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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ader
Jul 01. 2024
장독에 묻어둔 비밀들은 지금도 그곳에 있을까?
유년시절
반질반질 장독을 닦는 엄마를
매일같이 볼 수 있었다.
독 안엔 고추장이며 간장이
보글보글 숨 쉬었다.
커다란 독 사이는
술래로부터 몸을 숨기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나만의 방식으로 엄마의 장독들을 사랑했다.
중학교 입학과 함께 아파트로 이사하며
작별했던 장독을
나도 '엄마'가 되어서야 재회했다.
반갑기도 아련하기도 한 감정들로
두 개의 독을 들였다.
하나는 벌레 물리칠 쌀독으로,
또 하나는 엄마표 참기름 묻어둘
소금 독으로 매만져두니
딸아이가 관심을 보인다.
그 시절의 난 혼자만의 비밀이나 소원을
장독 안 깊은 곳에 소곤소곤 묻어두곤 했었다.
그 은밀했던 행위를 전해주니
딸아이도 살며시 자신의 이야기를
독 안에 풀어놓는다.
무슨 사연일까...
묻고 싶었지만
조용히 아이만의 의식을 지켜봐 주었다.
아파트에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라도
처음 소유해 보는 내 작은 장독들.
한 끼 밥을 위해 뚜껑을 열 때마다
먼 시절 꼭꼭 묻어둔 혼자만의 비밀들이
메아리 되어 돌아와 줄 것만 같다.
딸아이의 비밀도 장독 안 깊은 곳
소곤소곤 익어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