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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Jul 17. 2024

10화 결정의 순간

주체와의 대면

소호는 브라이언과 함께 어두운 건물 입구로 들어섰다. 브라이언의 얼굴은 당황으로 일그러졌고, 그는 소호에게 돌아가자고 간절히 요청했다. 하지만 소호는 단호하게 들어가라고 지시했다. 그 순간, 대기 중이던 경비원들이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어떤 용무로 오셨습니까?" 경비원이 차갑게 물었다.



"주체 나오라고 해," 소호는 단도직입적으로 대영그룹 대표이사를 찾았다. 경비원들은 잠시 당황했지만, 브라이언을 보더니 무언가 속삭였다. 곧 한 경비원이 브라이언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말했다.



브라이언이 소호에게 고개를 돌렸다. "잠시 나만 들어갔다 와야겠군. 전할 말이 있으면 나에게 말해."



소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1:1 대면을 원한다. 비공개로 대화할 거야. 그리고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해도 좋다고 전해."



브라이언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경고했다. "그의 심기를 거슬러서 좋을 건 없어."



소호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내 시계는 이제 곧 정각을 향해 가고 있어. 한 번만 더 내 말에 토를 달면, 교섭은 없는 걸로 될 거야."



브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돌아섰다. "잠시 기다려라." 그는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소호는 긴장된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 어두운 건물 외벽은 오래된 벽돌로 이루어져 있었고, 주위는 적막했다. 먼 곳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경적 소리만이 긴장된 공기를 깨고 있었다. 그의 결의에 찬 표정만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차 안에서 브라이언을 기다리던 소호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 순간, 낯선 사내가 차로 다가왔다. 건장한 체격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그는 소호의 앞에 섰다.



"내려."



"...뭐야, 난 잔챙이는 상대 안 하니까 꺼져."



그러자 사내는 강제로 문을 열고 소호를 끌어내리려 했다. 당황한 소호는 반대쪽 문으로 급히 내렸다. 그러나 사내는 재빠르게 뒤따라왔다. 소호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주먹을 날렸지만, 상대는 그의 주먹을 피하고 화려한 위빙과 함께 반격했다. 유효타는 나지 않는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소호는 중얼거렸다.



"내 실력은 챔피언을 때려잡은 실력인데, 왜 이런 듣도 보도 못한 놈 따위가 내 주먹을 피하고 반격까지 하는 거지?"



"나도 챔피언이니까. 이름은 로키다."



"...? 그게 누군데?"



"복서를 했다면서 세계적인 선수의 이름도 모르다니 어처구니가 없구나. 하지만 실력만큼은 인정해 주마."



"니가 뭔데 날 인정해!"



소호는 다시 로키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지난번에 주령에게 배운 기술을 써봤다. 레프트, 라이트, 훅, 잽에 이은 피니쉬 리버 블로우가 로키에게 작렬했다. 그러나 소호는 불쾌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안에 방탄복이라도 입은 모양이네?" 소호가 물었다.



로키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방탄복이 가드가 될 것 같나? 내가 맞고도 서 있는 건 방탄복 때문이 아니야. 단련된 내 몸이 이 모든 타격을 흡수하는 거지."



"복서가 글러브 없이 주먹을 휘두르면 징계 사유지."



"이제 와서 징계 따위가 두려울 것 같나?"



"그래, 진정한 복싱은 맨손이지. 펀치력을 약화시키는 글러브는 연습용이지."



"너 같은 건 글러브를 끼고도 박살낼 수 있어."



긴장이 극에 달한 순간, 주변의 모든 소리가 멈춘 듯했다. 어두운 골목길에서 두 남자의 격돌이 계속되었고, 소호의 눈빛은 점점 더 매섭게 빛났다. 로키의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 둘 사이의 긴장감은 팽팽했다.



주고받는 펀치 속에 결국 로키에게 기회가 왔다. 그의 주먹이 소호의 턱을 향해 날아들었고, 소호는 순간적으로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대로 끝내려는 로키의 주먹이 막 떨어지려는 순간, 브라이언이 달려와 싸움을 만류했다.



"그만들 두세요! 회장님 승인이 떨어졌습니다. 소호를 회장님과 대면시켜야 합니다. 로키 씨, 이해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로키는 주먹을 거두며 한숨을 내쉬었다. "흥, 얼마나 대단한가 보러 왔는데 별거 없네."



브라이언이 소호를 일으켜 세웠다. 소호는 로키를 매섭게 노려보았지만, 더 이상의 충돌은 피하기로 했다. 그들은 긴장이 가득한 골목을 지나 다시 건물로 향했다. 모든 것이 정리되는 순간, 소호는 브라이언에게 말했다.



"다음번엔 이런 놈들을 상대할 일이 없도록 해라. 내가 찾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니까."



"흥, 내가 와서 말리지 않았으면 넌 거기서 로키의 주먹을 맞고 뻗었을 거야."



"내가 그런 솜주먹에 뻗을 정도로 약해 보였냐?"



"알 수 없는 거지."



"..."



그들의 대화는 계속되었고, 결국 대영그룹 회장 주체의 방에 들어섰다.



