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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Jun 05. 2024

"챔피언을 향한 도전: 소호의 복싱 여정"

첫경기

한 달 후, 소호는 복싱 링 위에 섰다.

과거에 복싱 연기를 해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링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주령의 말대로 그는 아무런 준비 없이 바로 링에 올랐다. 전적도 없는 그가 어떻게 링에 서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소호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링 주위에는 환호성과 함성이 가득했다. 땀 냄새와 아드레날린이 섞인 공기가 그의 폐를 가득 채웠다. 1라운드의 벨이 울렸다.



상대는 촉망받는 복싱 유망주였다. 벨이 울리자마자 상대는 맹렬히 달려들었다. 그의 눈빛은 불타오르는 승리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소호는 갑작스런 압박에 당황하며 방어에 급급했다. 상대의 주먹이 얼굴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공기의 날카로움이 느껴졌고, 몸에 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숨이 막히는 듯했다. 그의 현란한 펀치 속에 소호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던 중, 결국 한 개의 강력한 펀치가 소호의 복부를 정확히 가격했다.



"크헉!"



소호가 신음 소리를 내뱉자마자, 상대는 소호의 얼굴에 라이트 펀치를 꽂아 넣었다. 펀치가 얼굴을 가격하는 순간, 눈앞이 번쩍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계 공격이 쏟아졌다.



"퍼퍼퍼퍽!"



소호는 눈앞이 아찔해지고, 링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상대의 무자비한 공격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펀치 하나하나가 마치 철퇴처럼 날아왔다. 관중의 함성이 메아리치며 그의 귀를 울렸다. 소호는 필사적으로 버텨보려 했지만, 점점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상대의 마지막 한 방이 소호의 턱을 강타하며 그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심판의 카운트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소호는 링 위에 누운 채로 천장을 바라보며,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체육관 천장의 형광등이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형광등의 깜박임이 마치 그의 의식이 희미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떤 생각도, 후회도 소용없었다. 카운트다운은 점점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소호는 희미한 기억 속에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모두 자신의 우주를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



소호는 왜 노트에 적혀있던 자기계발 문구가 이럴 때 생각나는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그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주먹을 꽉 쥐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 순간, 그의 몸 안에서 새로운 힘이 솟구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어나라, 소호," 그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소호는 일어서서 파이트 자세를 취했다. 심판은 경기를 재개시켰다.



"파이트!"



소호는 상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가갔다. 첫 번째 왼손 잽은 훼이크, 두 번째 라이트 펀치는 들어온다. 세 번째, 네 번째... 소호는 갑자기 상대의 예상 패턴이 읽혀졌다. 쓰러지기 전과는 다른 사람처럼 무빙을 하며 공격을 퍼부었다. 발을 민첩하게 움직이며 상대의 공격을 피해 나갔다. 상대의 주먹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그는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상대는 급작스런 소호의 움직임에 당황했다. 그의 표정에서 혼란스러움이 역력했다.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지? 그냥 마구 퍼붓는 거뿐일 거야. 깊이 들어가서 짧은 공격을 하자. 이런 싸움은 해본 적이 없을 거야."



상대는 소호가 초심자라 여기고 간격을 좁혀 근접전을 시도했다. 그러나 소호는 마치 오랜 경험을 가진 선수처럼 유연하게 반응했다. 상대가 접근하자 소호는 순간적으로 방향을 틀어 빠져나가며 강력한 어퍼컷을 날렸다. 상대의 턱이 흔들리고, 그 충격으로 상대는 잠시 균형을 잃었다. 균형을 잃고 흔들리는 상대의 눈이 흐려졌다.



소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접근해 연속적인 잽과 훅을 퍼부었다. 잽은 빠르고 정확하게 상대의 얼굴을 강타했고, 훅은 상대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상대는 연신 방어하려 애썼지만, 소호의 공격은 너무도 정확하고 강력했다. 관중들은 열광하며 소호의 이름을 외쳤다. 소호의 주먹이 상대의 가드를 뚫고 들어갈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마침내, 소호는 결정적인 한 방을 노렸다. 상대의 가드가 무너지는 순간, 소호는 전력을 다해 훅을 날렸다. 펀치는 정확히 상대의 측면을 강타했고, 상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심판의 카운트가 시작되었고, 이번엔 소호가 링 위에 당당히 서 있었다.



심판의 손이 올라가며 소호의 승리가 선언되었다. 그는 승리의 환호 속에 링을 바라보며, 자신이 해냈음을 실감했다. 땀과 피로 범벅이 된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주령의 말대로 준비 없이 시작했지만, 그는 이제 자신의 우주를 마음대로 살아갈 힘을 얻은 듯했다.



경기에서 이긴 소호는 링에서 내려오며 주령을 슬쩍 쳐다봤다. 그는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시선은 소호를 보고 있지 않았다.



