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호는 수원교도소 면회실에서 주령과 대면하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은 두꺼운 유리창은 서로의 표정을 선명하게 비추었고, 전화기를 통해서만 말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주령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고, 소호는 그를 노려보며 깊은 숨을 내쉬고 말을 꺼냈다.
"교도소에 있으면 안전할 거라고 믿어서 들어간 거야?" 소호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경멸이 서려 있었다.
주령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응시하며 대답했다. "안전은 모르겠고, 목적을 이뤘으니까 있는 것뿐이야." 그의 태도는 냉정하고 뻔뻔했다.
소호는 주먹을 꽉 쥐며 소리쳤다. "너만 목적을 이뤄서 끝낼 문제가 아니잖아!! 네놈들 모두 없애주마" 그의 분노는 유리창을 통해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주령은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큭큭, 이 방은 녹음이 된다고. 범죄를 저지르겠다고 공표하는 거야?"
소호는 그의 말에 더욱 분개하며 유리창에 손을 세게 치며 외쳤다. "크하하, 살인자와 면회가 이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줄 알아?" 그의 목소리는 면회실에 울려 퍼졌다.
주령은 냉담하게 말했다. "...마치 그들과 거래라도 한 것처럼 이야기하는군." 그의 말투는 소호를 조롱하는 듯했다.
소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래, 거래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너희 세력 다툼에는 관심 없어. 다만 네가 내 노트에 대해 그들에게 정보를 준 게 문제인 거지."
주령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건 내 자유야." 그의 말에는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소호는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러니까 나도 내 자유대로 할 거야."
주령은 냉담하게 말했다. "유치하군."
소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유치하고 비꼬였다고 생각해. 여태까지는 네가 해달라는 대로 해줬으니,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걸 보여주려고 해."
주령은 무관심하게 말했다. "관심 없어."
소호는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그래, 하지만 곧 관심이 생길 거야. 그때가 되면 무릎 꿇고 빌어도 소용없을 거야."
그 말을 끝으로 소호는 유리창 앞 탁상에 놓인 노트를 꺼내 펼쳤다. 그는 천천히 노트에 적힌 내용을 낭독했다. "좋아하는 일에는 노력이 필요 없다."
그 말을 마치고 소호는 노트를 다시 품속에 넣었다. 그의 눈빛에는 결의가 담겨 있었고, 주령은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봤다. 소호는 마지막으로 주령을 한 번 더 노려보고, 의문의 미소를 지으며 면회실 문을 열고 나갔다. 면회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면회실에 울려 퍼지며, 두 사람 사이에 긴장감이 가득한 채로 대화가 끝났다.
밖으로 나오자 브라이언이 그를 데려가기 위해 차를 대고 차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무표정으로 나오는 소호에게 친근함을 내보이며 말을 걸었다.
"이야기는 잘하셨나요? 이제 일하러 바로 가시겠습니까?"
"어차피 다 들었을 텐데 뭘 묻는 거야?"
브라이언은 급작스러운 반말에 약간 당황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유지해 말을 이어나갔다.
"좋아하는 일에는 노력이 필요없다는 말은 왜 한겁니까?"
"그건 네가 알 필요없어."
"워 워 진정하세요. 우린 이제 한팀이에요.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일이 많단 말이에요."
"너는 일정만 잡고 운전이나 해. 다른 거 할 필요없으니까."
브라이언은 삐딱하게 나오는 소호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목적을 위해 한 수 물러나는 쪽을 택했다. 차에 타시라고 말을 걸려던 순간 이노우에 형사가 나타났다.
"이봐요 소호 씨, 잠깐 이야기 좀 하시죠."
그의 부름에 소호는 더욱 신경이 날카로워져 매섭게 쏘아 붙였다.
"왜 왔냐, 조직의 하수인아. 또 속여 먹으려고?"
이노우에는 소호의 급변한 성격 탓에 당황했지만 자신의 의사를 피력했다.
"아니 소호 씨, 갑자기 왜 이러는 거예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호가 이노우에를 향해 돌진했다. 전 챔피언과 싸웠을 때보다 움직임이 더 빨라진 듯했다. 그리고는 몇 번의 훼이크 동작 후 이노우에에게 바디블로우를 가격했다.
"크헉."
그 일격을 맞은 후 이노우에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소호는 이노우에게 냉소를 퍼부었다.
"아무리 복싱을 했어도 총 앞에서는 무력하다고 다시 지껄여봐! 건방진 형사 새끼야."
브라이언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쓰러진 이노우에와 소호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때 소호의 얼굴에 음산한 미소가 번졌다. "이제 내 말을 들을 차례야, 브라이언."
브라이언은 주저하며 물었다. "이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소호는 차에 올라타며 말했다. "출발해. 우리가 가야 할 곳이 있어."
브라이언은 말을 잇지 못한 채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긴장감이 감도는 차 안에서,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목적지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폐공장 지대였다. 소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빠르게 움직였다. 브라이언은 그를 따라가며 물었다.
"여긴 왜 온 겁니까?"
소호는 잠시 멈춰 브라이언을 쳐다보았다. "네가 알 필요없다."
브라이언은 초조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우린 한 팀이라고 했잖아.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 거 아니야?"
소호는 냉소를 머금은 채 답했다. "넌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브라이언은 소호를 뒤쫓아가며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그러던 중 소호는 갑자기 멈춰서서 브라이언을 노려보았다. "넌 날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왜 아직도 모르냐?"
브라이언은 침묵을 유지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소호는 주먹을 쥐고 브라이언에게 달려들었다. 브라이언은 소호의 움직임을 예측하며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소호의 속도와 힘은 압도적이었다. 몇 번의 훼이크 동작 후, 소호는 정확한 어퍼컷을 날렸다.
브라이언은 바닥에 나가떨어졌다. 소호는 그 위에 서서 총을 꺼내들었다. "니가 날 죽이려면, 좀 더 연습이 필요할 거야." 소호가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브라이언은 주저앉으며 소호를 올려다보았다. 소호는 브라이언의 머리 위로 총을 겨누고 조용히 말했다. "넌 이제 내 말 잘 들어야 해. 알겠지?"
브라이언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다."
소호는 브라이언을 한참 동안 노려보다가 총을 내려놓고 걸어나갔다. "출발해. 다음 목표로 가자."
두 사람은 다시 차에 올라타고 어두운 밤길을 달려갔다. 소호의 눈빛에는 결의가 가득했고, 브라이언은 침묵 속에서 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