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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Mar 29. 2021

[오늘을 남기다]같잖은 조언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나고 오늘 또 만나도 대화의 끝은 항상 아이들 이야기다. 해도 해도 끝없는 이야기, 하면 할수록 답답해지는 이야기, 정답도 없고, 그렇다고 뾰족한 해결책도 없는 이야기다. 섣불리 조언 따위는 하면 안 되는 이야기다. 왜? 조언을 듣고 나면 감사할 때보다 기분이 안 좋을 때가 더 많으니까. 그걸 알면서도 실수는 계속하게 된다.


 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언제나처럼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J가 말했다.  

 J는 수술받고 퇴원한 날, 아직 수술 자리가 아팠다. 아들은 누워서 쉬고 있는 J에게 밖에 같이 나가자고 졸랐다. J는 평소에 같이 나가자고 조르는 적이 없던 아들의 눈빛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 가자. 아들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아무리 아들이 하고 싶다고 해도, 엄마 몸이 아픈데 그건 아니지 않나요? 아이들도 엄마가 아픈 걸 알아야 하는 거 아냐? 그러지 말아요. 그럼 애들은 엄마가 아파도 자기가 원하는 건 다 해줘야 한다고 생각할 거야.

 맞아, 애들도 알아야 해. 다음부턴 그러지 마. 그리고 네 몸도 아껴. 지나친 맹목적인 사랑은 아닌 것 같다.


 J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한마디씩 내뱉었다. 물론 나도 한 마디 거들었다. 그렇게 J의 얼굴은 붉어지며, 그래야 하는 데 그게 잘 안 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나는 J와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J는 지금 이혼을 준비 중인데, 아이들은 아직 모른다고 했다. 집에서 남편과의 대화가 없어 아이들도 어느 정도 눈치챘을 거란다. 아이들에게 제일 미안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있는 J는 평소에 어디 가자고 해도 같이 안 움직이던 아들이 먼저 내민 손을 잡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J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됐을 자신의 속사정을 이야기했다. 나는 미안해졌다. 아, 또 실수했구나.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텐데, J도 10년 이상 육아를 해왔거늘, 자신만의 육아 규정이 있을 텐데 말이다.


 육아 방식은 아이마다 다르고, 부모마다 다르다. 오은영 박사처럼 상황을 지켜보고 처방을 내려줄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쉽게 평가하고 조언해서는 안 된다.

건방졌네, 섣불렀네, 같잖은 조언. 반성한다.


2021.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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