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QuestioN Diary 앱을 깔아주었다. 매일을 뭐라도 남기고 지냈으면 좋겠다면서 추천한 앱이다.
첫날 질문이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이다. 핸드폰 자판으로 쓰는 게 불편해 오랜만에 노트북을 열어 답을 적어본다.
“네,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아직 마음속에 걱정거리도 많고,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내 마음을 알아주고, 안아주는 이가 있어서 행복합니다.
수술을 한 달 앞에 두고 있다. 수술 날짜를 잡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 병을 알기 전의 일상처럼 지내려 애썼다. 그 애씀은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외부 일정은 안 잡고 집에서 아이들과 나만의 시간에만 집중하며 지냈다. 그렇게 보낸 하루하루가 정말 진부한 표현 그대로 ‘쏜살같이’ 가버렸다. 이제 한 달 뒤 난 수술대에 누여질 것이다.
그전에 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아직 부모님들께 내 상황을 얘기 못 한 것이다.
언제쯤 말해야 가장 좋을까? 어떻게 말해야 조금 덜 놀라실까? 이제 슬슬 고민을 해야 한다.
아이들은 엄마가 왜 외할머니한테 얘기를 안 하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단다. 자기는 아프면 엄마한테 제일 먼저 얘기할 거라고.
부모님이 70살을 훌쩍 넘기시고, 아버지도 폐암 투병에서 자유로워지신 지 몇 년 안 되었다. 이런저런 생각 하면 얘기를 안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가도, 내 아이들도 그러면 어쩌지 하는 이기적인 생각에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말씀은 드리긴 드려야겠다고 혼자 결론지었다.
혼자 마음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결정짓는 동안, 남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었나 보다.
부모님께 아예 말씀을 안 드리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그렇다고 너무 닥쳐서 말씀드려도 서운해하실 거라며 먼저 말을 꺼낸다. 그리고 다음 주에 혼자 처가에 다녀오겠다고 한다. 자기가 잘 말씀드리고 오겠다고.
그렇게 하자고 아직 결정은 못 내렸지만, 그렇게 말해주는 남편의 말이 고마워 눈물이 맺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