"똑똑똑, 회장님. 소호를 데려왔습니다."



"들어와."



소호와 브라이언은 주체를 대면했다. 주체는 회장이라는 직함에 어울리지 않게 젊고 중후한 느낌을 지닌 인물이었다. 운동으로 단련된 듯한 다부진 몸과 정장은 그의 위압감을 한층 더했다. 소호를 본 주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 나를 만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해보게."



"당신과 주령, 주흔 모두 형제지간이지 않나. 왜 자꾸 나를 형제들의 싸움에 개입시키는지 묻고 싶어서 왔다."



그 말에 브라이언은 흠칫 놀랐다. 세 사람의 성이 같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들의 관계를 아는 것은 극히 소수였기 때문이다. 브라이언은 소호가 얼렁뚱땅 때려맞춘 거라 생각하며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주체의 말에 브라이언은 놀라고 말았다.



"그래, 주령, 주흔, 그리고 나. 우리는 세 형제지. 그리고 현재 우리는 서로 적이야. 하지만 나는 너를 개입시킨 적이 없어. 널 이번 시합에서 처음 보았지. 하지만 너의 실력에 흥미가 생긴 건 사실이야."



"거절하려고 왔다."



"그것에 대해서는 브라이언이 충분히 언급했을 텐데."



"3자는 필요 없어. 당사자한테 직접 거부의사를 밝히는 것뿐이야."



"자네는 주흔을 시합에서 이겼지. 그것만으로 그의 의지를 이어 복싱을 계속해야만 해."



"복싱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야."



"그래, 연기가 네 주 관심사라 했지. 잘 알고 있어. 챔피언까지만 같이 하자고. 이후에는 강요 안 한다고 약속하지."



"동생이나 형이나 말하는 게 똑같군."



"우린 주흔을 잃음으로써 피해가 큰 입장이지.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먹여살려야 할 식구들이 많다는 말이야."



"그런 이유로 내가 설득될 것 같아?"



"이봐, 소호씨. 당신은 이미 복싱에 발을 담근 입장이야. 도망칠 수 없다고. 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단 말이야. 그 사람들한테 보상할 수 있어?"



"그건 억지야. 난 잘못한 게 없어."



"그럼 이렇게 말해주지. 넌 상세한 정보를 원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주흔의 패배로 인해 주흔과 관련된 매니저, 트레이너, 광고주, 그 집의 집사, 청소부, 건물주까지 모두 네가 복싱을 시작하지 않으면 제거될 거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결의에 찬 주체는 서랍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그러더니 근처에 있던 브라이언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놀란 브라이언은 주체에게 살려달라며 빌었다.



"용서해 주십시오, 회장님."



주체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한번만 더 물어보마. 할 거야 안 할 거야?"



그의 중저음으로 낮게 깔리는 목소리는 더욱 위압감을 주었다. 소호의 대답에 따라 브라이언의 목숨이 달려 있었다. 소호는 브라이언에게 아무런 애착이 없었지만, 사람의 목숨을 파리목숨처럼 여기는 주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거절하면 브라이언은 즉시 제거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좋아, 한다 해. 니네가 원하는 거 다 해줄게. 어디 갈 때까지 가보자."



소호의 대답에 주체는 브라이언에게 겨누었던 총을 내려놓았다.



"후후 좋아. 계약 성립이군. 자 이제 사업 이야기를 좀 해보자고."



기분이 좋아진 주체는 방안의 비서에게 차를 내오라고 손짓했다.



이윽고 구체적인 방안과 시나리오에 대해서 주체가 주절주절 설명했다. 소호는 어쩌다 자신이 이런 계획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사람 한 명 살린다는 일념하에 듣고 있었다.



"이상이 내가 계획한 사업 시나리오야. 어떤가?"



"대체 이런 터무니없는 계획을 왜 세운 거야..."



방안에 같이 있던 브라이언조차 회장의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기에 소호와 마찬가지로 난색을 표했다.



"자네들은 이미 내 계획을 다 들었어. 이건 우리 회사에서는 최상위급이 아니면 모르는 사실이지. 이걸 이야기한 순간부터 우린 이제 한배를 탄 거야."



소호는 주체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주체의 계획에 대해 비판적이었지만 다른 수가 없었다.



"좋아 그럼 나도 조건이 있어."



"말해보게."



"내가 챔피언이 되면 더는 나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해. 혹여나 다른 누군가가 또 거래를 하려고 들면 대영그룹 전체가 저지하도록 해."



"좋아 약속하지."



"그럼 너의 계획을 실현시키기 전에 아까 맞붙었던 로키라는 사내와 대결 시켜줘."



"그거 좋지. 안그래도 나도 궁금하던 참이었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말이야."



"맨손 대결로."



"? 와하하 그래 그정도 포부는 있어야지. 좋아 날짜만 정해."



"지금."



"크크큭...그래 그럼 이 회사 체육관에서 하도록 하지. 임비서! 준비해 놓아."



"네, 회장님. 준비해 놓겠습니다."



소호와 로키는 체육관으로 이동했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이내 격렬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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