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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Oct 02. 2022

살인의 문을 읽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이혁재 옮김

재미있는 내용과 자극적인 내용만을 찾아서 편향된 독서를 하게 되는 건 아닐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책을 읽게 되었다. 그래서 기대치가 좀 떨어져 있었다. 엄청나게 흥미진진하고 세상에 이런 내용이 있을 수가 있나라는 내용 정도는 아니었다. 어디서나 있을법한 이야기들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나 실제로 일어나고 있을 수 있는 내용을 다루었다.

     

누구나 마음속에 칼을 품고 살아보지 않았을까 

간혹 정말 싫은 사람을 입버릇처럼 죽인다 어쩐다 하는 분노 섞인 말들을 하는 걸 티브이나 영화나 학교 혹은 친구들 혹은 나 또한 그런 적이 한두 번씩 있지 않았나 생각했다.

     

학창 시절 괴롭혔던 사람, 돈을 달라고 압박하는 카드사, 믿었던 친구의 배신 등을 배경으로 책의 내용은 전개되어 간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기, 주식으로 큰돈을 번다는 주식사기 등 이 책의 주인공은 이러한 내용들을 거치면서 살의를 품게 된다.   

  

책의 중반쯤에는 아 주인공이 미드 “덱스터”처럼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심판하는 내용인 줄 알았다. 그래서 약간 정의구현을 하려는 모습에 같이 흥분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그러지 못했다. 복수를 할 때면 당사자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참는다. 세 치 혀의 놀림을 극복하지 못하고 고구마 10개는 먹었을 때의 답답함이 느껴졌다.   

  

근데 재밌는 건 그 복수의 당사자인 친구는 말을 잘한다. 재미있는 것은 틀린 말이 없다. 그 친구는 분명 옆에만 있으라 했고 지켜보라고만 했지만 수행한 건 주인공이었다. 물론 그 친구가 데려가지 않았다면 그럴 리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주인공이 분명히 동의했다.   

  

살의를 다지고 그 친구를 죽이러 가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살의가 약해진다. 차라리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살려만 줘라고 한다는 등 그랬다면 죽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친구는 오히려 당당하다. 생각보다 그 친구는 대단했다. 공부 쪽 머리가 아니라 사기 쪽에 도가 텄다.

     

어렸을 적 야바위 사기꾼의 행각을 보고 그 친구는 욕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런 꼬임에 넘어가 서 돈을 탕진하는 인간들이 잘못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사기꾼의 집단에 들어가 그들의 꼬임에 넘어가는 척하면서 그들의 생각을 배우고 그보다도 더 대담한 행각을 벌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어렸을 적의 가난함을 그는 그것으로 극복했다. 물론 잘못된 일이다. 사기 쳐서 사는 인간들이 어찌 옳다 할 수 있겠는가. 그런 그에게도 주인공은 친구였다. 단지 친구란 위급할 때 나를 대신해 던질 사람이라고 배운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할머니에게 사기 친 내용은 좀 인상적이었다. 계약으로 방문하게 아니고 그냥 얘기나 나누러 왔다고 계속 방문하여 친분을 쌓은 다음 전재산을 가져가는 그의 계획은 섬뜻했다.


고독한 사람만을 이용해서 계약을 하지 않으면 잘린다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돈을 다 뜯어냈다. 누군가 그 할머니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진 가족이 있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원치 않으면 가입을 하시지 않아도 된다고 분명히 말했다. 가입한 건 또다시 방문을 원한 할머니였다. 나중에 연락도 되지 않던 가족이 찾아와서 분한 마음을 가져봤자 의미가 없었다. 그 계약이 부당한 거래인걸 알았어도 그 할머니는 그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계약서를 불태웠다.

      

앞으로 고령인구가 많아져서 연금이 반토막 나게 되니 금을 사라고 하는 내용은 그럴듯했다. 아마 경제학적으로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야 그런 것에 당할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문제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짧은 지식들이 문제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고령인구는 늘어나고 젊은 사람은 줄어만 가니 연금이 주는 것이 당연한 얘기 아닌가

금은 가치가 인정되니 그쪽으로 갈아타라고 하는데 솔깃할 것 같다. 물론 이율이 말도 안 되게 좋은 거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져야 하지만 이들은 치밀하다. 처음에는 이율을 챙겨주는 척하면서 하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잠적한다. 또 어르신들은 몸이 움직이기 불편한 것을 이용한다. 다른 사람이 가면 무조건 본인이 와야 한다고 말한다.    

 

주인공의 부인은 그 죽일 놈의 친구가 소개해 줬다. 그 친구와 예전에 사귀었던 사람이다.

물론 모르고 결혼했다. 그래서 결말은 파탄 났다. 그때는 그 여자가 미친 여자라고 생각했다.

근데 책 끝부분에 가니 그게 이해가 되었다. 그 여자는 사기꾼도 이용하고 사기를 치는 사람을 좋아했다. 그 여자도 집이 잘 살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게 잘못된 방법일지라도 개미처럼 열심히 노력해서 사는 사람을 싫어한다.  

    

그래서 초반에는 주인공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다가 주인공이 점점 쪼잔하게 나온다는 인상을 받고 그렇게 돌아서버린 것 같다. 차라리 주인공이 친구와 같이 신나게 그의 말처럼 사기를 쳤더라면 오히려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물론 그리 했다면 친구는 사기꾼이니까 마지막에 집어던지고 갔을 것이다. 

     

마지막에 칼을 맞고도 그 친구에게 계속 문병 오는 여자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사기 치고 다니는 놈인데 위로를 받고 있다니 마치 사이비 교주 같았다. 죽여 마땅한 인간인데 죽이는 사람이 잘못된 사람이니 놀라웠다. 분명히 침착하게 차분히 계산해서 제거한다고 했는데 마지막에 주인공은 멘털이 터진다.  

    

내 친구 중에 저런 인간은 없겠지 싶었다. 날 위해서라면 남은 디딤돌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왜 이렇게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가는 걸까 씁쓸했다.  

   

예전에 학교에서 교수님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더 많으니까 너무 비관되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아무튼 사기꾼 좀 제발 없어졌으면 좋겠다. 아무리 세상 살기 팍팍해도 그렇지 없는 사람한테 더욱 사기 치는 인간들 좀 진짜 잡아다 구치소에 좀 넣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사기 치는 인간의 모습을 묘사한 작가에 대해서 또 한 번 감탄했다. 이 정도면 거의 작가가 사기 쳐도 당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그럴리는 없겠지만


그쪽 계통에서 쓰는 수법을 인용하지 않고서야 이런 내용이 나올까 만무했다. 상상력만으로 쓴 걸까 싶을 정도의 치밀함 그리고 예측 불허의 뒷내용    

 

아버지가 치과의사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치과의사는 사람을 죽게 할리는 없어서 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이빨로 죽는 경우는 없다 하니 그럴듯했다. 

    

치과의사는 그래서 하는 거였나?  -_-;;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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