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무렵, 출장 겸 여행으로 일주일 간 혼자 중국에 갔었다. 혼자 여행 가보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그래서 중국으로 혼자 날아갔다. 한국어 다음으로 내가 불편하지 않게 사용할 수 있는 언어가 중국어였기에, 첫 모험지로 어디를 선택할지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떠나기 전 며칠간 잔뜩 설레어서, 지도를 보고 또 보고 일정을 체크했더랬다.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인지라, 중국 땅을 밟자마자 두 팔을 활짝 펴 치켜들고 뿌듯해했었다.
허나, 시간이 지날수록 즐겁지만은 않았다. 커다란 자금성을 보면서 혼자 감탄하고, 넓디넓은 천안문 광장 앞에서 혼자 서성이는데, 아, 외로웠다. 내가 감탄사를 날려도 대꾸해주는 이가 없으니, 이거야 원. 그 후로 결혼하고 아들 둘과 살면서 외롭고 싶어도 그럴 기회가 없다는 것이 되려 슬프다마는, 그때는 그랬다. 다시는 혼자 여행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더랬다.
14년 만에 다시 혼자 여행을 떠난다. 딱 3박 4일 동안이다. 샴푸, 린스, 폼클렌징, 치약, 속옷, 양말을 딱 3일 치 챙겼다. 충전기, 읽을 책, 이어폰도 챙겼다.
아, 이게 얼마만의 혼자 보내는 시간인가... 하지만 이번 여행은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그 어느 나라보다 낯설고, 어느 언어보다 긴장하게 된다. 이번 여행도 무사히 마치고 돌아갈 거라는 걸 알면서도 떨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돌아가면 또 결심하겠지. 혼자 여행은 가지 않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