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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Dec 24. 2020

[오늘을 남기다] 엄마의 욕심

집에서 줌 수업을 하면서 궁금했던 아이들의 수업 태도, 모습을 알 수 있게 됐다.

바지는 수면 잠옷에, 윗 옷은 깔끔한 티셔츠를 걸치고 수업에 참여한다.

그만큼 몸은 편해 보인다. 편한 몸만큼 마음도 조금은 그러리라 짐작해본다.

그러나 아이들의 수업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다.

첫째 아이야 워낙 내성적인 면이 강해서 아무리 편한 환경이어도 별로 다를 게 없었다. 번호대로 돌아가는 질문 외에는 손을 들어 발표하는 일이 거의 없다.

엄마의 욕심이야, 선생님 질문에 눈 초롱초롱 빛내면서, 손 번쩍 들고, 큰소리로 또박또박 발표하는 거겠지만.

아이의 성향을 잘 알고 있으니 거기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집중 잘하고 수업에 잘 따라가기만 바란다.


그런데 둘째 아이에 대한 생각은 좀 다르다. 첫째보다 학습능력면에서 뛰어나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얘기할 줄 아는 아이이다. 그러니 다른 건 몰라도  수업 참여도는 좋겠지 싶은 기대가 있었다.

오늘 둘째 아이가 줌 수업을 하는 날이다. 국어 수업을 했고, 친구를 칭찬하는 쪽지를 써서 발표하는 수업이었다.

방문을 닫고 문에 귀를 바짝 대고 아이가 발표하는 소리를 들었다. 1번부터 돌아가는 발표에 아이에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적당히 해버리고 말아야 지’하는 말투로 후다닥 읽고 말았다. 반면 다른 아이들의 발표 소리는 제법 의젓하고 또박또박했다.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먼저 발표하고 딴짓하는 아들의 모습에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다 같은 2학년인데, 다들 코로나로 학교에 못 간 건 똑같은데, 집에서의 교육이 달랐을까? 순간 자책까지 하게 되었다.

20명이 넘는 아이들의 발표 시간은 길었다. 발표가 끝나갈 무렵 내 울화통도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다 끝내고 아들이 방에서 나왔다.  

“아, 너무 힘들어. 지루하고, 발표를 왜 이리 길게 하는 거야.”

아들은 투덜대며 바닥에 누워버렸다.

“그래, 고생했어.”

그런 아들을 보며 티를 내지도 못하고, 밝게 웃어주지도 못 했다. (속 좁은 엄마.ㅜㅜ)

아들이 방에 들어가 수업한 30분 동안, 고작, 그 30분 동안.

내 마음은 기대에, 실망에, 울화에, 다시 체념으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렇게 아이에 대한 욕심을 한 큰 술 덜어 낸다.


202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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