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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May 12. 2022

10초의 허그, 그 따뜻함에 대해

매일 저녁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다 보면 머리의 뚜껑이 두세 번은 열렸다 닫힙니다.

어제도 그랬어요.

예준이가 너무 뭉그적대며 느릿느릿 숙제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버럭 화를 냈죠.


맞은편에 앉아 숙제를 하던 종혁이가 갑자기 일어나 두 팔 벌리고 제게 다가오는 거예요.

"엄마, 딱 10초만 안읍시다."

그러면서 저를 꼭 안았죠.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대뜸 안아 주겠다고 달려드는 것 같아 살짝 짜증 났죠.

"뭐야? 숙제나 하지."

차마 매몰차게 밀치는 건 못하겠고 그냥 가만히 있었죠.

"엄마, 쉿. 말 금지. 사랑해라는 말도 금지. 토닥토닥도 금지. 그냥 이렇게 엄마 심장하고 내 심장을 맞대고 딱 10초만."

저는 못 이기는 척 아무 말도 안 하고 종혁이를 꼭 안아줬어요.

속으로 10을 세면서요.

종혁이도 그랬는지 10초 무렵 저를 밀어내며

"숙제 끝!"

하고 자기 자리로 가서 앉더라고.

"뭐야, 숙제였어?"

"응, 이번 주 주제 일기예요. 아무 말 없이 엄마랑 10초 안고 있고 느낀 점 쓰기.

"그래? 그럼 10 초 동안 뭘 느꼈는데?"

종혁이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화난 엄마의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피식 웃음이 나왔죠.

종혁이 덕분에  화가 좀 식었어요. 뜨거워진 심장의 온도를 아이한테 조금 덜어냈나 봐요.

그래서 예준이도 안아줬어요.

아무 말 없이, 토닥임도 없이 그냥 가만히.

10초 동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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