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詩
나는요
마흔이 되어 좋았어요
남들이 아휴 이제 너도 마흔이다 라고 말할 때
나는요
마흔이 되어 좋았다니까요
왠지 새로운 인생을 살 것만 같았거든요
내 마음의 소리보다 다른 사람 마음의 소리에
더 귀 기울여 살았던 시간이 더 길어서였는지 몰라요
나는요
마흔이 되면서 결심했거든요
내 인생에 남은 시간은 오롯이 내 것으로 살겠다고요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까 설레며 고민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마흔이 시작되었어요
나는요
준비는 안 되었지만, 출발은 했어요
곧게 걸어가기는 힘들었지만 울퉁불퉁 길도 재미있었어요
아, 내가 잊고 있었던 게 있더라고요
나는요
어렸을 때 멀미가 심했어요
버스가 비포장도로를 가기 시작하면 영락없이 멀미했었거든요
기다리던 내 마흔이 비포장도로인지 몰랐어요
깊은 웅덩이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는데 또 웅덩이가 나와요
그러니 자꾸 멀미해요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나는요
흔들리는 마흔이 이제 두려워져요
더 깊은 웅덩이가 나타날까 봐서요
손잡이를 꼭 잡고 버텨야겠죠
반듯하게 포장된 마흔에 도착할 때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