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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un 21. 2021

[오늘을 남기다] 아이스커피와 느린 산책

 

아침에 채혈을 하고 왔다. 다음 주에 있는 진료 전 검사다.

병원은 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왕복 1시간. 채혈시간까지 합쳐 봐야 단 1시간 20분 정도의 외출이었는데 몸이 녹초가 됐다.


 그래도 아들 점심을 챙겨 줘야 하니,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2개 사들고 들어와 라볶이를 후다닥 만들어 같이 먹였다. 허기를 채우고 설거지를 물에 담갔다. 만사가 귀찮아 그냥 바닥에 누워버렸다.


 잠깐 눈을 감았다 떴는데 20분이 지났다. 조금 전에 먹은 떡볶이가 명치로 기어오르려고 했다. 눈꺼풀은 여전히 무거워 내려앉으려고 했다. 허나 그랬다가는 기어이 속이 편치 않을 것 같아 일어났다.


 텀블러에 얼음을 가득 채워 뜨거운 커피를 부어 밖으로 나왔다. 더웠다. 무작정 나와봐야 갈 곳이라고는 도서관 밖에 없었다. 아니, 도서관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천천히 걸었다. 이런 날씨에 괜히 발걸음에 힘을 주어 이글거리는 태양님과 싸울 필요는 없으니까.


  차가워진 커피로 목을 적시며

 보드 블록을 피해 화단을 이룬 풀꽃들을 구경했다.

풀들이 제법 키가 커진 것 같았다. 길어진 줄기에 성기게 달린 잎이 시원해 보였다.


그런데 단 한 친구. 하얀 털모자를 쓴 것 같은 민들레만 더워 보였다. 툭 건드려 모자를 벗겨줄까 하다가 피식 웃고 그냥 지나쳤다. 뜨거운 해님과 싸우는 바람이 잠깐이라도 들르면 벗겨줄 테지.


이제 텀블러를 쥔 손도 시원해졌다.

시원한 커피 한 잔과 느린 산책에 노곤함이 씻겨졌다.


202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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