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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May 01. 2022

나는요

내 맘대로 詩

   

나는요

마흔이 되어 좋았어요

남들이 아휴 이제 너도 마흔이다 라고 말할 때 

나는요

마흔이 되어 좋았다니까요

왠지 새로운 인생을 살 것만 같았거든요

내 마음의 소리보다 다른 사람 마음의 소리에

더 귀 기울여 살았던 시간이 더 길어서였는지 몰라요

나는요

마흔이 되면서 결심했거든요

내 인생에 남은 시간은 오롯이 내 것으로 살겠다고요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까 설레며 고민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마흔이 시작되었어요

나는요

준비는 안 되었지만, 출발은 했어요

곧게 걸어가기는 힘들었지만 울퉁불퉁 길도 재미있었어요

아, 내가 잊고 있었던 게 있더라고요

나는요

어렸을 때 멀미가 심했어요 

버스가 비포장도로를 가기 시작하면 영락없이 멀미했었거든요

기다리던 내 마흔이 비포장도로인지 몰랐어요

깊은 웅덩이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는데 또 웅덩이가 나와요 

그러니 자꾸 멀미해요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나는요

흔들리는 마흔이 이제 두려워져요

더 깊은 웅덩이가 나타날까 봐서요

손잡이를 꼭 잡고 버텨야겠죠 

반듯하게 포장된 마흔에 도착할 때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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