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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Oct 12. 2023

친할머니 VS 외할머니

© nickkarvounis, 출처 Unsplash

어제 1, 2학년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긴 연휴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 나누었어요.

추석에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다녀온 이야기가 제일 많았죠.

한참 아이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를 잘 구분하여 말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물었죠.

"친구들~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라는 말 알고 있나요?"

아이들은 서로의 얼굴만 번갈아 볼 뿐 대답하는 친구가 없었어요.

"아, 혹시 처음 들어 보는 말인가요?"

"아뇨, 들어보긴 했는데, 잘 모르겠어요."

"음, 그럼, 친할머니는 누구고, 외할머니는 누굴까? 두 할머니의 차이점은 뭘까?"

다시 정적이 흘렀죠. 그때 한 친구가 자신감 있게 손을 들며 말했어요.

"나이 차이요. 친할머니는 젊은 할머니, 외할머니는 더 늙은 할머니를 뜻하는 거예요."

그때 옆에 있는 친구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고 말했어요.

"주름이 많은 할머니가 친할머니, 주름이 적은 할머니는 외할머니요."

"아니야, 나쁜 할머니는 친할머니, 착한 할머니는 외할머니야."

아이들은 이제야 기억이 났다는 듯 여기저기서 한마디씩 했죠.

다행히 저와 함께 웃어줄 친구가 한 명 있었어요.

그 친구는 친할머니와 외할머니의 뜻을 정확히 알고 있었어요. 

그제야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 들어본 거 같아요~"라고 말했고요.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고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요즘은 '외할머니'라는 말을 잘 안 쓴다고 들었던 게 기억났죠.

자료를 찾아보니 국립 국어원에서 2017년 실태조사를 통해 2020년에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를 발간했다고 하더라고요.

이 기사를 보니 괜히 아이들에게 그렇게 알려줬나 머릿속에 복잡해졌어요.

하지만 다행히 초등 1학년 교과서에 가계도를 알아보는 내용이 실려있고, 거기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라는 단어를 쓰고 있었어요.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라는 말도 사라지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라질 때 사라지더라도 배우는 아이들도 가르치는 어른들도 헷갈리지 않게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론 '외할머니'에 대한 따뜻한 기억이 많아서 참 좋아하는 단어라 아쉽지만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1517664?sid=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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