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떨림 Sep 14. 2021

'90년대 록앤롤 정신'으로 버티는 일상

소리질러~~~~~~

"눈누난나~룰루랄라~노노노노노~"

"엄마, 왜이리 시끄러워"

"응?"

"엄마 가수되고 싶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래 소리좀 줄여~"

"시끄러워죽겟네, 노래좀 그만 불러"


잘 몰랐는데 그렇게 내가 노래를 많이 부르더라. 시도때도 없이 장르불문하고 노래를 부르고 엉덩이도 흔들어 대며 때와장소를 가리지 않고 춤을 췄다. 딸아이부터 애아빠까지 시끄럽다고 노래좀 그만 부르라고 한소리 늘어놓지만 그들도 내가 어떤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는지 아마 알지 않을까?


어릴때부터 집안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애가 셋에 어느덧 나이도 30대 중후반을 가리키고 있지만 여전히 집에서 남들의식 하지 않고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부른다. 마침 장군이 전쟁터에 나가기전 비장한 마음을 가다듬으며 옷가지와 갑옷을 재정비하듯, 부엌일을 시작하는 나는 굳은 의지로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이며 노래 재생버튼을 누른다. 노래에 몸을 맡기면 어느새 고된 일상은 잊어버리게 되고 그 노래와 함께 했던 나의 추억속으로 빠져든다. 단점은 옆사람이 소음에 시달리고 아파트 바깥으로 소리가 약간씩 새나갈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게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 중 하나이다 보니 멈출수가 없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노래를 즐겨 불렀다. 수확의 계절 가을에 벼 타작을 할때나 사공들이 노를 저을때나 여인들이 개울가에서 빨래를 할때나 등등 노동이 필요한 곳에는 노래가 함께 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런걸 노동요라고 부를텐데.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노동요란 일을 즐겁게 하고 공동체 의식을 높여서 일의 능률을 높이기 위하여 부르는 노래다. △농사를 지으며 부르는 농업 노동요 △고기를 잡으며 부르는 어업 노동요 △상여 따위를 메고 나갈 때 부르는 운반 노동요 △부녀자들이 길쌈을 하면서 부르는 길쌈 노동요 따위가 있다.


여하튼 일상이 무미건조해지고 특별할 것 없어 보일때(반항적느낌?) 듣는 나의 노동요를 소개하고자 한다. 노래 장르에는 팝, 록, R&B, 랩, 힙합, 발라드, 댄스 등이 있지만 그 중 내 반항기를 책임졌던 장르는 록이다. 물론 90년대를 풍미했던 댄스노래 SES, HOT, 젝키, 신화, GOD 등의 노래도 미친듯이 좋아했다. 하지만 그 당시 내 머릿속을 꿈틀거리며 평범함은 거부하고 남들과는 다르다고 외쳐대는 알 수 없는 반항심을 달래주는 데에는 '록'만한 게 없었다.


★Red Hot Chili PepperS 미국 록밴드. 'By the way' 'Can't Stop' 두 곡을 듣고 있으면 마치 동화속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영국 록밴드 Blur의 'Song2' 'Coffee and TV'. 'Song2'는 첫 소절부터 들려오는 드럼소리가 매우 인상적이다. 내면에 쌓인 묵은 찌꺼기를 다 끄집어서 던져버리고 싶게 만드는 노래.   


★영국 록밴드 Radiohead의 'Creep' 'No Surprises' 등 언더락의 표본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미국 록밴드 Nirvana의 'Smells Like Teen Spirit'은 말안해도 최고!! 최근 3000만장 팔린 너바나 앨범 표지 속 아기가 30살 성인이 된 후 너바나 멤버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던데...참고 https://newsis.com/view/?id=NISX20210825_0001560411&cID=10601&pID=10600


★미국 록그룹 Sixpence None The Richer. 이 가수만의 청초한 분위기는 우리나라 박혜경이 뒤를 이었다고 봐야하나. 'Kiss me' 'There she goes' 명곡!!!


노래 리듬을 따라 지하 땅굴을 파고 들어가 우울함을 느껴보고 다시 하늘로 치솟아 동화속을 거니는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 미친듯 샤우팅을 외치다보면 깨닫게 된다. 별거아닌 세상이란 것을. 탈탈 털린 나의 영혼과 육체가 일상으로 돌아와 제정신을 차린다.


요즘에는 아무래도 아이돌이 대세다보니 팝, 댄스, 발라드, 랩 노래가 주를 이루는 것 같다. 2012년 버스커버스커 이후로는 외국이든 국내든 이렇다할 새로운 록밴드의 출현이 없어보여 아쉽다...(듣는것만 듣는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의견이다.) 록 매니아로서 '록~앤~롤'을 외치는 날이 오기를~


사진=Blur 앨범 자켓

매거진의 이전글 29개월 막내 입트이기 대작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