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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Dec 28. 2021

'여행'이라는 같은 이름의 다른 여행

© simonmigaj, 출처 Unsplash

결혼 전 나는 지루하고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조금 쉬고 싶을 때 여행을 갔다.

여행은 곧 휴식이었으니까.

단지 지금 이곳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여행지를 택했었다. 그곳이 어디든 사실상 개의치 않았다.

푹신한 침대에 편히 누워 천장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어도, 발 닿는 대로 가다가 배고프면 편의점에 들어가 컵라면에 삼각 김밥 하나 먹어도, 커피 한 잔 그러쥐고 아무 데나 걸터앉아 새로운 거리, 새로운 건물, 새로운 사람들을 구경하다 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오면 다시 일상을 버틸 힘이 생겼었다.


하지만 결혼 후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은 조금 달랐다.

여행의 동기는 비슷했으나 여행을 마친 후의 느끼는 감정이 달랐다.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더 많이 보고 느끼는 게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그렇다고 그다지 계획적이지 않은 성격에 촘촘한 일정을 짜지도 못했다.

다급하게 핸드폰으로 검색해서 꼭 가봐야 할 곳을 정하여 갔다. 밥을 먹을 때도 맛집을 찾는다. 20분 이상 줄을 서더라도 꼭 이곳에서 먹으리라고 기다렸다. 물론 대부분의 맛집은 충분한 만족감을 주었다. 벼락치기 계획의 여행이지만 그래도 숙제를 안 빠뜨리고 마친 것처럼 뿌듯했다. 하지만 몸은 피곤했다.

같은 이름의 ‘여행’이지만 너무 달랐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삶의 무기가 되는 한마디’에 ‘인생의 단맛을 즐기는 시간 사용법’을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

시간에 쫓겨, 일정에 쫓겨, 반드시 해야 함을 장착한 채 한 여행은 휴식이 아닌 노동이었던 게 아닐까. 즐거움은 있었지만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걸 해치우려고 했던 게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니 10여 년간 진정한 휴식을 즐기는 여행은 못 해본 것 같다.

내년에는 인생의 ‘단맛’을 즐기는 시간 사용법을 깊이 새겨봐야겠다.





인생의 ‘단맛’을 즐기는 시간 사용법


일상생활은 활동과 휴식, 두 가지로 나뉜다.

활동 중에서도 노동은 힘들다. 한편 휴식은 즐겁고 쾌적하다.

누구나 즐거운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활동, 노동은 신속하게 하고,

휴양이나 즐거움은 느긋함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좋다.

제한된 일생의 시간을 잘 분배해서 사용하는 사람은 시간을 즐기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삶의 무기가 되는 한마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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