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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Aug 04. 2024

노고의 빛과 그림자

한달 배달수량 집계후

황기사와 윤기사, 그리고 이기사는 물건을 싣던 중 잠시 담배를 피기 위해 이동했다. 그들은 좁은 통로를 지나며, 물건을 정리하는 김기사를 지나쳤다. 오늘 그들의 대화 주제는 지난달의 배송 수량이었다. 말일이 지나면 한 달 평균 수량이 집계되어 밴드에 공지되곤 했다.


황기사는 김기사가 부지런히 물건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며 다가가 물었다.


"김기사, 이번 달에 배송 수량 얼마나 했어?"


김기사는 잠시 멈춰서 생각한 뒤 차분히 답했다.


"이번 달 4,366개 했지."


그 말을 듣자 이기사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감탄했다.


"와, 정말 많이 했네!"


이기사의 반응에 황기사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김기사가 이렇게 물량이 많은 건 내가 내 구역 일부를 넘겨줬기 때문이야. 그래서 나는 일이 좀 일찍 끝나지."


황기사의 설명에 이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셋은 그렇게 김기사를 지나치며 담소를 나누었고, 일상의 소소한 대화 속에서 서로의 수고를 인정하며 담배를 피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멀어지자, 김기사는 물건을 정리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김기사는 자신의 노고를 떠올렸다. 그는 육아를 위해 물량을 줄여야 했던 동료를 돕기 위해 애썼지만, 개인적으로는 물량 확보를 위한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복잡한 지번들을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며 지리를 익히고, 매일같이 몸을 바쳐 최선을 다했다.


그는 아침부터 밤까지 골목길을 누비며 지름길과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냈다. 그의 노력은 단순히 숫자로 환산될 수 없는 땀과 고통의 기록이었다. 그럼에도 동료들의 감탄은 그의 노고를 다 담아내지 못했다. "많이 했네"라는 단순한 칭찬은 그의 내적 갈등과 헌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김기사는 깊은 상념에 잠겼다.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스스로 다짐하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최선을 다할 것을 결심했다. 동료들의 웃음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그는 다시 손에 쥔 물건에 집중했다. 김기사는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확인하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그는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그리고 언젠가 그 노력의 결실을 맺기를 희망했다.


"배송 구역이 좋지 않다고 피하고 좋은 구역만 맡으려 한다면, 그 누구도 구역을 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김기사는 판단했다. 그는 먼저 팀에 헌신하고 믿음을 줘야 돌아오는 것이 있다고 믿었다. 물론 너무 많은 노력으로 인해 돌아오는 게 후회뿐일 수도 있지만, 김기사는 자신의 노력을 보상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내 구역은 누구보다 좋은 곳이며,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라고 아침마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일을 시작했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김기사가 다년간 읽은 자기계발 서적에서 얻은 결과물이었다. 그는 하기 싫을 때도 있었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러한 순간마다 읽었던 구절들을 떠올리며 버텨냈다.


"되든 안 되든 일단 실행하자,"라고 결심한 김기사는 그 결심을 마음속에 품고 오늘도 묵묵히 걸어갔다. 그의 발걸음은 무겁지만, 그가 꿈꾸는 내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김기사는 다시 고개를 들어, 그의 길을 바라보며 힘차게 나아갔다. 그 길 끝에는 그가 꿈꾸는 보람과 성취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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