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님이 오랜만에 구름 사이로 빼꼼 고개를 내민다.
창문을 활짝 열어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
흙내음이 콧속을 타고 정수리에 닿았다.
제법 쌀쌀해진 바깥공기가 딱 좋다.
며칠 동안 궂은 날씨 핑계로 미뤄둔 청소를…
해야만 할 것 같다…
그래야 할 것 같다
음… 그래야지..
잠깐,
라떼 한 잔만 하고 해야지…
라떼 한 봉지에 물을 적당히 부었다.
음, 부드럽고 따듯함이 지금과 딱 어울린다.
이런, 양이 너무 적다.
홀짝홀짝 조금씩 넘기고 있지만
두 번만 더 홀짝이고 나면…
청소를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집안을 둘러보았다.
널브러져 있는 포켓몬스터 카드들,
아이들이 보다만 책들,
레고 조각들,
에이, 고개를 돌려 모른척했다.
다시 커피를 내렸다.
아주 연하고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큰 컵에 가득 부었다.
커피 향이 하얀 날개를 달고 나를 감쌌다.
다시 평온해졌다.
그리고,
지금을 더 즐긴다.
이것만 다 마시고 해야지…
2021.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