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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May 11. 2022

오늘을 남기다] 해피엔딩. 그리고 리셋

오늘 '김창완의 아침 창'에 잔나비의 최정훈이 나왔다.

새 앨범을 들고 나와 소개도 하고 라이브로 몇 곡 불러주기도 했다.

아침 창에 나오는 가수들의 라이브를 들을 때마다 "귀가 호강한다."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나뿐만 아니라 같이 듣고 있는 청취자들이 제일 많이 쓰는 표현이다.

오늘은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최정훈의 목소리와 노랫말, 곡조의 매력에 흠뻑 젖어 그냥 정지 상태로 있었다.


감성이 남다른 그는 곡 작업을 할 때 사춘기 시절의 자신이 소환된다고 했다.

그 순간의 감성은 자신의 몸과 함께 나이 먹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단다.


그 말을 듣고 내 사춘기 시절은 어땠나, 그때 내 감성은 어땠나, 잠시 생각해 보았다.

식구들 앞에서는 시크한 척,

친구들 앞에서 감성이 남다른 척(주로 팝송만 듣고, 발라드만 듣고, 아이돌 그룹은 안 좋아하는 척하며,  노래방에서는 맨날 HOT의 "캔디"만 불렀다.)

하지만 단짝과 있을 때는 '까르륵까르륵'  세상 행복한 척, 아니, 행복했던 것 같다.

그때의 감성에서 지금 건질 수 있는 게 있나 찾아보았지만, 없다.

역시 남다른 아티스트와 난 달랐다. 훗


잔나비의 이번 앨범(초록을 거머쥔 우리)에 "여름, 가을, 겨울, 봄"이라는 곡이 있다.

김창완 아저씨가 물었다. 왜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아니고 "여름, 가을, 겨울, 봄"이냐고.

그가 답했다.

계절의 시작이 왜 봄일까? 꽃이 활짝 피는 봄이 고됨의 끝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면 좋겠다고.

캬!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발상이었다.

동화책에서도 " ~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것처럼.

봄꽃이 만개하여 대미를 장식하길 바라는 마음.

아침부터 멋진 청년에게 여러모로 감동받았다.


마트에 가려고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거리를 달리는데  점점 짙어지는 초록 잎사귀들이 "벌써"가 아니라 "이제야"로 다가왔다.

이제야 시작인 것이다. 리셋하기 딱 좋은 싱그러운 시기!



한창 대미를 장식하고 있던 봄꽃들의 마지막 모습!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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