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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Sep 08. 2021

[오늘을 남기다] 딱 좋은 지금.

해님이 오랜만에 구름 사이로 빼꼼 고개를 내민다.

창문을 활짝 열어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

흙내음이 콧속을 타고 정수리에 닿았다.

제법 쌀쌀해진 바깥공기가 딱 좋다.


며칠 동안 궂은 날씨 핑계로 미뤄둔 청소를…

해야만 할 것 같다…

그래야 할 것 같다

음… 그래야지..


잠깐,

라떼 한 잔만 하고 해야지…

라떼 한 봉지에 물을 적당히 부었다.

음, 부드럽고 따듯함이 지금과 딱 어울린다.


이런, 양이 너무 적다.

홀짝홀짝 조금씩 넘기고 있지만

두 번만 더 홀짝이고 나면…

청소를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집안을 둘러보았다.

널브러져 있는 포켓몬스터 카드들,

아이들이 보다만 책들,

레고 조각들,

에이, 고개를 돌려 모른척했다.


다시 커피를 내렸다.

아주 연하고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큰 컵에 가득 부었다.

커피 향이 하얀 날개를 달고 나를 감쌌다.

다시 평온해졌다.

그리고,

지금을 더 즐긴다.


이것만 다 마시고 해야지…


2021.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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