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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May 07. 2021

무거워진 몸을 달래는 방법은?

QuestioN Diary 7

 몸이 유난히 무거운 날이 있다. 체중계에 올라가면 앞자리 숫자가 마구 올라갈 것만 같은 날.

 그런 날, 내 몸을 달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냥 쓰러져 자거나, 무조건 밖으로 나가서 걷는 거다. 완전히 상반되는 방법이지만, 둘 다 효과가 있다. 하지만, 둘 다 어설프게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피로감만 더 쌓인다.

 잠깐 눈을 붙여 피로를 풀려고 한다면, 아무리 짧은 시간을 자더라도 깊이 잠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 짧은 시간에 꿈이라도 꾸게 되면 몸뿐만 아니라 머리도 무거워진다.

 밖에 나가서 걸을 때도, 살짝 콧속에 바람만 넣고 온다면 몸이 어설프게 풀려서 피곤함이 가중된다. 걸으면서 들이마신 공기가 몸속 세포들을 하나하나 깨울 때까지 걸어야 한다. 이마를 쓱 닦으면 손등에 땀이 살짝 묻어날 정도면 족하다.

 남들이 보면 대충 ‘적당히’ 하는 것 같겠지만, 나는 무거워진 몸을 달랠 때 이 정도가 딱 좋다.  



 오늘이 그날이다. 몸이 무거워진 날.

 남편이 출근하고 소파에 누워 책을 봤다. 몇 줄 읽지도 못했는데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왔다. 책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두 팔을 접어 머리를 괴었다. 그대로 눈을 감았다.  

 30분쯤 잤을까. 아이들이 깨어 돌아다니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깊이 자지 못했다. 역시 어설픈 잠은 개운치가 않다.

 분명 아침이었는데, 집안이 온통 어두워졌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짙은 잿빛 구름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어제 일기예보에서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있다더니 기어이 비가 쏟아지려나 보다. 묵직한 구름을 짊어진 것처럼 몸이 무거워졌다.    


 비가 쏟아졌다. 바람이 거세지면서 빗줄기가 휘어 창문을 때렸다. 오늘은 산책하긴 글렀다. 잠으로 실패한 무거워진 몸을 산책으로 달래려 했는데, 아쉬웠다.

 그렇다면 오늘 같은 날은 어찌해야 할까? 그냥 조금 더 잘까? 침대에 누워 이불만 살짝 덮어도 금세 다시 잠들 것 같은데.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질 것 같기도 하고.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고민을 했다.


-엄마 배고파.

-어? 알았어. 밥 줄게.


 아들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눈이 번쩍 떠졌다. 무거운 몸을 단숨에 일으켜 아이들 아침을 차려주었다. 아무리 단기 방학 중이라도 아침밥은 먹어야 하니까. 괜히 사치스러운 고민을 하고 앉아있었다.


-이거 저녁밥인가? 왜 이렇게 깜깜해지지. 밥 먹고 자야겠다.


 아이들은 심상치 않은 바깥세상을 내다보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잠시도 쉬지 않고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데, 한마디도 같이 섞지 않았는데 지쳤다.

 커피 한 잔을 내려 창가에 앉았다. 발바닥을 맞대고, 허리를 곧추세워 앉았다. 두 팔을 위로 쭉 뻗어 깍지를 끼고 좌우로 꾹꾹 눌러 주었다. 카페인으로 세포들을 깨우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이래저래 몸부림을 쳐보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날씨 탓인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퍼붓던 빗줄기가 얇아지더니 잿빛 구름도 옅어져 밖이 다시 환해졌다. 빗방울이 서서히 멎었다. 오늘 비는 여기까지 인가보다. 나뭇잎에 머문 빗방울이 햇볕에 반사되어 반짝인다.

 기회는 이때다. 얼른 나가서 걷고 와야겠다.  

 비록 ‘미세먼지 나쁨’ 경고음이 울렸지만, 전무장을 하고 나간다.

 이제라도 무거워진 몸을 달래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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