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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Apr 02. 2021

당신은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드나요?

QuestioN Diary 4

 

 내 이름은 “미선”이다.

 요즘 아이들 이름으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내가 어릴 적엔 한 해 걸러 한 번씩은 같은 반에 ‘미선’이라는 이름이 두 명 정도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는 내 이름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 건지 알려주셨다. 아름다울 ‘美’에, 착할 ‘善 ’. 엄마는 지난 달력 뒷장에 유성 매직으로 반듯하게 획을 그리셨다. 어린 나이에 ‘아름답고 착한’ 내 이름이 좋았다. 그래서 엄마가 알려준 한자를 종종 연습하며 기억했다.


 그런데 웬걸, 엄마가 내 이름의 한자를 잘 못 알고 계셨던 거다. 이 사실은 주민 등록증을 만들던 19세에 알게 되었다. 내 이름은 아름답고 착한 美善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신선인 美仙이었다. ‘선’자의 획이 확 줄어서 쓰기 편해졌지만, 여간 낯간지러운 게 아니다. 엄마는 출생신고 당시 공무원의 실수를 탓하며 그제야 욕을 한 바가지 보태셨다.


 하지만 그 공무원 덕(?)을 보기도 했다.

 대학교에서 중국어를 전공했는데, 과에서는 이름을 중국어로 불렀다. 40여 명밖에 안 되는 과에 “미선”이라는 이름은 나를 포함해 둘이었다. 그 친구는 정말 美善 이었다. 중국어로는 “meishan”이다. 美仙인 나는 “meixian”이다. 같은 이름이 다르게 불리는 걸 재미있어하며, 우린 4년 동안 제법 친하게 지냈다. 지금은 연락을 못 한지 꽤 됐지만, 내 인생에서 만난 “미선”이들 중 가장 친하게 지낸 “meishan”이 보고 싶다.


 같은 이름의 친구를 만나면, 왠지 서로에 대해 조금은 익숙한 느낌이 든다. 처음 만났지만 다가가기도 쉽다.  

 소극적인 성격인 나에게는 흔해 빠진 ‘미선’이라는 이름은 꽤 이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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