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피아노 제작사(Klavierbauer)_진창현]
"피아노 제작사(Klavierbauer)라는 직업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그 과정이 굉장히 창의적이어야 되는 직업이기 때문에 서로 항상 얘기하는 게 10명의 제작자가 있으면 10명 모두 다른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가요. 똑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없어요. "진짜 자신만의 방법을 탐구해 가는 과정인 거죠. "
종종 나에게 친숙하고도 멀게만 느껴지는 것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피아노다.
필자는 유럽에 와서 억 소리 나는 피아노들을 심심치 않게 본 적이 있는데 '굳이?'라는 값싼 생각이 머릿속으로 스쳐가는 경험들을 많이 했다. 역사와 문화를 사랑하는 나인데,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직 더 '교양'이 필요하단 뜻이리라. 비슷한 물음들을 던지며 현장에 도착한 지 1시간 하고도 20분, 언급했던 물음이 해소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피아노에 들어가는 부품의 개수만 해도 15000개에서 18000개 사이라고 한다.
88개의 건반, 현, 해머, 댐퍼•••
망치, 정, 톱같은 기본적인 수공구부터 목재가공, 금속가공 도구들 까지•••
낯선 용어들 속에 파묻혀 열정에 상기된 '창현' 씨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잘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예의 상으로 고개를 끄덕여야만 하는 순간들이었다.
평균 16000개의 부품을 단순 조립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감동하고 인정하는 소리를 창조해 내는 것과 나아가 피아니스트, 고객들의 지극히 주관적인 소리를 창조해 나가는 것,
그 Sympony를 지켜보고 있자니 지난 나의 생각이 대단히 합리적인 생각이 아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16000개의 부품, 수백 가지의 공구, 수십 가지의 제작노하우, 음에 대한 철학,
소리를 만지는 직업, 독일 피아노 제작사(Klavierbauer) 진창현 씨가 밟아왔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제 이름은 진창현입니다. 저는 올해 7월 말부터 이곳 Haus der Klaviere Gottschling에서 Geselle(기능사, 실무자)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여기서 Auszubildende(수습생)으로 아우스빌둥을 3년 동안 했습니다.
피아노 제작자로의 길은 제 인생에서 여러 가지 전환점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선택된 결과였습니다. 한양대학교에서 1학년을 마친 후, 공익근무를 하면서 음악에 대한 갈증이 커졌고, 그 당시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활동 중인 친구들의 실력을 보고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 그 친구들이 펼치는 음악에 매료되었고, "나도 저렇게 잘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죠. 그 열망을 이루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결국 '음악의 본고장'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미국으로 가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제약들로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스트리아와 독일을 고려하게 되었고, 결국 독일에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베를린의 학교를 마주했을 때, 그곳에서의 공부가 정말 내가 원하던 방향임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에서 지내면서 피아노의 본질적인 아름다움과 깊이를 더 잘 느끼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피아노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의 깊이를 탐구하면서, 피아노에 대한 관심이 단순한 연주를 넘어 기술적인 부분으로도 확장되었어요. 피아노는 그저 하나의 악기가 아니라, 과학적이고 예술적인 요소들이 결합된 복잡한 작품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피아노 제작에 대해 더 알고 싶었고, 그 깊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 유럽에서 공부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한국에서는 조율사나 피아노 기술 관련 직업은 있지만, 피아노 제작을 깊이 배우고 연구할 수 있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거든요.
그 후 독일에서 Ausbildung(직업교육)과정에 대해 알게 되면서, 피아노 제작에 대한 열정이 본격적으로 생겼습니다. 전통적인 나무 작업 기술과 현대적인 과학적 접근이 결합된 피아노 제작의 세계가 저에게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마치 목수가 나무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가구를 만드는 것처럼, 피아노 제작 역시 재료에 대한 세심한 이해와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는 피아노를 단순히 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도 깊은 흥미를 느끼게 되었죠.
피아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뭔가 단합이 잘되요. 독일 안에 교대를 다니다 온 친구도 있고 물리학을 배우다가 온 친구들도 있습니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시다가 피아노에 대한 열정이 넘치시는 분들이 많아서 밥도 같이 먹고 저희는 진짜 분위기가 좋아요.
애초에 교육과정이 없고 우리나라에는 조율사, 조율 기능사, 조율 산업기사가 있어요.
그게 뭐 비슷한데 공부하는 범위가 여기가 훨씬 넓죠.
