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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Jun 20. 2024

택배 배달일지 시즌2 "돈벌이"

배송의 현실

날씨가 무더워지자 부쩍 주변 동료들이 구역 조정에 대한 이야기가 잦다. 내가 형과 함께 둘이서 배송을 하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배송이 빨리 끝나고 수량도 둘이 하기에는 적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구역 중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지역을 주고 싶은 것이다. 아니면 이미 과도한 자신의 구역을 덜어냄으로써 조금 여유를 찾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그들의 말처럼 배송 수량을 늘리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은 온전히 둘이 배송한다는 가정하에 그럴 뿐이지 혼자 한다고 생각하고 배정받은 내 구역은 구역을 할당하는 윗쪽 사람들에게는 다른 문제다.


윗사람들의 우려처럼 한 사람에게 몰려진 구역은 혹여나 나중에 그 사람이 그만둘 경우 구역 재조정을 하기가 매우 힘들며 아무도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그 지역을 담당하는 팀장이나 윗선들은 곤란한 처한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내가 소화를 하더라도 그들의 우려처럼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면 그러한 일이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구역 조정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전에도 자신의 아파트를 일부 떼어준다면서 팀장에게 자신 있게 그러한 점을 언급하며 조정한다고 내게 기정사실화될 것처럼 말하더니 묵묵부답이다.


그리고 다른 동료가 또 찾아와서 내가 이러한 이야기를 해도 내가 팀장에게 말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구역 조정이라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게 느껴진다. 해당 지역을 배송한다고 해서 내 지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히 우리는 계약을 해서 그 지역을 배송하고 있을 뿐이지 소유권을 주장한다거나 그곳이 내 것이라는 어떠한 권리도 없기 때문이다.


구역 조정은 어차피 윗선에서 정하기 때문에 이제는 누군가 제안을 해와도 팀장과 상의 후 이야기하라고 말한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내 지역은 시간당 몇십 개씩 뺄 수 있는데 네 구역은 어떠냐는 비교 질문을 받을 때면 곤란할 때가 많다.


물론 나도 구역 설정상 밀집되어진 구역이나 배송하기 용이한 곳이 당연히 좋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구역으로 서로 간의 서열관계 형성이나 그 사람이 그만두면 그곳은 내가 배송하러 간다는 대화를 들을 때면 서글퍼진다.


수량은 곧 돈이며 매달 몇 개를 했다는 식으로 얼마 벌었다라는 관점이 배송을 할수록 무력감을 느끼게 만든다. 나는 오늘 200개 배송하는데 다른 사람은 300개 400개를 하러 나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내가 일을 못 해서 적게 받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요즘은 날이 더워서 많이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기에 덜하지만 배달하기 좋은 날에는 마치 내가 경력이 안 되어서 일을 이것밖에 할 수 없구나라고 느껴질 때면 무기력해진다.


가끔 전화 오는 이모부는 아직도 그런 돈도 안 되는 구역을 배송하고 있구나라던가 구형 아파트 배송하느냐고 고생한다는 식으로 말을 하는 것을 들을 때면 약간 기분이 나빠진다. 물론 신축 아파트가 배송하기가 구형 아파트에 비해 엘리베이터가 빠르거나 주차나 비를 막아주는 곳이 많은 장점은 있지만 그런 비교가 옳은 건가 싶었다.


난 아직도 내 구역이 말도 안 되는 어려운 지역을 짬이 안 되어서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고 일을 하면 마음가짐이 계속 거기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여기게 된다.


물론 그들의 말처럼 효율이 나오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어려운 일이라도 그게 돈이 안 되더라도 할당받은 내 지역에 최선을 다하면 나만큼은 즐거운 마음에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굳이 힘든 구역을 하는 것을 내가 티를 내지 않아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상을 기대하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즐겁게 일하자가 내 컨셉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고 나를 위해서다. 힘든 일을 힘들다고 생각지 않고 재밌고 할 만한 일이라고 여기는 것 그게 더 내게 득이라고 여긴다.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 남에 대한 험담은 일절 사양하고 싶다. 듣고 싶지 않지만 귀가 열려 있으니 들을 수밖에 없지만 항상 마인드 컨트롤하며 지내고 있다.


일이 힘들 때는 부정적인 생각도 들지만 적어도 위와 같이 말한 내 마인드만큼은 지켜내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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