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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Jul 31. 2024

12화 브라이언의 한수

어둠속의 제안

브라이언은 창밖으로 어슴푸레하게 드리운 석양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의 머릿속에는 소호와 로키의 격렬한 싸움 장면이 끊임없이 맴돌았다. 소호는 싸움에서 놀라운 기술을 보여주었지만, 그가 특히나 자신의 노트에 집착하는 모습은 브라이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노트에 담긴 비밀은 무엇일까? 그리고 왜 소호의 싸움 스타일은 갑작스럽게 변했을까?

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브라이언은 감옥에 갇혀 있는 주령과의 면회를 결심했다. 주령은 소호의 과거와 그 노트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옥으로 향하는 길, 브라이언의 발걸음은 무겁고도 결의에 차 있었다. 감옥 앞에 도착했을 때, 그는 웅장한 철문과 엄중한 경비에 잠시 멈칫했다. 그러나 곧 마음을 다잡고 면회실로 향했다.



면회실은 음산한 분위기에 싸여 있었다. 좁은 공간에 놓인 쇠창살 사이로 주령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서서히 드러났다. 그는 손에 쇠사슬을 찬 채, 차가운 눈빛으로 브라이언을 바라보았다.



"여길 왜 왔지?" 주령의 목소리는 냉담했다.



브라이언은 단호하게 답했다. "소호의 노트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왔지."



주령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감이지만 난 그의 노트에 대해 어떤 것도 알지 못해. 다만 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그가 노트를 아주 소중히 여긴다는 점 뿐이지."



"복사본이라도 있나?" 브라이언이 물었다.



"있지. 하지만 복사본은 그에게 별로 의미가 없다고 하더군. 하지만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건 분명해. 원한다면 주도록 하지." 주령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디에 있나?"



"내 사무실 PC에 복사본이 있어. 출력한 것도 있을 테니 그걸 보면 되겠군. 하지만 별로 소득은 없을 거야."



"왜지?" 브라이언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 노트에는 자기계발에 관련한 문구들만 있을 뿐이니까. 특별한 건 없었어... 내 생각에는 그가 그냥 소중히 아끼는 물건 정도로 생각하면 될 거야."



브라이언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복사본을 가져가도록 하지."



주령과의 대화를 끝낸 브라이언은 그 즉시 그의 집을 방문해 노트의 복사본을 획득했다. 그리고는 그 내용들을 펼쳐 보았다. 하지만 주령의 말처럼 그 책에는 온갖 자기계발에 관련한 내용만 기재되어 있을 뿐, 특별한 내용은 없어 보였다.



"대체 이딴 게 왜 소중한 거지?" 브라이언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복사본 노트를 덮었다.



노트를 덮고도 여전히 소호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브라이언은 더욱 깊은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이내 결의를 다지며 다시 한 번 소호와의 대화를 시도하기로 마음먹었다. 노트에 담긴 진정한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그는 포기하지 않을 태세였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있을 때, 휴대전화가 울리며 화면에 '대영그룹 회장 주체'라는 이름이 떴다. 브라이언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전화를 받았다.



"네, 무슨 일이십니까?" 브라이언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주체 회장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냉철하고 권위적이었다. "자네 요새 소호의 뒤를 캐고 다닌다면서?"



"네, 그의 비밀을 알고 싶어 조사하는 중입니다." 브라이언은 최대한 침착하게 답했다.



"조사한 내용을 알고 싶어 전화했다네." 회장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깃들어 있었다.



"아직 이렇다 할 정보는 얻지 못했습니다. 추후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브라이언은 신중하게 대답했다.



"좋아. 하지만 이건 명심해. 난 이번 대회에서 소호가 챔피언이 되는 게 목적이야. 괜히 긁어부스럼 만들어서 방해하는 건 원치 않는다고. 그러니까 소호의 심경 변화가 생기지 않도록 유의해서 하란 말이야."



"네, 명심하겠습니다." 브라이언은 엄숙하게 답했다.



통화가 끝나자 브라이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회장 역시 소호의 노트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회장과의 통화 이후, 소호에게 직접적으로 묻는 것은 피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매사에 신중한 회장이기에 비밀은 알고 싶어하지만 목적을 위해 참는 듯한 모습이었다.



