사 입장에서는 수수료 인상을 기대하지만, 현실은 계약해지와 관련된 추가 사항이 더 많아졌다.


새로운 계약 조항에 따르면, 물량은 정해진 대로 받아야 하며, 계약자는 물건을 선별할 수 없다. 직영 직원들이 경조사로 빠질 경우 계약자가 이를 대체해야 한다. 또한, 물건을 받고 배달증을 바로 생성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계약해지 사유가 된다. 이러한 조치들은 기사들이 일을 제대로 못하면 계약해지를 빌미로 협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예를 들어, 물건을 받은 후 바로 배달증을 생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처음에는 왜 이런 조항이 추가되었는지 의문이었으나, 곧 어떤 동료가 물건을 하루 가지고 있다가 다음날 비슷한 지역에 한꺼번에 배달하던 일이 떠올랐다. 해당 배송지는 계단을 이용해야 해서 한번 올라가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일을 처리한 것이다.


물가 상승에 비해 수수료는 적어지고 몸은 고생하는 상황에서, 나름대로의 생존 수단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이런 행위가 문제되었기 때문에 조항이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물건을 선별하는 행위는 난코스나 고가의 제품, 착불 등의 물건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위험한 제품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그 규모가 커지면 문제가 된다. 나 역시 이러한 행위가 배송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회사도 이를 대응하기 위해 조치를 취한 것이다.


새로운 계약 조항은 기존 계약서에 없던 내용으로, 앞으로는 더욱 엄격하게 관리될 것이다. 물론 원칙대로만 하면 문제될 일은 없겠지만, 기사들이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왜 기사들이 배송 시간을 줄이기 위해 그런 일을 해야 할까? 고객들이 퇴근하기 전까지는 배송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물건이 늦게 오면 전화가 빗발치고, 배송이 늦어지면 퇴근 시간에 도로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또한, 배송 지역이 너무 넓어 1~2개를 배송하기 위해 먼 거리를 가야 하는 상황이다. 몇 천 원을 더 벌자고 기름값과 시간을 쓰는 것은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또한, 아파트 배송구역에서 이득을 보는 구조라면 납득하겠지만 그마저도 점차 직원들이 투입되는 구조로 바뀌어 가고 있다. 돈이 되는 알짜배기는 가져가고 돈 안 되는 지역만 배송해야 하는 실정에 불만이 쌓여가는 것이다. 게다가 계약자들끼리도 오래 일한 사람이 좋은 구역을 선점하는 행위로 일부 사람들은 더욱 손해를 보기 때문에 악마의 속삭임처럼 편법에 손을 대게 된다.


나 또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고 일하는 중이다. 오래 일한 사람들은 자신들도 버티고 이겨내서 얻은 자리라며 지키고자 하니, 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이 존속되어야 나 또한 후일에는 그들처럼 좋은 구역을 맡을 수 있기에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선점 행위가 회사와는 전혀 이야기되지 않은 부분이기에 서로 협의점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음에도 워낙 고여있었기 때문에 모르는 척 넘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근본적인 문제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재계약서 상에 아무리 조항을 넣어봤자 크게 변화될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어려운 수익 구조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회사와 기사가 함께 협력하여 지속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변화와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회사는 생존을 위해 계약 기사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점차 줄어드는 물량에 이탈이 이미 시작되었고, 같이 일을 도와주던 사람들은 저마다의 살길을 찾아 떠나고 있다. 내 옆 동료만 해도 벌써 자신의 물량을 다른 사람에게 조금씩 넘기며 일을 쉬고 있다. 쉬는 날에는 집에서 아이를 돌보거나 다른 일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이렇게 옥죄는 방식이 아니라 적절한 보상과 처우가 있었다면 그러한 강제 조항이 필요했을지 의문이다.


20년을 넘게 배송하신 분들도 있는데, 날이 갈수록 직영이 아니라는 이유로 계약해지 명목을 들어 그들을 쳐낼 생각만 하는 것 같아 아쉽다.


이 글을 통해 회사와 기사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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