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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Aug 07. 2024

13화 소호 vs 빌리

회장의 분노 앞에 선 브라이언

빌리의 라이트 펀치가 소호의 왼쪽 옆구리를 정확히 가격했다. 소호는 옅은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움츠렸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빌리는 전광석화 같은 연타를 퍼부었다. 그의 펀치는 발에서부터 시작해 허리와 팔을 거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소호의 신체에 꽂혔다. 펀치 하나하나에 실린 무게감은 상상을 초월했고, 소호는 그 압도적인 힘에 반응할 틈도 없이 연속으로 타격을 입었다.


1라운드가 시작되자마자 소호는 전혀 반격을 하지 못한 채 가드만 굳건히 올리고 빌리의 공격을 막아내려 했다. 그러나 빌리의 펀치는 너무나도 빠르고 강력해 소호의 방어를 무너뜨렸고, 결국 소호는 밀리는 상황을 면치 못했다. 빌리의 공격은 마치 폭풍우처럼 거세게 몰아쳤고, 소호는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듯했다. 매 순간 빌리의 주먹은 소호의 약점을 정확히 파고들었고, 소호는 그저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힘겨워 보였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과 고통이 서려 있었고, 숨은 점점 가빠졌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고, 뇌리에 퍼지는 혼란 속에서 그는 그저 빌리의 주먹을 피하려 애썼다.


1라운드가 종료되고, 각자의 코너로 돌아갔다. 소호는 허탈한 표정으로 자신의 코너에 몸을 맡겼다. 브라이언이 코치로서 소호에게 다가와 상황을 물었다.


"왜 이렇게 맞기만 하는 거야? 그 잘난 자신감 다 어디 갔어? 이 경기 그냥 질 거야?" 브라이언은 빌리를 강하게 만들어준 장본인이면서도 시치미를 떼고 소호에게 거들먹거렸다. 하지만 소호는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 그의 눈은 초점을 잃었고, 입술은 새파랗게 질렸다. 그리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너무 강해... 앞선 상대들이 어린애라고 생각될 정도로 너무 강해..."


정신이 나간 것인지 주절대고 있는 소호를 보면서 브라이언은 내심 이 경기는 이제 끝난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소호의 눈빛은 이미 패배의 그림자로 가득 찼다. 브라이언은 소호를 등지고 반대쪽 코너에 있는 빌리를 보며 소호가 보지 못하는 틈을 타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한 그의 액션을 빌리도 확인했는지 멀리서 비웃어 보였다. 빌리의 표정에는 자신감과 승리의 기쁨이 서려 있었고, 브라이언은 그 모습을 보며 이번 경기는 이미 승패가 결정났다고 느꼈다. 소호의 몸과 마음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소호는 겁이 났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여기서 도망칠지 아니면 그냥 맞은 다음에 기절할까 고민 중이었다. 압도적인 힘 앞에 소호는 이전 경기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코치도 매니저도 관중도 모두 적으로 느껴졌다. 이 세상에 내 편은 없고 나 혼자 홀로 맞서 싸우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가슴은 공포와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냥... 질까... 이렇게 강한 상대한테는 져도 되지 않나?" 소호는 마음속으로 합리화하고 있었다. 그 생각은 점점 그의 마음을 잠식했고,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는 점점 더 깊은 절망 속으로 빠져들었다. 승리에 대한 열망은 이미 사라졌고,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압도적인 공포와 패배감이었다. 소호는 자신이 더 이상 싸울 힘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순간 그는 스스로에게 패배를 인정했다. 이 경기는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소호가 전의를 잃은 채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빌리의 폭풍 같은 연타가 시작되었다. 1라운드 때와 마찬가지로 소호는 두들겨 맞는 샌드백 신세였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기장에는 소호의 신음소리만이 지속적으로 들릴 뿐이었다. 그의 가드가 점점 더 무거워지고, 발은 모래주머니를 단 듯 움직임이 둔해졌다. 빌리는 빈틈을 놓치지 않고 소호를 더욱 거세게 몰아붙였다. 매번 주먹이 소호의 얼굴과 몸에 닿을 때마다 소호는 한 발짝씩 뒤로 밀려났다.


소호의 시야는 흐려지고,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다. 그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저절로 반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이미 그의 정신은 그 자리를 떠난 지 오래였다. 빌리의 마지막 어퍼컷이 날아오는 찰나에 구원처럼 느껴지는 2라운드 종료의 종이 울렸다. 소호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온몸은 고통과 절망으로 가득 찼고, 그 순간 그는 자신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소호가 1, 2라운드 내내 얻어맞는 것을 관중석에서 보고만 있던 대영그룹 회장 주체는 비서에게 의문을 제기했다. "빌리라는 상대편은 주흔보다 약하거나 비슷한 정도 아니었나? 오늘 보니까 엄청 강하네?" 회장이 의문을 제기하자 비서는 신중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알아볼까요?"


"아니 그냥 그럴 필요 없어. 소호가 여기서 패배한다면 그걸로 그의 사용 가치는 끝나는 거니까."


"네."


