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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Jun 19. 2024

6화 전 챔피언과의 사투 2

치열한 링위의 전투

주흔의 오른쪽 스트레이트가 번개처럼 날아오자, 소호는 즉각 반응했다. 그는 몸을 낮추며 유연하게 허공을 가르며 펀치를 피했다. 주흔의 주먹이 머리 위를 스치듯 지나가자, 소호는 바닥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곧바로 반격을 준비했다. 순간의 긴장감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고, 두 사람의 치열한 움직임에 관중들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왼손으로 거리를 재는 듯 보이지만, 오른발이 앞으로 나오고 있다. 틀림없이 강력한 왼손 어퍼컷을 준비하고 있다."



소호는 주흔의 의도를 간파하고, 들어가는 척하며 깊숙이 파고들지 않았다. 주흔도 소호의 속임수를 눈치채고, 그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인파이팅 스타일로 전환했다. 이에 소호도 같은 인파이팅으로 맞서 싸웠다.



숨 막히는 근접전이 시작되었다. 피하기는 포기한 듯, 서로 주고받는 난타전이 계속되었다. 어퍼컷, 스트레이트, 카운터가 난무하며, 마치 폭풍 같은 싸움이 이어졌다. 수십 번의 타격이 오가던 중, 소호의 강력한 바디샷이 주흔의 몸통에 꽂혔다. 주흔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잠시 주춤했지만, 곧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근접전의 긴장감이 극에 달한 순간이었다.



그 순간, 라운드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각자의 코너로 돌아갔다. 주흔은 혼란스러웠다. 예상보다 소호라는 신인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마치 처음 치른 세계 타이틀 매치보다 더 힘든 상황 같았다. 혼란스러워하는 주흔에게 코치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봐, 주흔! 너무 흥분하고 있어. 평소처럼 여유를 가지고 상대를 분석한 후에 싸워야지. 왜 이렇게 무모하게 달려드는 거야? 인파이팅은 자네 주특기도 아니잖아.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러는 거야?"



"코치님, 저 녀석 보통이 아니에요. 1라운드 때 분석하려다 얻어맞는 거 보셨잖아요? 두 번 확인했다가는 패할 겁니다. 그리고 저 녀석 내 패턴을 전부 알고 있어요. 훼이크가 통하지 않아요. 빈틈이 없어요."



"말도 안 돼. 저놈은 신인인데 어떻게..."



"굴욕스럽지만, 판정으로 끌고 가는 것 말고는 승리할 방법이 없어요. 포인트를 좀 더 따올게요."



"그래... 길게 보자고, 상황을."



주흔은 코치의 말을 새기며 심호흡을 했다. 승리를 위해, 그리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다시 링에 올라설 준비를 했다.



한편, 소호가 코너로 돌아오자 주령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뭘 이렇게 질질 끌어. 그냥 K.O 시켜버리라고. 노트가 필요 없는 거야?"



"상대가 전 챔피언이라 강할거라고 말한 사람이 누구더라? 곧 끝낼 거야. 하지만 생각보다 근성은 있네. 노트나 준비해놔."



그 말을 끝으로 소호는 다시 링 중앙으로 가기 위해 일어섰다. 긴장감이 감도는 링 위, 두 선수는 다시 맞붙을 준비를 마쳤다.



3라운드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이번엔 소호가 맹렬하게 돌진했다. 반면, 주흔은 이전 라운드와는 다르게 아웃복싱을 선택해 빠르게 움직이며 소호의 공격을 피했다. 동시에 기회를 노려 카운터 펀치를 적중시켰다. 점차 주흔의 유효타가 늘어나며 포인트를 따내기 시작했다. 소호는 그 모습을 보며 점점 더 언짢아졌다. 결국, 그는 집요한 공격 끝에 주흔을 코너로 몰아넣었다.



소호가 결정적인 한 방을 가하려는 순간, 주흔은 놀라운 스피드로 코너를 빠져나왔다. 다시 링 중앙으로 돌아온 주흔은 한숨 돌리며 자세를 정비했다.



그러자 한 관중이 소리쳤다.



"주흔! 왜 도망만 다니는 거야? 제대로 싸워봐!"



