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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Mar 04. 2021

[오늘을 남기다] 밥솥의 밥이 금방 바닥난다는 건

아이들이 쑥쑥 크고 있다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아들 둘을 키우면서 분유 한 번 안 먹이고 모유로만 키웠다. 분유값이 부담스러운 것도 있었지만 모유가 훨씬 건강하다는 말에 고집스럽게 먹였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의 몸무게가 잘 늘지 않았다. 아주 깡마르지는 안았지만, 보통 체격보다는 살짝 미달이었다. 그러면 왠지 내 탓인 것 같아 미안했다.

이유식을 시작하면서는 모유로 부족한 걸 채워보겠다고 고기 위주로 열심히 갈아서 먹였다. 하지만 이건 더 어려운 일이었다. 태어난 지 몇 개월 안 된 아기가 편식을 하기 시작하고, 입은 또 어찌나 짧은지 조그만 그릇에 꾹꾹 눌러 담은 내 욕심은 그냥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렸다. 밥그릇을 들고 따라다니면서 먹이는 건 기본이었고, 가끔은 화도 내 보고, 사탕을 반찬 삼아 먹인 적도 있었다. 그 버릇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먹는 걸로 아이들과 씨름하는 건 육아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적어도 내한테는 말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며서부터는 운동도 하고, 친구들과 뛰어노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나마 그릇에 담긴 밥은 남기지 않고 먹었다. 물론 주로 아이들 입맛에 맞는 반찬만 주었었다. 세끼 중 두 끼는 육해공군 고기를 돌려가며 먹였다. 그렇게라도 제발 밥을 맛있게, 때론 게걸스럽게라도 먹어는 모습을 보는 게 소원이었으니까.    


그러던 아이들이 이제는 밥통을 스스로 열어 한 그릇 더 하면서 주걱질을 한다. 이렇게 된 건 아이들이 성장기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작년에 코로나 19로 집에서 삼시 세 끼를 너무 꼬박꼬박 챙겨 먹고, 운동도 못한 탓에 몸에 살도 붙고 몸속 밥통도 늘어난 것 같다.

언젠가부터 밥솥에 밥을 해두면 하루를 채 못 먹고 있다. 남편은 아침 한 끼 먹고, 나도  밥공기에 3분의 1 정도 담아 하루 두 끼 먹는 데,

그렇다면 그 많은 밥은 두 아들이......

제법 올록볼록, 퉁실퉁실 살이 오른 아들들의 모습이 귀엽고 뿌듯하다 못해 감사하기까지 하다.   


부지런히 또 저녁 쌀을 빡빡 씻어 안쳐놓고, 반찬을 만들었다. 삼겹살 팍팍 넣은 김치찌개와 두툼한 계란말이.

오늘도 밥 두 공기씩 뚝딱 비웠다.


밥솥에 김이 높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아들들도 쑥쑥 크고 있겠지?


2021.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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