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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May 18. 2022

오늘도 추억이 되길




2022년

예준이는 13살

종혁이는 11살.


얼마 전 제 생일에 배스킨라빈스 상품권을 선물 받았어요.

그곳 아이스크림은 평소에 아이들에게 자주는 못 사줘요. 이렇게 상품권이나 쿠폰이 생기면 사주죠.

그러니 아이들은 이 아이스크림 쿠폰이 얼마나 반갑고 좋았겠어요.

예준이가 매일 졸랐죠.

"엄마, 베라, 베라 언제 먹어요?"

"알았어. 오늘 먹자."

이렇게 말만 하고 사정을 핑계 대고 미루고 있었어요. 핑곗거리는 귀찮음이 컸어요.


"엄마, 오늘은 진짜 베라 먹자."

"응! 알았어. 그러자 진짜로. 지금 바로 나가자."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았어요. 말 나온 김에 예준이와 자전거 타고 가기로 했죠.

자전거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가게가 있죠. 아, 그건 갈 때 얘기고요. 갈 때는 내리막이라 금방 가거든요.

하지만 올라올 때는 조금 힘이 들어요. 그래도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올라온답니다. 아주 천천히지만요.


아이스크림 집에 도착해서 6가지 맛을 골랐어요. 이렇게 많은 종류를 골라보는 건 처음이었죠. 이번에 새로 나온 피카츄 맛, 슈팅스타, 엄마는 외계인, 민트 초코, 베리 베리 스트로베리, 사랑에 빠진 딸기를 골랐죠.

예준이는 마음이 급해졌어요. 아이스크림이 녹으면 안 된데요. 드라이아이스가 있으니 30분 정도는 괜찮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말이에요. 아마 녹을까 봐 가 아니라 얼른 가서 먹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았죠.

"엄마, 빨리 가야 돼요. 녹으면 안 돼."

예준이는 자전거 바구니에 아이스크림 봉지를 태우고 페달을 밟았어요. 저도 뒤따라 갔지요.


최근에 예준이 목소리가 변하면서 힘이 더 세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정말 그랬더라고요. 아주 가파른 오르막길은 아니지만 그래도 경사가 있는데, 저렇게 빨리 달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쌩하니 앞지르더라고요.

예준이는 제 시야에서 멀어졌어요. 점점 점점 점점.

그러다가 코너를 도니 아예 사라져 버렸죠.

기분이 살짝 이상하더라고요.

아이가 저렇게 내게서 독립해 나가겠구나 싶은 생각에 들었어요.

다행히 씩씩하고 힘차게 앞서가는 모습이어서 그때가 되면 대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지만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저도 코너를 돌았어요. 예준이는 신호등을 건너고 자전거를 세웠더라고요. 그리고 한 팔을 높이 올리고 저를 향해 흔들며 활짝 웃어줬죠.

저도 자전거 손잡이에서 한 손을 떼어 예준이를 향해 흔들었어요.

그리고 생각했죠.

'아, 다행이다. 아직 아니구나. 아직 내 곁에 있을 때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추억을 쌓아야겠구나.'라고요.


매일 일상은 똑같아요.

잔소리 내용도 비슷하고요.

투닥투닥 싸움 소리, 버럭버럭 화내는 소리, 깔깔깔 웃는 소리, 하하하 박장대소하는 소리도 매일 같아요.

그래도 그 안에 이런 소소한 감정들이 아이와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투썬플레이스를 쓰는 이유도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추억하기 위해서거든요.

그리고 제가 느낀 감정을 아이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죠.

오늘도 추억이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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