이곳처럼 이렇게 저희가 공방에 들어와서 Ausbildung(직업교육)을 하고 교육을 받아서 학교를 다니고 국가시험을 봐서 되는 게 아니고 학원을 다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독일 내 환경처럼 실제로 저희가 직업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독일에 있는 피아노 관련 장인분들이 항상 “적어도 100대는 해봐야 피아노에 대해 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세요.
그러니까 어느 중간이어야 돼요. 나한테만 좋게 들리면 안 되고 모두에게 좋게 들려야 된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게 한국 사람들의 취향이 있고 또 독일 사람들의 취향이 있어요. 한국은 좀 크고 좀 확실한 소리를 좋아하고 여기는 약간 부드러운 소리를 좋아해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 있는 피아노를 갖고 한국을 가면 한국 사람들은 답답해하죠.
아까 그 피아노를 예를 들면 제가 처음에 쳤던 피아노는 약간 한국 스타일이고요. 다음에 쳤던 소리는 약간 독일 스타일이고 그래도 사람들이 다들 좋아하는 소리는 있어요.
이게 취향이지 좋고 나쁨은 확실히 있어요. 왜냐하면 진짜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상한 소리가 잡음이 섞인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란 말이죠.
피아노 소리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정말 섬세한 작업입니다. 피아노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수많은 부품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만 완벽한 소리가 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피아노의 해머는 소리의 성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해머의 경도나 탄력성이 조금만 달라져도 소리의 느낌이 크게 변할 수 있어요. 너무 단단한 해머는 강하고 직선적인 소리를 낳고, 반대로 너무 부드럽게 작업된 해머는 탁하고 눅눅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각 부품의 특성이 서로 잘 맞아야만 자연스럽고 풍부한 음색이 나오는 거죠.
피아노의 내부 부품들이 잘 맞물려야 한다는 점에서 향판이나 현의 상태도 중요합니다. 이들 부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피아노 제작자는 이를 정밀하게 조정하며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결국 피아노의 소리는 단순히 하나의 부품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피아노는 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에 매우 민감합니다. 예를 들어, 향판이나 현은 온도와 습도에 따라 늘어났다가 줄어들기 때문에, 소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그래서 피아노를 좋은 상태로 유지하려면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환경에서 관리해야 하고, 정기적인 조율이 필수적입니다. 이 부분은 피아노의 소리가 언제나 고른 품질을 유지하도록 돕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피아노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나름의 고유한 음색을 얻게 되죠. 특히 오래된 피아노는 재료와 구조적 변화로 인해 특유의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고급 목재인 흑단이나 다른 귀한 재료들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환경 보호 측면에서 그런 자재들이 제한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오래된 피아노가 항상 더 좋은 소리를 낸다고 할 수는 없어요. 잘 관리된 오래된 피아노는 그 고유의 소리를 유지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부품이 마모되거나 변형되기도 하죠. 그래서 정기적인 점검과 관리가 중요합니다.
피아노 제작자들은 이렇게 고유한 소리와 문화적인 취향을 반영해야 하는데, 이는 특히 한국과 독일과 같은 문화적 차이가 있는 나라에서는 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각 나라의 음악적 특성이나 피아니스트들의 선호에 맞춰 피아노를 제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에요. 그리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해머의 경도, 향판의 품질, 심지어는 세밀한 조율까지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결국, 좋은 피아노 소리는 객관적인 기준에 맞춰 만들어져야 합니다. 다양한 다이내믹을 표현할 수 있고, 균형 잡힌 음색을 내는 것, 그리고 그 소리를 시간이 지나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피아노 제작자는 각 피아니스트와 청중의 취향을 고려하면서도, 소리의 품질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죠. 피아노 소리가 단지 크기나 강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색과 세밀한 조정이 중요한 역할을 하니까요.
도전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돼요. 그냥 하면 되고 일단 해보고 판단해 보라 하고 싶어요.
그리고 꼭 피아노를 좋아하는 사람이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여기서 피아노 제작가들을 많이는 못 봤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다 그래도 피아노를 치든 못 치든 피아노는 좋아했어요. 그리고 피아노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은 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를 많이 봤어요.
앞으로의 저의 계획은 잠시 미뤄두었던 피아노 전문 연주자 과정(Master)을 졸업하고 싶고 좀 더 여유로워지면 병행하면서 Klavierbau Meister과정도 이수를 하고 싶습니다.
Klavierbauer(피아노 제작사)로써 저의 장점은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이 점을 부각하려면 피아노 연주 관련 타이틀 하나는 독일에서 있어야 된다고 생각이 들어요.
MEISTER KLASSE는 유럽 내에서 인고의 시간을 묵묵히 견디며 꿈을 펼치고 있는 한인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