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인 어제는 미세먼지 경보가 울리더니 오늘은 비다. 에잇! 아직 결심이 물러지지도 않았는데. 불끈불끈 의욕이 솟고 있는데 참 안 도와준다.
미세먼지를 잔뜩 머금은 비가 쏟아지는 걸 보니 밖에 나갈 엄두가 안 났다. 이 비가 먼지라도 씻겨낼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제 됐겠지...
비는 계속 내렸다. 봄비답게 가만가만 내렸다.
더는 못 기다리겠다 싶어 우산 쓰고 나갔다. 어제는 나름의 파워 워킹을 했었는데, 오늘은 딸린 짐이 있어 '파워'는 힘들었다. 그냥 천천히 산책하기로 했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봄비의 잔잔한 연주에 집중하며 걸었다.
울타리를 따라 심긴 개나리 나무에 아기 손톱만 한 초록잎이 돋아 나고 있었다. 초록잎은 봄비의 연주에 맞춰 춤을 추웠다. 제법 신이나 보였다.
부지런 떨며 일찌감치 꽃을 피운 매화는 얼마 전에 눈도 맞고, 미세먼지도 흠뻑 뒤집어썼다가, 봄비에 살살 씻기면서 더 활짝 피었다.
맞은편에 벚나무가 반들반들한 몸을 쭉 뻗고 서있다. 봄비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 자기는 아직 때가 아니라는 듯 말이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매화나무와 벚나무를 번갈아 보니 정말 달랐다. 꽃만 보면 헷갈렸는데, 나무의 몸이 달랐다. 벚나무의 몸은 미끈한 게 뺀질뺀질한 것 같아 얄미워 보였고, 매화는 일을 많이 해서 거칠어진 손처럼 고되 보였다. 괜히 벚나무에게 '흥' 콧방귀를 날리고 매화를 한 번 더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