"흥, 노트 없이도 이기니까 어떻게 된 건지 고민하는 건가."



소호는 주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이제 경기가 끝나고 나설 때 그와 이야기 나눌 상황에 대해서 생각 중이었다. 그렇게 경기장을 나서려는 순간 한 기자가 질문을 해왔다.



"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 어려서부터 복싱을 하셨나요? 왜 중간에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변했나요? 이번 대회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등 여러 질문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소호는 여러 가지 질문 중에 대회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반응했다.



"대회의 목표는 우승입니다. 그것도 1회성으로요."



그 말을 끝으로 소호는 경기장을 빠져나와 준비되어 있던 차량에 탑승했다. 차량에 탑승하자 주령이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1승을 축하하지. 다음 경기도 잘 부탁하지. 큭큭, 노트가 없어서 두들겨 맞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잘하던데? 역시 원본 노트가 어쩌고 하더니 없어도 되는 모양이네?"



그 말에 소호는 기분이 상했는지 격하게 분노했다.



"노트만 있었으면 시간이 그렇게 걸리지도 않았어! 난 약속을 지킬 건데 노트를 주지 않는 너의 심보에 아주 화가 날 뿐이야."



주령은 소호의 말에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네가 무슨 소리를 해도, 목적이 달성되기 전까지 노트가 너에게 갈 일은 없을 거야."



"흥, 개xx 같으니라고."



"첫 라운드 치고는 꽤 괜찮은 실력이었어. 초반부는 별로였지만 후반부에 갑자기 달라져서 놀랐지 뭐야. 계속 그 실력을 유지하기를 빌어주지. 하지만 두 번째 상대는 쉽지 않을 거야. 전 챔피언이거든."



"흥, 오늘 상대한 놈도 복싱 유망주라 하지 않았나? 별거 없던데. 그보다 조금 나은 정도겠지."



"상대에 대해 조금 분석하고 덤비는 게 좋을 거야. 그는 단순히 피지컬로 승부하는 선수가 아니니까, 상대하기 어려울 거야."



"그래봐야 근본은 다 똑같아. 어느 놈이고 내 앞에서 쓰러지게 될 거야."



주령은 소호의 알 수 없는 자신감에 다소 의문을 가졌지만, 그의 노트에 대한 열망만큼은 강하다는 것을 알기에 믿어보기로 했다. 그는 차 안의 모니터를 조작해 소호에게 전 챔피언의 결승 시합 장면을 보여주었다.



"참고해서 나쁠 건 없을 거야."



"땡."



전 챔피언의 결승 시합이 시작되었다. 소호는 챔피언이 상대를 압살하는 경기라고 생각하고 보고 있었지만, 예상과 달랐다. 1라운드가 시작되자마자 챔피언은 상대방에게 샌드백처럼 얻어터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렇게 맞았으면서도 당황하는 모습이나 아파하는 모습 없이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1라운드가 끝나고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시작되지마자 챔피언은 맹렬히 공격을 퍼부었다. 상대 선수도 맞대응했지만, 1라운드와는 다르게 유효타를 하나도 날리지 못했다. 마치 그의 움직임을 예상한 듯 챔피언은 모든 공격을 회피하며, 상대의 빈틈을 정확히 공격했다. 상대 선수는 점점 데미지가 쌓이며 전황이 불리해짐을 느끼자 승부수를 띄웠다. 큰 동작으로 빠른 위빙을 선보이며 챔피언에게 돌진했다. 훼이크를 섞은 회심의 오른손 강펀치를 휘둘렀다.



그 순간, 챔피언은 번개처럼 크로스 카운터를 날렸다. 상대의 펀치에 정확히 맞춰진 반격이었다. 눈빛 하나 흔들림 없이 무표정인 상태로 경기를 순식간에 마무리 지었다. 2라운드 KO승, 챔피언의 위용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순간이었다. 그 순간에도 그는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소호는 잠시 침묵했다. "좋아, 조금은 흥미로워졌군."



주령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이번엔 만만치 않을 거야.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소호는 결의를 다진 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했다. "상관없어. 결국엔 내가 승리할 테니까."



주령은 챔피언의 실력을 확인한 후, 소호의 결의에 찬 눈빛을 보며 다음 승부도 이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내 소호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래, 다음 경기를 이기면 노트를 돌려주도록 하지. 챔피언이 된 거나 마찬가지니까."



"뭐? 이렇게 빨리?"



"그래, 그를 이기는 게 나의 목표니까 말이야. 이후의 시합은 네 맘대로 해도 좋다."



소호는 당황스러웠지만 내심 기뻤다.



"좋았어! 다음 시합이 언제인데?"



"3개월 후다."



"그의 이름이 뭐야"



"주흔"



그렇게 전 챔피언 주흔과의 사투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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