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다"
"어린이집을 그만두려구요"
"아니~ 어머니, 왜그러세요"
"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불규칙적인 등원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언어가 매우 늦은 상황에서 마스크 쓰고 생활하는 어린이집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애들은 애들 사이에서 지내면서 서로 이것저것 배우는데... 코로나 때문에 요즘 말이 늦게 트이는 아이들이 많아지긴 했어요. 언어치료센터 등록 아이들 수가 1년 전 대비 2배가 늘었다고도 하더라고요. 저희 원에도 큰 아이들 2명이 언어치료를 다니고 있어요."
"입이 좀 트이면 다시 보내려고요.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되면서 근 두달 간 집에서 셋째와 시간을 보냈는데 확실히 웅얼이가 느는 것 같아요. 아이도 부쩍 컸고요. 36개월 까지 집에서 제가 집중 케어하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들었네요. 이해해주세요"
7월부터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셋째 아이는 어린이집을 등원하지 않고 있다. 무려 2개월 가량이 지났다. 부모 중 한 명이 백신을 맞거나 코로나 자가 진단을 할 경우에는 아이의 얼집 등원이 허락된다. 이건 맞벌이를 위한 예외적 적용이 아닐까. 여튼 집에서 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내가 굳이 자가진단을 해가며 셋째 아이를 얼집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집에서 단 둘이 시간을 보낸 지 2개월이 지났다.
쿠웨이트에서 태어난 셋째는 모든게 느린 아이다. 대체로 평균적인 성장속도가 6개월 정도 느리다. 이유는 분명하다. 유아기 시절 모든 자극이 너무 없었다. 그러니깐 사정은 이렇다. 셋째는 쿠웨이트에서 1년 하고 3개월을 내니(보모)의 손에서 자랐다. 쿠웨이트에서 사는 동안 스리랑카 내니가 우리집 가사일을 전담했고 셋째 육아도 맡았다. 모유수유를 하는 시간 외에는 내니가 셋째를 케어했다.
나는 첫째, 둘째를 전담했고 바깥으로 외출을 할때도 셋째는 내니와 집에 머무렀다. 집 앞 마당에 나갈때도 셋째는 집안에 있었다. 거의 바깥으로 나가본적이 없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각과 청각 등에 자극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다. 첫째와 둘째는 정말 어릴때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여기저기 놀러다니며 과하다할 만큼의 자극을 받았는데 셋째는 정말 우물안의 개구리 생활을 했다.
그래서일까. 셋째는 16개월이 돼서야 걷기 시작했다. 아이가 7~8개월 됐을때 물건을 잡고 일어났는데 스스로 걷기 위한 도움을 주지않아서인지 한 참이 지나서야 걷기 시작했다. 얼마나 애가 타던지, 셋째가 걷기 시작하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당시 어린이집 선생님의 도움이 매우 컸다.
그리고 다음 스텝 '말하기'. 엄마라는 말을 24개월 쯤에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빠라는 말을 하다가 엄마에만 집중했다. 셋째 아이가 24개월때 이사를 와 얼집을 옮기면서 전후사정을 몰랐던 선생님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했다. 그리고 추후 아이 발달 상태를 지켜보자고 했다. 그렇게 내 몸 편하자고 얼집에 셋째를 맡겼다. 가끔 셋째가 친구들 사이에서 인지능력과 언어능력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가 궁금해 담임께 여쭤보기는 했지만 큰 노력은 하지 않았다. 저녁에 낱말카드 가끔하고 놀이를 해주려고 노력은 했는데 잘되지 않았다. 그렇게 노력이 필요함을 느끼면서도 좀만 더 지켜보고 나중에~라는 미루기를 했다.
그러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되면서 셋째를 얼집에 보낼 수 없었다. 처음엔 2주 동안만 데리고 있으면 되겠지 싶었는데 4주, 6주... 기약이 없었다. 그런데 너무나도 다행히도 내가 온전히 셋째를 관찰할 수 있는 그리고 케어할 수 있는 기회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달이 지나자 셋째가 부쩍 성장한 느낌을 받았다. 엄마가 하는 말을 알아듣기 시작했고 스스로 신발을 벗었으며 형, 누나와 함께 어울려 놀기 시작했다. 만화를 틀어줘도 집중하지 않았다가 최근에야 집중해서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상을 안보니깐 속이터지더라...그 이유를 찾을래도 찾을 수가 없었다...(내 능력 밖)
무엇보다도 여러가지 알 수 없는 옹알이를 시작했다. 아빠라는 말은 물론 알 수 없는 말을 마구마구 내뱉는 중이다. 이런 변화하는 셋째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굳이 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까? 나는 주부고 아이를 볼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다. 지금 셋째는 나의 손이 필요하고 집중적인 케어가 필요한 시기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마스크를 쓴다. 입을 트이는 데에는 입모양을 보고 배운다는데 어린이집을 보내야 할까? 엄마와의 애정형성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나의 결론은 '아니다' 였다.
모든 일에는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나의 셋째에게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아이가 발달이 느리자 이것저것 검색을 했다. 모든 증상을 진단하는 기준이 36개월이더라. 그전에는 무궁무진하게 성장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뜻이다. 골든타임을 놓쳐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내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36개월 전 우리아이의 입이 트이는 순간을 애타게 기다린다. 엄마가 실력을 발휘할 때다. 온전히 셋째에게 집중해서 이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게 최대한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한다. (개인적인 약속은 모두 내년으로 미룰지언정.....)
하루하루 성장한 우리 아이의 모습을 보면 절로 배가 부르고 웃음이 난다. 아이들은 엄마의 애정이 필요하단걸 깨닫는다.
"넌 앞만 보고 가렴, 뒤는 엄마가 다 챙겨줄게"
*자녀들에게는 어머니보다 더 훌륭한 하늘로부터 받은 선물은 없다 -에우리피데스(고대 그리스의 비극시인)
*자식을 기르는 부모야 말로 미래를 돌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가슴속 깊이 새겨야 한다. 자식들이 조금씩 나아짐으로써 인류와 이 세계의 미래는 조금씩 진보하기 때문이다.-임마누엘 칸트(독일 철학자)
*골든타임=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사고 발생 후 수술과 같은 치료가 이루어져야하는 최소한의 시간.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청취율이나 시청률이 가장 높은 시간대.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는 의미로 여러 분야에서 응용돼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