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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Jun 26. 2024

전 챔피언과의 사투3

시합 종결

땡!


종이 울렸다. 주흔의 피니시 공격은 소호에게 닿지 못한 채 이번 라운드는 끝났다. 경기장은 찬란한 조명 아래에서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소호는 흐르는 땀을 닦으며 숨을 고르려 했지만, 복잡한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판사판 최종전이다. 한 번의 전략에 승부를 걸자.**


소호는 마음을 굳게 먹고 마지막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반면, 주흔 진영에서는 코치가 주흔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왜 이렇게 질질 끄는 거야? 시작하자마자 끝내버려! 절대로 판정으로 가면 안 돼!"


"네, 알고 있어요."


주흔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이전 라운드에서 끝냈어야 했다. 약효가 떨어지는 게 느껴지고, 통증도 조금씩 오고 있었다.


라운드가 시작되자, 주흔은 전광석화처럼 달려들어 소호를 몰아붙였다. 레프트, 라이트, 어퍼컷 등 쉴 새 없는 주흔의 공격에 소호는 가드를 굳건히 한 채 버텨냈다. 관중의 함성 속에서 주흔의 주먹은 마치 철퇴처럼 날아들었지만, 소호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주흔의 오른손 스트레이트에 맞춰 소호가 크로스 카운터를 날렸다. 주흔의 얼굴에 주먹이 작렬하며 땀방울이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그러나 약물 덕에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주흔은 맞은 채로 다시 왼손 바디블로를 소호에게 가격했다. 소호는 복부에 충격을 받았지만, 이를 악물고 역공을 시작했다. 빠른 위빙과 함께 무차별적으로 주흔에게 펀치를 난사했다. 소호의 주먹은 마치 비처럼 쏟아졌고, 주흔의 얼굴과 몸에 연속으로 적중했다.


모든 공격을 무통으로 견디던 주흔의 움직임이 점차 느려지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의 눈동자에는 피로가 역력했다. 큰 공격을 가하던 순간, 이번에는 소호가 크로스 카운터를 맞았다. 주흔의 주먹이 소호의 턱을 정확히 가격하자 소호는 크게 휘청거리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재빨리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가 후들거려 쉽게 일어서지 못했다.


**이대로 카운트 내에 일어서지 못하면 경기가 끝난다.**


상대편 진영에서 수건이 날아왔다.


"땡땡땡!"


경기가 종료되었다. 소호가 승리했다. 주흔은 그 자리에서 넉다운 되었다. 약효가 끝난 것이다. 얼떨떨한 소호 앞에 주령이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 역시 소호의 승리에 만족한 모습이었다. 관중은 열광했고, 중계를 하던 캐스터와 해설자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새로운 복싱 천재의 등장입니다!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신인이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전 챔피언을 꺾는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해설위원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어쩌면 현 챔피언보다도 강하다고 평가받던 주흔을 이긴 것은 사실상 챔피언이 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보여준 실력대로라면 챔피언 벨트를 획득하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왜 공격을 적중시켜 놓고 상대 진영에서 수건을 던졌을까요?"


"글쎄요, 자세한 경위는 나중에 들어봐야 알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주흔의 의식이 없다는 것을 코치진이 먼저 알아챈 것 같습니다."


"네, 뭐 어찌 되었든 곧 챔피언이 될 것 같은 소호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도움 말씀 주신 해설자 박대영 해설위원 감사합니다. 저는 캐스터 김승현이었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경기장의 함성과 열기가 소호의 귀를 때렸다. 그는 마지막 라운드가 시작하기 전에 세웠던 전략을 되돌아봤다. 주흔의 상태에 의구심을 품은 소호는 그가 약물을 사용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급작스러운 경기 회복력,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표정, 상대의 수를 읽으려 하지 않고 급박한 공격, 이상한 시간 끌기 형태의 방어. 이 모든 과정이 소호를 결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강한 공격력에 마지막에는 쓰러질 뻔했다. 어쩌면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일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소호는 무언가 결심한 듯 주령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노트 바로 줘라. 가져왔겠지?"


"물론이지. 귀가하는 차 안에서 바로 주도록 하지. 그런데 복싱은 여기까지만 할 건가?"


"그래, 노트만 받으면 더 할 이유가 없어."


"좋아, 그럼 바로 기권 수속을 밟도록 하지. 그럼 이따 보자고."


"..."


모든 것이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소호의 긴장이 풀렸다. 그의 몸은 극도의 피로와 긴장으로 인해 비틀거렸다. 관중의 함성과 환호 속에서, 그는 차츰 의식이 흐릿해지더니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트레이너들이 급히 달려와 소호를 부축하며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주위의 소란과 함께 소호는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다음날, 병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소호의 눈꺼풀을 간지럽혔다. 그는 천천히 눈을 뜨며 침대에 누운 자신을 확인했다. 침상 옆 테이블에는 소호의 노트가 놓여 있었다.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엄청난 통증이 밀려들었다. 그럼에도 소호는 팔을 뻗어 노트를 집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노트의 차가운 감촉이 현실을 일깨웠다. 원본 노트인지 확인하고 있던 중 주령이 병실로 들어왔다. 주령은 정밀하게 노트를 보고 있는 소호에게 말을 걸었다.


"원본이 분명하니 의심은 안 해도 돼."


소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나는 내가 본 것만 믿어."


주령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훗, 그래 뭐 좋을 대로 해. 어쨌든 나도 마지막 인사나 할까 해서 왔어. 니 덕에 목적도 이뤘으니까 말이야. 아,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니가 쓰러뜨린 주흔은 아직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다는군."


소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래, 그럼 이제 꺼져. 너와는 더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노트를 돌려준 건 고맙군."


주령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래, 몸 조리 잘 하라고."


그 말이 끝나자 주령은 소호에게 90도로 인사하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당신 덕에 평생의 원수를 갚았습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급작스러운 상황 전개에 어안이 벙벙한 소호였지만 상대의 호의를 받아들이고자 무덤덤하게 답했다.


"그래 뭐... 어..."


그리고 주령은 머쓱한 듯 병실을 나갔다. 소호는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곧 노트를 다시 들여다보며 앞으로의 계획을 다짐했다. 노트에 담긴 모든 정보가 이제 그의 손안에 있었다. 소호는 이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 마음먹었다.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그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하는 듯 따뜻하게 느껴졌다.


다음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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