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 Mar 12. 2021

[오늘을남기다] 봄비맞으며


 다시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매일 아파트 단지를 크게 다섯 바퀴 돌기!  

 이제 시작한 지 이틀째다.

 첫날인 어제는 미세먼지 경보가 울리더니 오늘은 비다. 에잇! 아직 결심이 물러지지도 않았는데. 불끈불끈 의욕이 솟고 있는데 참 안 도와준다.   

 미세먼지를 잔뜩 머금은 비가 쏟아지는 걸 보니 밖에 나갈 엄두가 안 났다. 이 비가 먼지라도 씻겨낼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제 됐겠지...


 비는 계속 내렸다. 봄비답게 가만가만 내렸다.

 더는 못 기다리겠다 싶어 우산 고 나갔다. 어제는 나름의 파워 워킹을 했었는데, 오늘은 딸린 짐이 있어 '파워'는 힘들었다. 그냥 천천히 산책하기로 했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봄비의 잔잔한 연주에 집중하며 걸었다.

 

 울타리를 따라 심긴 개나리 나무에 아기 손톱만 한 초록잎이 돋아 나고 있었다. 초록잎은 봄비의 연주에 맞춰 춤을 추웠다. 제법 신이나 보였다.

 부지런 떨며 일찌감치 꽃을 피운 매화는 얼마 전에 눈도 맞고, 미세먼지도 흠뻑 뒤집어썼다가, 봄비에 살살 씻기면서 더 활짝 피었다.

 맞은편에 벚나무가 반들반들한 몸을 쭉 뻗고 서있다. 봄비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 자기는 아직 때가 아니라는 듯 말이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매화나무와 벚나무를 번갈아 보니 정말 달랐다. 꽃만 보면 헷갈렸는데, 나무의 몸이 달랐다. 벚나무의 몸은 미끈한 게 뺀질뺀질한 것 같아 얄미워 보였고, 매화는 일을 많이 해서 거칠어진 손처럼 고되 보였다. 괜히 벚나무에게 '흥' 콧방귀를 날리고 매화를 한 번 더 보았다.

 

 봄비 때문에 파워 워킹은 못했지만  

 봄비를 함께 맞으며 내 걸음 옆에 있어 준 친구들 덕분에

 다섯 바퀴 돌기 미션 성공!  

 

2021.3.12.

작가의 이전글 [오늘을 남기다] 밥솥의 밥이 금방 바닥난다는 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