한 관중이 주흔을 비난하자,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주흔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흔은 관중의 쓴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침착하게 다시 싸울 준비를 했다. 링 위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었다.



그 와중에 캐스터와 해설자가 신나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 이거 세계대회 타이틀 매치 같지 않습니까? 엄청난 경기입니다. 이런 경기가 될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아니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소호라는 신인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지금 보면 소호가 전 챔피언처럼 보입니다. 주흔선수가 공격이 통하지 않으니 판정승을 노리고 악착같이 싸우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



"저도 완전히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1, 2라운드 때 호되게 당한 게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죠?"



"그렇습니다. 상대를 탐색하려다 크게 얻어맞은 게 실수였습니다. 큰 데미지를 벌써 두 번이나 입었죠.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곧 그 영향이 나타날 겁니다."



"그런데 보통 저런 공격을 맞고 나서도 아웃복싱으로 전향이 가능한가요? 다리가 풀릴 텐데요."



"이 악물고 하는 겁니다.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전 챔피언을 응원해야 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합니다만, 어쨌든 두 선수 다시 싸움에 돌입합니다!!"



캐스터와 해설자의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링 위에서는 두 선수의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 주흔과 소호는 다시 한 번 치열한 대결을 펼칠 준비를 마쳤다.



소호는 주흔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간격을 바싹 좁혀 들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주흔은 번개처럼 빠져나갔다.



"흥, 촉새처럼 잘도 빠져나가는구나. 하지만 뭔가 이상한데... 설마... 음? 그렇구나..." 소호는 마음속으로 빈정대다가 무언가 결심을 한 듯 제자리에 우뚝 섰다. 급작스런 소호의 행동에 주흔은 약간 당황했지만,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써 표정을 감추었다. 그리고는 소호에게 달려들었다.



주흔은 빠른 위빙을 전개하며 아웃복싱 스타일을 버린 채 막무가내로 돌진했다. 주먹이 날카롭게 휘두르며 공중을 가르자, 관중석에서는 긴장감에 숨죽인 소리가 들렸다. 주흔의 공격은 마치 폭풍과 같았고, 소호는 그 속에서 방어하며 틈새를 노리고 있었다.



소호는 마침내 주흔의 패턴을 읽어내고,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렸다. 주흔이 다시 한 번 강하게 돌진해올 때, 소호는 재빨리 몸을 틀어 피하며 주흔의 허점을 공략했다. 한 순간의 틈새에 치명적인 카운터 펀치가 주흔의 얼굴을 강타했다.



링 위의 공기가 순간 얼어붙었다. 주흔은 충격을 받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소호는 다시 한 번 상대를 압박하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관중들의 함성과 함께 링 위는 긴박한 전투의 열기로 가득 찼다.



소호가 결정타를 날리려던 순간, 종이 울렸다.



"쳇. 좀 할만하면 끝나는군."



소호는 투덜대며 코너로 돌아갔다. 반면 주흔은 의식이 멍해진 상태로 코너로 돌아가 앉았다. 그는 지금 의식이 반쯤 날아간 상태였다. 그럼에도 현재의 상황을 납득할 수 없다며 그간의 복싱 인생이 무의미해지는 것 같다며 절규했다. 그런 그를 두고 코치는 무언가 제안을 해왔다.



"너 이대로 끝나면 너와 관련된 사람들은 전부 그간의 행복을 모두 잃은 채 길바닥 생활하는 거야. 이번 한 번만 사용해. 어차피 저놈 말고는 전부 피라미야."



"..."



"시간이 없어. 당장 결정해."



"좋습니다."



그 이야기가 끝남과 동시에 코치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주흔에게 주입했다.



"잘 들어. 약의 효과가 발휘되려면 이번 라운드는 목숨을 걸고 방어만 해. 데미지를 회복하는 척 하란 말이야."



"으... 알겠습니다."



주흔은 코치의 말을 듣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약물이 주입되자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링 위로 돌아가기 전, 주흔은 짧게 숨을 고르며 마지막 각오를 다졌다.



