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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Dec 05. 2022

오늘을 남기다] 재벌집 막내아들 때문이다

-여보, 8시까지 가야 하는 거 아냐?

-몇 시야?

-7시 45분!

-으아~!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이불을 제치고 '빨딱' 일어났다.

남편은 허겁지겁 화장실로 들어가 1~2분 사이에 물을 묻히고 나와 출근 준비를 마쳤다.

그 순간 내가 줄 수 있는 건 물 한 잔.


-여보 갔다 올게요!

-네~ 조심히 가요. 늦었다고 너무 급하게 가지 말고.

-응~


철컥!


남편이 침대에서 일어나 옷 입고 나가는데 5분도 안 걸렸다.

현관문 닫히는 소리에 그제야 잠이 깼다.

나도 물 한 잔 마시고 약을 먹고 잠깐 앉아 있었다.


8시 5분

이제 아들들을 깨워서 학교 보내야 할 시간.


-아들들 일어나

-...

-아들들 8시 넘었어.

-...

-벌써 10분이야. 밥 먹고 가야지!

-...

-야!!!!!! 이 녀석들! 안 일어나!

-일어났어! 아! 왜 화내?


몇 번을 깨워도 대꾸도 안 하던 녀석이 소리를 빽 지르니 투덜거리며 일어났다.


-그럼 깨우기 전에 일어나던가, 좋게 말할 때 일어나던가

꼭 이렇게 화를 내야 일어나는 거야? 내일부터는 알아서들 일어나!


웬만하면 아침에는 화를 안 내려고 하는데

오늘은 참지 못하고 투덜거리는 아들을 받아쳤다.


-얼른 밥 먹고 가.

-...


쎄한 분위기에 아침을 후다닥 먹고 다른 날보다 빠르게 학교 갈 준비를 했다.

눈치 보는 아들들. 휴우, 미안한 엄마.


-다녀오겠습니다. 엄마! 사랑해!

-엄마도 사랑해. 아침부터 화내서 미안하고.

-엄마 이거.

쫑은 주머니에서 손하트를 꺼내 날리고 갔다.


-엄마, 다녀올게요.

-응 조심히 다녀와.

-사랑해요.

-응, 엄마도 사랑해.

사춘기 목소리를 한 톤 올려 시크하게 말하고 가는 쭌.


늬들이 이러고 가면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

엄마를 다룰 줄 아는 고수들.


철컥!


아들들마저 집에서 나갔다.

월요일 아침부터 정신없이 나간 식구들의 흔적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나는 따뜻한 라테 한 잔을 만들어 의자에 앉았다.

진한 커피 향이 우유에 희석되어 한결 부드러워졌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라테 향을 집안 구석구석에 퍼트렸다.

그 향속에 잠시 멍하게 앉아 있었다.


월요일부터 이렇게 정신없는 아침을 보내다니.

이게 다 재벌집 막내아들 송중기 때문이다.

왜 이리 재미있는 거야.

이 재미있는 걸 왜 금, 토가 아니라 토, 일에 하는 거야.

넷플릭스는 실시간으로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밤 12시에 나 업로드되는 드라마를 보고 잤으니 늦게 일어날 수밖에...


아, 재벌집 막내아들이 빨리 끝나길...ㅋㅋㅋ

지금 내가 반성할 수 있는 게, 이게 최선인가?ㅋㅋㅋ

정신 차리자!!

멍 때리기 그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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