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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Oct 27. 2024

대립의 경계

서로 다른 길을 걷는 두 사람

팀장과 실장의 갈등은 점점 심화되며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었다. 팀장은 실장을 내보내겠다는 결심을 굳혔고, 그의 여러 가지 행적에 대해 하나하나 문제를 제기하며 상부에 전달했다. 상부에서도 팀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약속한 듯 보였다. 이 상황에 여론은 서서히 팀장 쪽으로 기울어가며, 그의 편에 서서 실장을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실장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알아보고자 여러 사람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결국 내게도 전화가 왔고, 나는 평소 내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실장: 이미 저를 내치려는 여론이 형성된 듯합니다. 이 회장이 오전 조회 시간에 모두를 모아놓고, 제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 적이 있나요? 다들 제 퇴출을 기정사실화한 겁니까?


김기사: 공식적인 자리에서 퇴출을 선포하진 않았지만, 흘러나온 이야기는 분명 있습니다. 실장님이 기사들의 전화를 자주 받지 않고, 클레임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죠.


실장: 50명이 넘는 사람들의 전화를 모두 받을 수는 없습니다. 저는 절차에 따라 클레임을 처리해왔을 뿐입니다. 그게 문제인가요?


김기사: 오후 3시 이후엔 통화가 되지 않고, 카톡에도 회신이 없으니 답답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실장님의 근무 시간은 어떻게 되시죠?


실장: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입니다. 근무 시간 이후에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규정을 따르는 것일 뿐입니다.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사항이 있나요?


김기사: 아마 실장님의 근무 시간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오후 3시에 퇴근한다고 하면 일을 다 마치지 않고 떠난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실장: 아... 다들 제 근무 시간에 대해 몰랐던 걸까요? 그래서 그런 불만들이 쌓였던 모양이군요.


김기사: 네. 그리고 최근 있었던 일도 실장님에 대한 불만을 더 키운 사건이었습니다.


실장: 어떤 사건이죠?


김기사: 핸드폰 분실 건입니다. 고객이 물건을 받았지만, 핸드폰이 없다고 클레임을 넣었죠. 실장님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으셨고, 기사에게 분실에 대한 책임을 물으셨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실장:...저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봤습니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입니까?


김기사: 실장님이 기사들과 소통을 잘하지 않으셔서, 문제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특히 오후 3시 이후에는 연락이 되지 않으니, 클레임 처리를 맡은 기사들이 난감해할 때가 많습니다. 또, 현장에서 직접 함께 일하지 않으시다 보니 여러 문제에서 박 팀장에게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장: 네,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또 개선할 점이 있습니까?


김기사: 조언이라기보다는... 박 팀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겉보기엔 자신의 이익과 세력을 위해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 생각에 그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문제 상황이 생기면 앞장서서 막고 지원하며, 갈등을 중재하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실장님이 일을 안 하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두 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시기에, 서로 잘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실장: 이미 너무 많은 불신이 쌓였습니다. 오랜 시간 이어진 파벌 싸움도 있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그래도 김기사님의 배려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김기사: 네, 알겠습니다.


실장과 팀장은 오랫동안 다른 파벌에 속해 있었고, 결국 서로가 공존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듯했다. 협력해야 할 위치에 있으면서도 공감하지 못하고,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갔다.


둘 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지만, 이제는 둘 중 한 사람은 떠나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실장이라는 자리는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묻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 자리다. 그만큼 기사들과 거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전에도 많은 사고 담당자가 기사들과 책임을 놓고 다투다 결국 떠나고 마는 모습을 보아왔다.


나 역시 클레임에 대해 책임을 물으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배송 후 사진을 찍어 증거를 남기고, 많은 클레임을 해결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사들은 시간 부족을 이유로 사진을 찍지 않는다. 촬영을 지시해도 따르지 않으니, 이런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의 발단 역시 클레임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장의 퇴출을 주장하는 이들 중 다수가 클레임 발생 빈도가 높은 기사들이며, 당연히 실장과의 관계가 좋을 수 없다. 상부에서 정말 실장을 퇴출할지 모르겠다. 근무 시간을 어긴 것도 아니고, 폭언이나 폭행을 한 것도 아니니, 귀책 사유는 없다. 사람들 눈에는 차갑고 정이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그 역시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출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이상, 어떤 조치는 내려질 것 같다.


나로선 어느 쪽 편도 들고 싶지 않다. 제3의 선택지가 있다면 그쪽을 택하고 싶다. 나는 이런 파벌 싸움에 끼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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