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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May 20. 2021

엉뚱한 상상] 친해지길 바라.

2년 전에 아파트 단지에서 줄무늬 다람쥐를 봤다.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 가던 길이었는데, 자전거를 멈추고 내 눈을 의심하며 가까이 다가갔다.
손바닥만 한 다람쥐는 줄무늬가 선명해서 눈에 확 띄었다. 다람쥐는 옅은 주황 빛깔의 감을 두 손으로 감싸고 열심히 갉아먹고 있었다. 그러더니 나와 눈을 마주쳤다.
"뭘 봐."
다람쥐는 이 한마디를 쏘아붙이고는 뒤돌아 계속 감을 먹었다. 홱 뒤돌아서는 다람쥐의 모습에 깜짝 놀라 조금 더 지켜보았다.  
결국 다람쥐는 먹던 감을 집어던지고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 후로 다람쥐를 다시 본 적이 없다.  먼저 통성명이라도 하고 다가갈 걸 미안하고 아쉬웠다.


그런데, 어제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면서 청설모를 봤다.
그때 그 친구가 아니라 아쉬웠지만, 비스무리한 녀석이라 반가웠다.
설모는 제자리에서 잠시 분주하게 두리번거리더니 놀이터를 향해 냅다 달렸다. 약속 시간에라도 늦은 것처럼.
이번엔 인사라도 해봐야지 싶어, 설모를 눈에서 놓치지 않고 천천히 따라갔다.
설모가 갑자기 멈췄다. 놀이터에는 마스크를 쓴 아이들로 꽉 차있었다.   
설모는 오른손으로 얼굴을 더듬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참을 가만히 서있었다.
설모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뒤를 돌아 다시 왔던 길을 잽싸게 뛰어 돌아갔다.
아무래도 마스크를 안 쓰고 온 게 마음에 걸렸나 보다.

이번에도 말 한마디 못 붙여봤네.  그래도 반가웠다.
설모야. 다음엔 마스크 쓰고 놀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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