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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Aug 23. 2021

[오늘을 남기다] 가을 문턱

아침부터 잿빛의 무거운 구름이 스물 거리며 하늘을 헤매고 다녔다. 가을장마에 태풍 소식까지 있더니 기어이 곧 쏟아질 것 같았다.

남편이 출근하고 곧바로 뒤따라 나갔다. 지금이 아니면  오늘은 밖에 못 나갈 것 같아서였다.

바람은 잔잔히 불었지만, 습한 공기 때문에 얼마 걷지 않아도 땀이 흘렀다. 비 떨어지기 전에 바지런히 걷는다고 팔을 저으며 속도를 냈다.

헐떡이기 시작하면서 손을 허리춤에 올리고 속도를 늦췄다. 그제야 밤새 비바람의 흔적이 보였다.


떨어진 지 한참 되어 말라버린 갈색 잎에서 아직 싱싱한 초록잎까지 거리에 제법 흩어져 있었다.

가로수를 올려다봤다. 아직은 푸르른 나뭇잎이 풍성한 나무에 노란 잎 하나가 간신히 매달려있었다. 겨우 하나였지만 노란색이 어찌나 가을 가을 한 지, 이제 정말 가을 문턱이구나 싶었다.

덥다 덥다 했지만, 더위를 느낄 시간이 많지 않았던 올해 여름이 기어이 끝나는구나 싶어 아쉬웠다.

이렇게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겠고, 한 해가 끝나겠구나. 너는 참 성실히 꾸준히 잘도 가는구나.


다시 걸었다. 발 뒤꿈치부터 꾹 눌러 발가락이 지면을 밀어낼 때까지 한발 한발 천천히. 그리고  생각했다.

그 누구도 붙잡아 둘 수 없는 이 시간을

어떻게, 무엇을 채워 같이 가야 할까?

202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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