브라이언은 다시금 결의를 다지며, 노트의 진정한 비밀을 밝히기 위한 다음 단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소호의 내면과 그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깊은 욕망을 느끼고 있었다.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된 셈이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소호의 시합 일정이 잡혔다. 한간에서는 벌써부터 전 챔피언이었던 주흔을 이기고 올라온 그의 실력에 이미 소호가 챔피언이 되는 것은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보도했다. 기사들은 그의 탁월한 기술과 전략적 사고를 찬양하며, 소호가 새로운 시대의 챔피언으로 등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상대는 랭킹 2위인 빌리였다. 빌리는 주흔과 오랜 세월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들은 수많은 경기에서 맞붙으며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지만, 주흔이 죽고 난 후 상황은 달라졌다. 빌리는 주흔과의 싸움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그의 죽음은 빌리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제 그는 주흔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라도 소호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복수심에 불타올랐다.



빌리는 주흔을 잃은 후, 자신이 직접 소호를 쓰러뜨려야 한다는 결심을 굳혔다. 그의 훈련은 더 가혹해졌고, 그는 오직 소호를 이기는 것만을 목표로 삼았다. 그에게 이번 경기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선, 주흔에 대한 마지막 의리이자 복수였다.



빌리는 한적한 공원에서 아침 러닝을 즐기고 있었다. 공원의 나무들은 푸르름을 더해가고, 새들은 지저귀며 맑은 공기를 가득 채웠다. 빌리는 땀을 흘리며 리듬에 맞춰 달리고 있었고, 러닝의 피로를 날려버리는 상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낯선 남자가 빌리에게 다가왔다. 그는 주름진 얼굴에 강인한 눈빛을 가진 중년 남자였다. 그 남자는 빌리를 멈춰 세우더니 조용히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주흔의 트레이너 브라이언입니다. 이번 경기 상대인 소호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잠시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빌리는 순간 긴장했지만, 상대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관심이 생겼다. 주흔의 트레이너라면 분명히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터였다. 빌리는 잠시 망설였지만, 경기 준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어디서 이야기할까요?" 빌리가 물었다.



트레이너는 공원 입구 근처에 있는 아담한 카페를 가리켰다. "저기 카페로 가시죠. 조용하고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겁니다."



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트레이너와 함께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 도착하자, 트레이너는 한쪽 구석의 조용한 테이블로 빌리를 안내했다. 따뜻한 차 향이 가득한 카페는 아늑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서로 마주 앉자, 트레이너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소호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많으실 겁니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빌리는 차 한 모금을 마시며 트레이너의 말을 집중해서 들을 준비를 했다. 이 대화가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좋습니다. 제시하시는 정보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대가 또한 지불하겠습니다."



그러자 브라이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돈을 벌고자 정보를 제공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저의 필요에 의해 제공하는 것입니다."



"흠, 알겠습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소호는 젊은 신인입니다. 복싱 경력도 없고 이번에 처음 들어온 신출내기이지만, 전 경기를 보셨다시피 유망주를 이겼고, 이내 전 챔피언이었던 주흔마저 무너뜨리는 쾌거를 이루었죠."



"네, 그런데요?"



"빌리 씨,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신인이 그렇게 급격하게 이기고 올라올 만큼 이 세계는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가 약물이라도 사용했다는 이야기인가요?"



"아뇨, 약물 그 이상이 있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근거가 있나요?"



"네, 주흔은 그 경기에서 신종 약물인 EPA를 복용한 상태였음에도 그에게 패배한 것이 근거입니다."



빌리는 순간 긴장했다. EPA는 신종 약물로, 빌리 또한 그런 약을 구해서 복용하면 챔피언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유혹이 있었지만, 강력한 부작용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약물이었다.



"브라이언, EPA를 사용하면 질 수 없습니다. 증거가 있습니까?"



브라이언은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제가 줬습니다. 패배하면 우리 회사는 망하는 게 기정사실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주흔을 설득해 약물 복용을 권고했고, 잠시 동안 약의 힘으로 강해진 주흔은 승부를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 서둘렀지만 결국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의 이야기에 빌리도 주흔과 소호의 격투를 회상했다. 분명 겉으로 봤을 때는 약의 복용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었지만, 주흔의 평소 성향이라고만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 분명히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힘이 빠질 법도 했는데 후반부에 더욱 강해진 것이 이상한 건 사실이었다.



브라이언은 계속해서 설명했다. "소호가 약물을 사용한 게 아니라면, 그의 훈련 방식이나 기술이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찾아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당신에게 달려있습니다. 깨끗하게 싸울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할지."



빌리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정정당당하게 싸우고 싶었지만, 소호의 강력한 능력 앞에서 약물의 유혹은 점점 커져갔다. 빌리는 결정을 내릴 시간이 필요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결정할 시간을 좀 주세요."



브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서둘러 주세요.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요."


다음화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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