챔피언이 될 거로 예상했던 회장에게 지금의 소호의 모습은 허탈감과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더 보고 있는 것도 고문이었지만 곧 승부가 날 것 같아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3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이번 라운드도 마찬가지로 빌리는 소호를 두들겨 팼다. 하지만 그의 펀치력은 점점 약해졌다. 약의 효과가 끝난 것인지 주흔 때와 마찬가지로 급격히 체력이 저하되기 시작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빌리가 소호를 두들겨 팬 것 같았지만, 소호는 왜인지 모르게 소리를 내지 않았다.


라운드가 종료되고 다시 코너로 돌아갔다. 예상과는 다르게 상황이 흘러가자 브라이언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표면적으로는 소호에게 화이팅하라면서 격려를 하는 척했다. 그러자 소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휴, 겨우 버텼네... 질 뻔했잖아..."


브라이언은 안색이 나빠졌다. 멀리서 반대쪽 코너에 있는 빌리의 상태를 보니 완전히 맛이 가기 직전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소호는 숨을 고르며 자신의 상황을 다시 되새겼다. 비록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빌리의 펀치가 약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그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번 라운드가 기회일지도 몰라.'


소호는 몸을 일으키며 마음속의 두려움을 떨쳐냈다. 비록 고통과 공포가 그의 몸을 지배하고 있었지만, 그는 그 속에서 다시 한번 싸울 힘을 찾아내려고 했다. 4라운드가 시작될 준비가 되었고, 소호는 자신이 다시 일어설 준비가 되었음을 느꼈다. 빌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겹게 버티는 것을 보며, 그는 싸움의 끝을 향한 새로운 희망을 품고 링에 올랐다.


심판이 시작을 알리는 종을 울리려는 찰나, 빌리가 갑자기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더니 그 자리에 무너지듯 쓰러졌다. 소호는 놀란 눈으로 빌리가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빌리는 그 자리에 무너지듯 쓰러졌고, 링 위에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누워 있었다. 심판이 급히 다가가 빌리의 상태를 확인했다. 경기장은 일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관중들은 숨죽이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심판은 빌리의 팔을 들어 올렸다가 놓았지만, 빌리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의사가 링 위로 올라와 빌리의 상태를 살폈고, 그의 얼굴에는 심각한 표정이 드리워졌다. 그 순간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키며 손을 들어 소호의 승리를 선언했다.


소호는 자신이 승리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멍한 표정으로 링 위에 서 있었다. 그의 몸은 여전히 고통과 피로로 가득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기쁨과 안도가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살아남았고, 이겼다.


관중석에 앉아 있던 대영그룹 회장 주체도 이 상황에 충격을 받은 듯 무표정한 얼굴로 비서에게 말했다. "이렇게 이길 거라고는 예상 못했군. 임 비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


"네, 회장님."


경기는 소호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시종일관 맞기만 하고 방어만 하다가 이겼기 때문에 여전히 패널이나 기자들은 의구심을 가득 안은 채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떻게 때린 쪽이 갑자기 쓰러질 수가 있냐?"


"빌리가 평소에 지병을 앓고 있지도 않았다."


"약물 사용한 거 아니냐?"


많은 의혹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소호와 브라이언이 서로 대면한 채 심각해 보이는 얼굴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약물을 이용해서 날 이기고 싶었냐?" 소호가 물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 브라이언이 대답했다.


"척하면 척이지. 똑같은 약인 거 같던데."


"생사람 잡지 마. 내가 그런 짓을 왜 하겠어. 너의 승리가 내 앞날을 보장해 주는데 말이야."


"그러게 나도 궁금하네. 네가 왜 그랬는지!"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소호의 움직임에 브라이언은 살짝 겁을 먹었는지 손사래를 치며 굽실거렸다.


"진짜 아니야.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솔직히 널 이기고 싶은 사람이 한 둘이겠어? 나 아니야. 제발 믿어줘."


소호는 브라이언이 의심스러웠지만 증거가 없기에 더 이상 캐물을 명분이 없었다.


"그런 약물 써도 나 못 이겨. 제발 정신 좀 차려," 소호는 브라이언에게 훈계하듯 다그쳤다. 그때 갑자기 방문이 열리면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다수의 인원과 임 비서, 그리고 대영그룹 회장 주체가 들어왔다.


"여어, 승리를 축하하네. 이제 챔피언을 잡으러 갈 일만 남았구만. 근데 왜 이렇게 잡음이 많이 들리는 걸까? 설명 좀 해보겠어?"


웬지 모를 비꼬는 언사와 함께 주체는 소호를 쳐다본 후 다시 브라이언을 노려봤다.


"그냥 제 실력대로 붙게 놔두지 왜 쓸데없는 짓을 해가지고 일을 크게 벌려!" 주체는 화가 났는지 브라이언에게 일갈했다.


"회장님, 제가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믿어주십시오," 브라이언은 이번에 주체에게 애원했다.


"말로는 안되는 놈이로군 끌고 가" 그의 지시에 검은양복을 입고 있던 사내 둘이 브라이언을 끌고 나갔다.


그리고 나머지 인원들도 모두 내보낸후 방에는 회장과 임비서 소호 세 사람만이 남았다.


다음화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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