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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Aug 11. 2021

[오늘을 남기다] 엄마 뭐해요?

할머니 댁에 가있는 큰아들이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문자를 보낸다.

"엄마 뭐해요?"



치료가 끝나고 계속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을 때는,

"엄마 쉬고 있지.

엄마 누워있어.

엄마 잠깐 잠들었었네."

라는 답문을 보냈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물론 무리를 하지 않으니 완전한 일상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누워있거나, 잠을 자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시간을 짧고 재미난 영상들을 보면서, 웃으면서, 딴짓 거리를 하고 있다.


그때, 아들이

"엄마 뭐해요?" 하고 물으면,

잠시 생각하다가

"그냥 있지."라고 보낸다. 그러면 아들이,

"그냥 뭐 하는데요?"라고 는다.

그리고 식탁 끄트머리에 날개를 활짝 펴고 엎어져있는 책을 본다.

"어, 책 읽어."라고 보낸다.

그래도 엄마인지라, 그 말이 거짓말이 되면 안 될 것 같아.

책의 한 쪽 날갯죽지를 잡아끌어 앞에 펼쳐 놓는다.

할 수 없이 한쪽이라도 읽는다. 그러다 재미있으면 쭉 읽기도 한다.  

미디어 중독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멍 때리고 있는 날,

아들이 한 번씩 내 뇌를 깨워준다.

부끄럽고, 고맙고, 고맙고, 고맙지만......,

감시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살짝, 아주 살짝 들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아이들은 내가 외출하는 걸 그렇게 좋아했다. 심지어 몇 시간쯤 걸리는 약속인지도 체크했다.

내가 자리를 비운 그 시간 녀석들도 참 꿀맛이었겠구나 싶다.

어느 정도 짐작했다만, 요 정도로 달콤할 줄이야.


앞으로 서로에게 주어지는 자유 시간에 대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적당히 묻자꾸나.


... 괜히 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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