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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Apr 10. 2022

사춘기

내 맘대로 동시


사춘기


별거 아닌 게 별거가 되어

가슴속에 불을 지펴요


불길은 온몸으로 번져요

기어이 눈시울까지 달궈요


한두 방울 떨어지는 눈물로

불을 꺼보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해요


꺼이꺼이

사이렌 소리를 내며

주르륵 주르륵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니

그제야 불이 서서히 꺼져요


다행이에요

불 꺼 줄 친구가 있어서요

아마도 우린 한동안

친하게 지낼 것 같아요





아들들과 커피숍에 나왔어요.

먼저 숙제를 마치고 자유시간을 갖기로 했죠.


예준이는 수학 문제집을 먼저 꺼내고 펼쳤어요.

그런데 수학 문제가 괜히 트집을 잡는지

온갖 짜증 섞인 신음 소리를 내고 있네요.

다른 거 먼저 하거나

하기 싫으면 덮어도 되는데 말이에요.


왜 그러냐고 두어 번 물어봤어요.

물론 왜 그런지 짐작은 됐지만요.

대답도 안 해주고 짜증만 더 커지는 거 같아서

그냥 모르는 척했습니다.


결국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더군요.

닦아주려고 손을 가져가는데 그것도 싫은 가 봅니다.

그것도 그냥 모르는 척했습니다.

휴우,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제 속도 부글부글 끓습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여긴 커피숍이니까요. ㅎㅎㅎ

보는 눈이 많아 저절로 참아집니다.


아들은 한참을 혼자 투닥거리고 씩씩 거리더니

괜찮아졌나 봅니다.


확실히 그분(사춘기)이 아들을 찾아온 것 같습니다.


제게 그분이 찾아왔던 그 시절을 돌아봅니다.

특별할 거 없는 사춘기를 보냈는데

그래도 기억에 남는 건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렸다는 거예요.

별거 아닌 게 별거가 되어

서러움, 괜한 억울함으로 바뀌어 눈물에 녹아 흘렀죠.

한참을 쏟아내고 나면

다시 괜찮아졌던 것 같아요.


지금 예준이도 그런가 봅니다.

이제 시작되는 사춘기가 많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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