라운드가 다시 시작되자, 소호는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주흔은 방어에만 집중했다. 소호의 펀치가 쏟아지는 가운데 주흔은 마치 생명의 끈을 붙잡는 듯이 버텨냈다. 링 위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고, 관중들은 숨죽이며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주흔은 계속해서 방어만 하며 시간을 벌었다. 소호는 점점 더 거세게 몰아붙였지만, 주흔은 그 모든 공격을 막아내며 자신을 보호했다. 그의 눈빛에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고, 주흔의 마음 속에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결심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라운드가 끝나가며, 소호는 주흔의 변화를 감지했지만 무엇이 변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반면, 주흔은 느껴지는 약의 효과에 몸과 정신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며 주흔은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로 가득 차 있었다.



땡.



종이 울리고, 두 선수는 각자의 코너로 돌아갔다. 소호는 주흔의 발이 이전 라운드와 다르게 떨지 않는 모습에 이상함을 감지했다. 보통 한 번 떨기 시작하면 더 떨기 마련인데, 오히려 더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소호와는 다르게 해설자와 캐스터, 심지어 관중마저 이제는 주흔을 응원했다.



"하, 전 챔피언의 눈물 나는 방어를 보셨습니까? 처절하다 못해 안타까울 지경입니다. 이 경기가 이대로 끝나게 될까요?"



"네, 어쩌면 경기는 이미 끝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기만 했어요. 복싱은 다른 스포츠와는 다르게 역전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포기하지 않는 근성은 인정하지만, 어쩌면 선수 보호를 위해 코치진에서 마무리 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그의 사투를 지켜봐 주십시오, 여러분!"



캐스터는 오버액션을 펼치며 감동적인 시나리오를 펼쳤다. 그 소란 속에서 주흔은 약물의 효과 덕에 더 이상 통증이나 떨림이 완전히 사라지고 온몸에 힘이 넘치는 것을 느꼈다.



"이번에 완전히 박살을 내주마!"



주흔은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다음 라운드를 위해 링 중앙으로 나갔다. 이제 반격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그는 이길 생각에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심판 앞에 섰다.



땡.



다음 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쏜살같이 달려나간 주흔은 소호에게 강력한 바디블로우를 작렬시켰다.



"커헉!"



소호는 바디샷 한 방에 다운되었다. 주흔은 미소를 머금은 채 관중을 향해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 와아아!"



관중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링 주변은 함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쥐고 흔들며 주흔의 이름을 외쳤다. 카운트가 진행될수록 주흔의 승리가 눈앞에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순간, 주흔의 눈에는 그의 모든 노력과 고통이 보상받는 듯한 감격이 서려 있었다.



경기장의 조명이 주흔을 비추며, 그는 자신이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는지 떠올렸다. 링 사이드에서 그의 코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된 그 순간, 주흔은 자신이 이겨야 할 이유와 그동안의 고통이 보람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다시 한번 결의를 다졌다.



주흔이 감격에 차 있는 동안, 소호가 다시 일어섰다. 그는 심판에게 파이팅 포즈를 취하며 경기 재개를 요청했다. 심판은 이를 확인하고 다시 경기를 재개했다.



"파이트!"



심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주흔은 소호에게 달려들어 오른손 어퍼컷을 시도했다. 변칙적인 공격이었지만, 소호는 침착하게 십자 블록으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블록을 했음에도 주흔의 강력한 펀치력이 느껴졌다. 이어지는 번개 같은 주흔의 속사포 펀치는 소호의 혼을 빼놓았다.



주흔은 지친 기색 없이 연타를 퍼부었다. 그의 주먹은 마치 폭풍처럼 소호를 강타했다. 소호는 방어에만 급급했지만, 주흔의 공격은 너무도 강력하고 빨랐다. 소호의 얼굴에 서서히 피로가 스며들었고, 그의 움직임은 점점 둔해졌다.



링 주위의 관중들은 숨죽인 채 이 치열한 싸움을 지켜봤다. 주흔의 연속 공격에 소호는 몇 번이나 비틀거렸지만, 쓰러지지 않으려 애썼다. 주흔은 소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다.



"이제 끝내주마!" 주흔은 마음속으로 외치며 결승타를 날렸다.



관중석은 함성과 탄성으로 가득 찼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두 선수에게 집중된 가운데, 주흔은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으며 소호를 무너뜨리기 위해 마지막 펀치를 날렸다. 링 위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고, 그 순간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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