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7만원의 작은 집을 나라에서 빌려주었다. 이곳에 살면 행복해진다고 했다. 겨우 한 사람의 삶이 비집고 들어갈 정도로만 알뜰하게 여유로웠지만, 구색은 다 갖춘 집이어서 살기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살다보니 어느 새 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처음엔 임시 거처로 생각했던 곳이라 짐도 살림도 소박했다. 정착을 결심한 그 언제부턴가 가진 것들은 쌓이는 시간 만큼 불어났고 작은 집에서의 삶은 그만큼 더 복잡해졌다.
작은 집에 혼자 사는 건 장점과 단점이 뚜렷했다. 청각에 예민한 내가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었지만 때때로 천장으로부터 쏟아지는 고독을 온 몸으로 견뎌내야 하는 곳이기도 했다. 혼자라서 부엌은 자주 파업을 했고, 침실과 옷장의 경계가 애매한 단칸 방에는 늘 출근 직전의 사투가 전쟁처럼 어지럽게 남았다. 퇴근 하고 돌아오면 무겁고 피곤한 몸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을 주워 담고 빨래를 돌려야 했다. 때때로 고단함이 무릎만큼 차오른 날에는 그런 전쟁터 한가운데서 쓰러지듯 잠을 청했다. 그런 날 중에 가끔 씻지 않은 날이 있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아! 물론, 아주 가끔만 그랬다는 거다.
작은 집에 살면서, 가장 게을러지는 것은 단연코 버리는 일이었다.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 정도 택배가 왔는데, 원하는 물건을 꺼낸 자리엔 늘 상자와 비닐이 산처럼 남았다. 당장 버릴 처지가 안될 때는 일단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두곤 했는데, 살짝만 고개를 틀어도 집안이 전부 스캔되는 이 작은 집에서 보이지 않는 공간이란 현관이나 베란다가 유일했다. 겨울같은 계절엔 베란다 문을 여는 것도 번거로울뿐이라, 그럴 땐 그냥 현관 앞에 상자를 예쁘게 쌓아둔다. 내일 버리지 뭐, 모레 버리든가. 아니면 주말에. 라는 생각을 하다가 하루하루가 바쁘게 지나다 보면 문득 발견하게 된다. 어느새 상자로 꽉 차버린 현관을.
작은 집에서 잘 사는 법은 잘 버리는 것이다. 뭐든 넘쳐나기 전에, 어떤 것이든 수위를 넘기 전에 버려야 한다. 발 디딜 공간과 아무것도 없을 권리를 지켜주어야 한다. 그래서 사는 만큼 버려야 하고, 들어온 만큼 내보내야 한다. 작은 집에서 잘 사는 법은 그래서, 잘 비워내는 것이다.
작은 집을 위해 물건들을 비워내면서 늘 같은 생각을 한다. 나의 이 작은 마음을 위해서도 부디 잘 버려야겠다고. 그날의 어두운 감정과, 짙은 슬픔도. 누군가를 향한 실망과 미움도. 간직할 가치가 없는 것이면 오래되어 쿰쿰한 냄새가 나기 전에 비워내야겠다고. 오늘도 난 무엇을 버려야했을까. 기억나지 않는다면 이미 내 마음은 깨끗이 비워진 것이다.
202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